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인성 정립에 '재능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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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인성 정립에 '재능기부'
  • 최선경 기자
  • 승인 2013.05.09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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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 매주 유치원서 무릎 교육
구연동화 녹음해가며 연습 "봉사참여 후 삶 윤택해져"

 

▲ 지난 5일 어린이날 행사에 참가한 백순기·백기숙·이명자·장영순 할머니.<사진 왼쪽부터>

60대 할머니들이 수십 년간 사회생활을 하며 얻은 지혜와 인생의 산 경험을 아이들의 올바른 인성 교육을 위해 '재능기부'를 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 봉사단은 매주 유치원을 찾아가 전래동화를 들려주며 인성교육을 하고 있다.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할머니들은 백기숙(63)·장영순(63)·백순기(63)·이명자(63) 할머니 등 모두 4명. 이들은 손자를 무릎에 앉혀놓고 옛날 얘기를 들려주던 할머니들의 전통적인 인성교육법을 현대식으로 되살린 무릎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백기숙 할머니는 "맞벌이와 핵가족화로 가정 내 인성교육이 힘든 상황에서 시니어들의 재능기부는 아이들의 인성교육에 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야기 할머니들은 일주일에 평균 3일간 3곳의 유치원에 가서 이야기를 들려준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으로 한국국학진흥원이 추진하고 있는 이 사업은 지원자가 늘면서 올해는 4대1 가까이에 이르는 뜨거운 열기를 보이고 있어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할머니들의 긍지와 자부심이 대단하다. 할머니들은 한결같이 오히려 봉사활동을 통해 자신들의 삶이 더욱 윤택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아이들과의 만남이 삶의 새로운 의미를 주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백순기 할머니는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 가면 매번 달려 나와 반기고 정성 들여 준비해간 이야기를 넋을 놓고 들어주는 아이들이 있어 너무 행복하다"며 "귀엽고 천진난만한 눈동자가 아른거리고 보잘 것 없는 늙은이를 진정으로 반기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에 꿈만 같은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64시간이 넘는 정규 교육을 받고 매달 지정해 준 도서를 읽어주는 이야기 할머니들은 아이들에게 동화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녹음을 해 가면서 연습을 한다. 예쁜 한복도 여러 벌 준비해 아이들 만날 일에 설레기까지 한단다. 어느덧 일상이 즐겁고 그런 만큼 더 젊어지고 아름다워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는 이야기 할머니들은 소녀처럼 수줍은 미소로 화답했다.

장영순 할머니는 "어느 날 5살 손녀딸에게 동화책을 읽어 주었더니 대뜸 할머니는 왜 엄마처럼 재미있게 읽지 못하냐고 하는 말에 충격을 받았다"며 "마침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구연동화 프로그램에 참여해 배우기 시작했죠. 이제는 손녀딸이 엄마보다 더 재미있게 읽어준다며 틈만 나면 동화책을 가져와 무릎에 눕는다"고 전했다. 이야기 할머니들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자원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싶다고 입을 모은다.

이명자 할머니는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을 보고 있으면 행복해진다"며 "아이들이 지성과 인성을 겸비한 훌륭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빌었다. 백순기 할머니는 "이야기가 끝난 뒤 아이들이 다가와 잘 들었다고 말해 줄 때 가장 기쁘다"며 "작은 일이지만 우리나라 미래를 짊어지고 갈 인재를 양성하는 데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소감을 털어놨다. 백기숙 할머니의 봉사에 화답하듯 딸 이민희 씨도 엄마 못지않게 지역사회에 보탬을 주고 있다. 이 씨는 홍성초등학교 근처에서 피아노학원을 운영하면서 다문화가정 아이들 6~8명을 무료로 가르치고 있다.

이 씨는 "엄마가 이야기 봉사를 시작하면서 훨씬 더 밝아졌다"며 "여자로 태어나 남자 형제들 그늘에서 어렵게 자랐고 결혼해서는 시부모 모시고 남편 뒷바라지와 자식 교육에 오롯이 자신을 바쳐온 엄마의 삶에서 아이들과의 만남은 새로운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원천이 되는 것 같다"고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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