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의 ‘돌담’ 문화재, 자연석 돌담·돌담길 보존관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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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의 ‘돌담’ 문화재, 자연석 돌담·돌담길 보존관리 필요
  • 취재·사진=한관우·김경미 기자
  • 승인 2025.11.13 07:02
  • 호수 916호 (2025년 11월 13일)
  •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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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문화유산 재발견, 옛담의 미학-돌담이 아름다운 마을〈16〉
충남 부여 반교마을길(국가등록문화재 제280호) 돌담 모습.

우리의 농산어촌마을에 정겹게 이어진 돌담과 돌담길이 한 폭의 풍경화처럼 눈에 들어오는 마을이 있다. 이런 마을의 오래된 돌담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통 돌담과 돌담길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편리함과 개발의 논리에 밀려 콘크리트 벽으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돌담은 단순한 담장이 아니다. 조상들의 지혜가 깃든 자연 친화적 건축물이자, 마을의 역사와 공동체 정신을 상징하는 문화유산이기 때문이다. 돌담 사이에는 문화적·생태계가 존재한다. 이끼가 자라고, 곤충과 작은 동물들이 서식하며, 바람의 통로가 되기도 한다. 또한, 돌담은 비바람에 견디며 세대를 이어온 마을사적 편린이며, 기억의 벽이기도 하다.

충청지역의 돌담과 돌담길은 단순한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이제는 문화유산이다. 우리 삶의 뿌리이자 정서의 근원이다. 돌 하나하나에 깃든 조상들의 손길을 기억하고, 그 속에 담긴 공존의 지혜를 되새겨야 하기 때문이다. 개발의 속도보다 더 오래 지속될 가치와 의미가 바로 그 돌담과 돌담길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 부여 반교마을 돌담길 ‘국가등록문화재’
충청지역에서 돌담길이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된 돌담은 ‘부여 반교마을 돌담길’이 유일하다. 부여 반교리 돌담은 바닷가 마을과 다르게 바람이 통하지 않게 촘촘이 쌓여 있는 게 특징이다. 부여 반교리(盤橋里)는 아미산을 경계로 산을 넘어가면 충남 보령이고, 산 아랫마을이다. 반교마을 입구에는 작은 개천 위로 반교교를 건너면 반교리 돌담마을로 들어갈 수 있다. 반교마을 돌담길은 이 마을을 수백 년간 지키고 있는 돌담으로 충남에서 유일하게 국가등록문화재(제280호)로 지정돼 있다.

부여 반교마을의 돌담은 제주 돌담과는 또 다르다. 제주 돌담은 돌과 돌 사이에 바람구멍이 나 있지만 반교마을의 돌담은 자연석 강돌로 쌓았거나 작은 돌과 흙으로 구멍 공간이 메워져 있다는 점이다. 조선 시대부터 쌓기 시작했다는 돌담은 산 너머 서해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집으로 들이치는 것을 막기 위해 쌓았다는 설과 집을 지으려고 땅을 파면 돌이 많이 나와 담으로 쌓았다는 설이 있는데, 둘 다 틀린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충청지역에서 돌담으로 이름이 난 아산의 외암민속마을은 예부터 제주도처럼 삼다(三多)의 마을로 알려져 있다. 삼다란 돌·말·양반이 많다는 것을 뜻하는데, 외암마을의 마을 길이 돌담길이듯 돌이 많고, 말(글 읽는 소리)이 많고, 양반이 많은 마을이라고 해서 삼다마을이라 했다고 한다. 예로부터 설화산 아래 외암마을은 돌이 천지라고 했다. 논밭을 일구면서 캐낸 돌로 수백 년 담장을 쌓고 또 쌓았다. 외암마을의 돌담이 자그마치 5.3km에 이른다. 긴 것만이 아니라 넓기도 넓어 보인다. 대략 보아도 1m는 넘어 보인다. 외암마을의 돌담은 그렇게 높지는 않지만 길고도 넓은 돌담이어서 특별한 돌담이라는 평가다. 두툼한 돌담은 기와집, 초가집, 큰집, 작은 집 가리지 않고 쉬엄쉬엄 이웃과 이웃을 이으면서 자연스럽게 마을의 돌담이 됐고, 돌담길이 만들어졌다. 중리마을은 설화산 뒤쪽으로 배방산을 동북으로 바라보는 곳에 위치하는데, 자연석만으로 쌓은 돌담이 가옥을 두르고 있다. 강돌로 쌓은 담장을 둘렀거나 논밭의 축대를 쌓기도 한 집들이 많다.

