“전국이 몰려든 ‘김천김밥축제’, 콘텐츠가 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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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 몰려든 ‘김천김밥축제’, 콘텐츠가 답이었다”
  • <공동취재단>
  • 승인 2025.10.30 07:09
  • 호수 914호 (2025년 10월 30일)
  •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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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축제 포화시대, 지역성을 담은 축제로 변해야 한다⑧

지역축제를 둘러싼 논란과 비판은 해마다 반복된다. 과도한 상행위, 주민 동원, 유사 콘텐츠, 과장된 실적 등은 축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축제는 관광을 넘어 지역 고유의 문화와 정체성을 담는 공공의 장이어야 한다. 이에 홍주신문을 비롯한 5개 지역언론이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2025 공동주제심층보도지원 사업을 통해 국내·외 축제 현장을 공동 취재·보도함으로써 지역축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가을 단풍 아래에서 열린 ‘피크닉 김밥존’. 방문객들이 가족 단위로 모여 앉아 도시락을 나누며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김밥천국? 아니, 진짜 김밥의 도시입니다.” 경북 김천시의 김밥축제는 전국적으로 익숙한 김밥 브랜드 ‘김밥천국’의 줄임말 ‘김천’과 지역명이 같다는 점을 유머러스하게 재해석해, 창의적인 도시브랜드로 승화시킨 사례다. ‘의전도, 개막식도, 바가지도 없는’ 파격적인 구성과 기획력으로 김천김밥축제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축제의 핵심은 단순한 먹거리 행사를 넘어, ‘김밥’이라는 일상 속 음식에 지역성과 상징성을 입힌 창의적 모델이라는 점이다. 지역축제의 포화 시대, 김천은 ‘작은 아이디어’로 ‘큰 주목’을 받은 도시로 떠오르고 있다.

■‘김밥천국’에서 탄생한 도시 브랜드화
김천김밥축제는 지난해 첫 회를 통해 전국적 화제를 모으며 도시브랜드화의 가능성을 입증했고, 올해 두 번째로 열린 축제는 한층 완성된 운영 체계와 확장된 콘텐츠로 전국에서 15만 명이 찾으며 호평을 받았다.

지난 25일부터 26일까지 이틀간 김천 직지문화공원과 사명대사공원 일대에서 열린 이번 축제에는 전국에서 관람객이 몰려들었다.

올해 김천김밥축제는 단순한 먹거리 행사가 아닌 ‘김밥’이 가진 소풍·여유·가족의 이미지를 축제 전체의 콘셉트로 확장했다. 돗자리를 펴고 김밥을 나누며 쉬어가는 풍경, 그것이 올해 축제의 상징이었다.

두 공원은 김천의 대표적인 녹지이자 시민들의 쉼터로, 행사장은 피크닉존과 버스킹 무대, 포토존 등으로 꾸며졌다.

이러한 구성은 음식을 소비하는 축제를 넘어, 시민과 방문객이 함께 머물며 즐기는 ‘참여형 축제’로 확장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천김밥축제 판매 부스 참가자들이 김밥을 말고 있다.

■ 실무자의 아이디어, 도시브랜드로 현실화
김밥도시의 시작은 2024년 제1회 축제를 기획한 박보혜 김천시 관광진흥과 관광마케팅팀 주무관에 따르면 ‘김밥축제’ 구상은 과거에도 논의된 적이 있었지만 실행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박보혜 주무관은 2023년 “김천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느냐”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가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김밥천국’을 떠올린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우연 같지만 중요한 통찰이었다. 도시 이미지에 대한 인식을 기반으로 한 이 설문조사는 지역 브랜딩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김천을 모르면 어떤 축제를 해도 관심을 받기 어렵다고 판단한 박 주무관은 ‘김천이 김밥천국으로 불린다면 진짜 김밥의 도시가 되자’는 역발상을 제안했다.

이 아이디어를 이봉근 관광마케팅팀장이 “대중이 원하는 걸 우리가 하면 된다”며 적극 수용하면서, 그동안 논의에만 그쳤던 ‘김밥축제’가 실제 추진됐다.

결국 오랫동안 아이디어로만 남았던 ‘김밥축제’는 실무자의 창의력과 관리자의 결단이 만나 현실이 된 셈이다. 이러한 과정은 한 지역 공무원의 아이디어가 어떻게 도시 브랜드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다른 지자체에도 시사점을 준다.

■ 상징과 운영, 그리고 확장으로의 도약
김밥과 자두가 만든 브랜드 스토리. 이번 축제 개막식 무대에는 ‘김밥’이라는 노래로 잘 알려진 가수 자두가 출연했다. 자두는 첫 회에 이어 2년 연속 메인 공연을 맡았다.

그녀의 이름과 김천의 대표 특산물 ‘자두’가 겹치면서, 축제의 브랜드와 김천의 지역성이 상징적으로 연결됐다. 단순한 섭외를 넘어, 김밥과 자두가 연결된 하나의 스토리로 엮이며 김천김밥축제는 도시 문화 콘텐츠로 확장됐다.

이번 축제에는 세 가지가 없었다. 지역 정치인의 의전이 없었고, 개막식이 없었으며, 바가지도 없었다. 축제장은 시민과 관광객에게 열려 있었고, 형식 대신 참여를, 격식 대신 즐거움을 택했다. 이 같은 운영 철학은 많은 이들에게 신선한 인상을 주었다.

“기다림은 길었지만, 그럴 가치가 있었다.” 실제로 김밥 한 줄을 사기 위해 한 시간 이상 대기했다는 경험담이 이어졌고, 인파가 몰렸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 각지의 김밥 부스는 맛과 구성 면에서 ‘퀄리티가 높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방문객들 사이에서는 “내년에 또 오고 싶다”, “이번에는 김밥 몇 줄 못 사서 아쉬웠지만 그만큼 인기 있다는 뜻”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이는 단순한 호기심이 아닌 콘텐츠에 대한 만족감이 축제의 지속성과 충성도를 높였음을 보여준다.

김천시는 첫 축제의 혼잡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올해 구조를 전면 재설계했다. 예산은 2024년 1억 5000만 원에서 2025년 5억 원으로 대폭 증액됐다.

김밥 판매 부스는 8개에서 32개로 확대됐고, 즉석 제조형 오픈키친 시스템과 전자 결제 키오스크가 도입됐다. 셔틀버스도 기존 2노선에서 10노선 이상으로 늘었고, 외곽 주차장과 행사장을 연결하는 순환 셔틀이 운영됐다.

상수도 유충 사태에도 생수 10만 병과 2리터 생수 3천 병을 확보해 위생 문제를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특히 CU와 협업해 개최된 ‘김밥쿡킹 경연대회’ 우승작 ‘호두마요 제육김밥’은 편의점 한정 상품으로 출시돼 전국적 주목을 받았다. 지역 농산물 소비와 브랜드 가치를 동시에 높인 협업으로 평가된다.

다만 일부 부스의 조기 품절과 교통 정체, 정보 부족 등은 여전히 개선 과제로 남았다. 현장 운영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선 실시간 대응이 가능한 통합 시스템과 교통·대기 예측, 시민 피드백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 축제를 넘어, 도시 전략으로 나아가다
김천김밥축제는 단순한 먹거리 행사를 넘어 도시 마케팅의 새 모델로 자리 잡았다. 첫해의 시행착오를 숨기지 않고 개선해 완성도를 높였고, 시민이 주체로 참여하는 도시 브랜드로 발전했다. 불편 속에서도 “내년에 또 오겠다”는 반응이 이어진 것은, 콘텐츠에 대한 진짜 만족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천의 실험은 이제 축제를 넘어 도시 이미지 전략으로 이어지고 있다.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한 도시의 정체성을 바꾸는 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직지문화공원 김밥존 거리. 노란색 천막 부스마다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오후에는 김밥을 구매하기 위해 2시간 이상 소요됐다.
김천평화시장 협동조합 부스에서 상인들이 김밥을 만들고 있다.
직지문화공원 중앙광장에서 열린 가족 체험 프로그램. 어린이와 부모들이 함께 게임을 즐기며 축제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푸드존과 핸드메이드 마켓이 들어선 공원길. 커피, 디저트, 공예품 등을 판매하는 부스 앞에 관람객들이 길게 줄을 섰다.
사명대사공원 부스 구역. 전국 김밥업체들이 참여해 다양한 김밥 메뉴를 선보였다. 이곳 또한 대기줄이 너무 길어 어느 부스의 줄인지 알기 어려웠다.
공원 잔디밭에 조성된 피크닉존. 가족과 친구들이 돗자리를 펴고 김밥을 나누며 휴식을 즐기고 있다. 올해 축제의 핵심 콘셉트인 ‘소풍형 김밥축제’의 현장이다.
공원 곳곳에 설치된 김밥 캐릭터 조형물 앞에서 시민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천시가 직접 개발한 캐릭터 ‘김천이’는 축제의 상징이 됐다.
사명대사공원 전통무대에서 열린 공연 프로그램 현장.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잔디밭에 앉아 버스킹과 공연을 즐기고 있다.
 ‘2025 김천김밥축제’ 주차장 중 가장 큰 공설운동장이다. 셔틀버스 승강장 앞에 인파가 몰려 있다.

 

공동취재단.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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