공주시 반포면 상신리 돌담마을의 돌담길은 자연스러운 돌담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돌담길이 비교적 잘 보존돼 있는데, 일부는 최근에 쌓은 것도 있고 보수를 한 곳도 있다. 돌담 자체가 고즈넉한 산골 마을의 풍경과 잘 어우러진다. 뭐니 뭐니해도 이 마을의 활력소는 자연석으로 쌓아 올린 돌담길이다.

■ 돌담마을, 충남 25, 충북 15곳 첫 발굴 
이번 충남지역의 홍성, 예산, 서산, 청양, 보령, 논산지역의 돌담마을과 충북지역의 보은, 옥천, 영동, 괴산, 단양지역의 돌담마을은 본지가 처음으로 발굴, 취재를 했다.

충남지역의 돌담마을 중 홍성지역의 돌담마을은 군에서 돌담복원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발굴할 수 있었다. 옛 돌담의 원형이 남아 있는 돌담마을은 장곡면 광성리와 오성리마을 일원이 그곳이다. 오서산(烏棲山, 791m) 자락에 자리 잡은 마을들이다. 

예산군 덕산면 외나리마을 돌담은 덕숭산 아래 지역이어서 여기저기 돌담과 돌담의 흔적이 보인다. 마당의 둑을 돌로 쌓거나 담을 돌로 쌓은 모습들이다. 돌담은 주변에 산재한 자연석을 그대로 쌓은 강담이며, 돌담이 품 안으로 집 전체를 감싸고 있는 형세다. 돌담 안으로도 또 돌담을 쌓거나 장독대 등을 가지런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청양지역의 돌담은 칠갑산 자락의 주변 마을에서 돌담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정산면 내초리, 운곡면 신대리, 내직리, 남양면 봉암리와 백금리, 금정리, 비봉면 등이 그런 곳이다. 정산면 내초리(內草里) 마을의 경우 돌담이 잘 보존돼 있는 가옥도 있지만 대부분의 집에 돌담이 있지만 허물어진 가옥들이 많은 것이 큰 아쉬움이다. 20여 세대에서 절반 가까운 가옥에는 돌담이 있거나 무너졌지만 돌담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보령 청라지역에는 전통적인 돌담이 남아 있는 마을들이 비교적 많이 존재하는 지역이다. 특히 장현리나 내현리, 옥계리, 의평리, 향천리 같은 마을에서는 지금도 돌담이나 돌담 골목길이 남아 있어 전통적인 마을 경관을 유지하고 있다. 일부는 농촌체험이나 문화유산의 가치로 재조명할 수 있는 곳도 많다. 서산지역에서는 고북 가구리마을과 신송리마을, 장요리마을 등에서 돌담과 토석담의 돌담길이 있다. 주로 자연석 강돌을 이용한 돌담장과 토석담이다. 논산지역에서는 연무읍 개태골, 상월면 상도1리, 석종리, 주곡리, 연산, 벌곡, 노성마을 등에는 아직도 토석담과 돌담이 남아 있는 마을이 있다.

충북지역의 돌담마을 중 보은 회인지역은 돌이 많은 지역으로 돌담 또한 가장 독특하다. 산간마을, 특히나 얇은 점판암 판석이 많은 곳이라 이곳은 판석을 겹쳐서 쌓은 돌담이 많은 이유다. 보은군 회인면 중앙리, 고석리, 눌곡리, 오동리를 비롯해 내북면 아곡리 등에서는 점판암을 채굴해 지붕이나 돌담을 쌓았다. 점판암 판석으로 예술적 감각으로 쌓아 올렸다. 돌담 두께 2cm 내외의 얇은 판석부터 두꺼운 판석 동글동글한 일반 돌까지 검은색, 주황색, 갈색 등 각양각색의 돌을 섞어 거친듯하면서도 정교한 솜씨로 160cm 정도로 쌓아 올리고 기와를 덮어 마무리한 돌담이다.

옥천 군북면 증약리마을 돌담은 증약마을과 감로마을에 쌓인 돌담인데, 주변의 돌, 혹은 개천에 내려온 막돌로 쌓은 담장으로 ‘막담 쌓기’ 방식의 잡담 쌓기다. 일반 사람들의 눈에는 아무렇게나 쌓은 것 같이 보이지만 사실은 돌의 크기와 모양에 따라 돌과 돌의 귀를 물려가며 맞물려 쌓기 때문에 균형을 맞춰 견고하게 쌓았다. 증약리, 환산리, 환평리 마을의 돌담은 주로 집의 담장으로 쌓은 곳이 많으며, 때로는 밭담이나 축대로 쌓은 곳도 있다.

추풍령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영동군 추풍령면 웅북리(곰디마을) 마을에는 축조연대를 알 수 없는, 400~500년으로 추정되는 돌담이 동네 골목골목을 겹겹이 둘러싸고 있다. 돌담은 상웅마을과 중웅마을에 주로 있으며, 영동의 상촌면 수산리마을은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고택과 가옥에 흙돌담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다. 강돌과 황토흙을 섞어 흙돌담과 강돌 담장의 아랫부분은 큰 돌을 사용했고, 윗부분으로 갈수록 작은 돌로 쌓았으며, 마무리는 기와를 올렸다. 

괴산지역의 돌담마을은 가옥 전체를 흙돌담으로 둘러싸고 있는 돌담길이 인상적이다. 돌담은 자연석 강돌을 그대로 쌓아 올리거나 황토흙과 섞어 쌓아 올리고 기와를 얹은 경우가 많다. 인위적이지 않고, 황토흙을 눌러 쌓은 토담은 흙과 풀이 어우러져 자연스러운 멋을 자아낸다.

단양지역의 돌담은 대부분 석회암 지대의 풍부한 자연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 특징이다.

단양 가곡면 어의곡리 한드미마을, 대대리, 사평리마을 등에서 전통가옥과 돌담길, 그리고 농경 문화를 간직한 풍경이 남아 있어, 옛 시절의 삶과 공동체 문화를 보여주는 소중한 장소가 되고 있다. 마을 주변의 산과 계곡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크고 작은 강돌을 그대로 쌓아 올려, 정형화되지 않은 투박하고 자연스러운 미감을 보여준다. 돌을 다듬기보다는 본래의 자연석 강돌 그대로 돌담을 쌓았다. 담장 높이도 사람 키를 넘지 않는 산골마을의 특징이다.

돌담과 돌담길을 보존한다는 것은 단순히 옛 건축물을 지키는 행위가 아니다. 이는 농산어촌지역의 정체성과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을 이어가는 일이다. 지역주민, 자치단체, 문화재 전문가 등과 협력해 돌담과 돌담길 보존 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돌담과 돌담길의 발굴을 통해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하거나 지역 향토문화재 등으로 등록, 전통 경관 보존 마을 등으로 지정하는 등의 제도적 지원도 필요한 대목이다. 또한, 관광 자원화와 교육 프로그램 등을 병행한다면 경제적·문화적 가치를 동시에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취재에서 발굴된 돌담마을은 충남 25곳, 충북 15곳이며, 이들 마을에 대한 돌담과 돌담길에 대한 문화유산 지정 등에 대한 가치를 판단, 해당 지자체에서는 돌담·돌담길 보존관리 방안의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끝>

<이 기사는 충청남도미디어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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