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관우 본지 발행인, 유럽의 지역신문을 가다 ①
상태바
한관우 본지 발행인, 유럽의 지역신문을 가다 ①
  • 한관우 발행인
  • 승인 2013.06.24 11: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벨기에 독일어공동체 지역신문 'GRENZECHO'

신문사·기자들 "우리는 모두 한 배를 타고 있다" 

철저한 지역·주민 중심 제작
3가구당 1부 구독 최고 언론
가족같은 조직 '평생직장' 실현 


누구에게나 최초 또는 최고, 최대의 것은 특별하고 소중한 의미를 지닌다. 독일의 최대 지역신문 'WAZ'그룹을 비롯한 지역신문사와 벨기에의 소수민족을 대표하는 독일어 공동체 'GRENZECHO'신문사 방문에서 느끼고 얻은 성과가 그렇다. GRENZECHO 신문사의 경우 외국 언론인들의 방문이 처음이라는 뜻밖의 솔직함까지 더하니 호기심이 깊어질 수밖에. GRENZECHO 신문은 7만 명의 독일어권 자치지역에서 1만3000부의 신문을 발행하는데 고정 유료독자가 1만 명을 넘는다는 설명이다. 전체 3만2000가구인 점을 감안한다면 3가구당 신문 1부씩을 구독하고 있다는 결과다. 30%가 넘는 구독률이다. 인터넷신문도 하루에 1만 명이 접속하고 한 달에 350만 클릭수를 기록한다는 설명이다. '난쟁이 같은 신문사'라고 불리지만 벨기에 독일어공동체 자치정부에서는 최고의 유일 신문이다. 우리나라의 지역신문 모델과도 통하는 최고의 지역신문으로 꼽을 수 있겠다.

 

 

 

 

▲ 1927년 창간 85년 역사의 신문사 건물은 1740년 건축한 토목공장을 개축해 사용하고 있다.


GRENZECHO 신문사는 개인소유이나 사실상 직원들이 함께 삶을 공유하는 터전이라는 의미에서는 협동조합 정신을 실천하고 있는 모델이라 할 수도 있겠다. 85년의 역사를 올곧게 지켜오면서 철저히 지역과 지역주민들 중심으로 신문을 발행하고 있다. 1980년대부터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광고 및 독자관리와 편집 및 취재를 분리하면서 철저한 협업체계를 갖추고 있다. 12년 전부터는 여유자금으로 인터넷신문에 투자하고 있으며, 주력상품인 신문을 비롯해 다양한 부록발행과 출판사 운영, 인쇄사업 등으로 연매출이 2000만 유로(약 300억원)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주력인 신문사 기자 13명을 비롯해 출판, 인쇄분야 등에 종사하는 인원 70명이 정규직원이며, 자유기고가, 디자이너 등 100여명의 프리랜서를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GRENZECHO 신문사에는 2명의 편집국장(편집담당, 제작담당)과 11명의 기자가 직접 편집과 취재, 광고와 독자관리까지 맡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주 6일 동안 매일 36면의 본지와 12~16면의 특별부록 판을 발행하고 있다. 기자들은 통상 오전 9시30분에 근무를 시작해 오후 8시까지 근무하는데 의회와 벨기에 축구 대표 팀의 경기가 있는 날에는 더 늦게까지 근무한다고 한다. 물론 기자들의 자율적인 근무형태이며, 기자들 스스로의 철저한 의식이라고 한다. 신문사가 곧 자신의 평생직장이며 삶의 터전이라는 생각과 의식으로 무장돼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정해진 급여 이외에는 특별히 관계치 않으며, 이러한 추가 근무에 대한 보상은 대부분 스스로 여름철 휴가 등으로 대체한다고 한다.

 

 

 

 

 

 

▲ 벨기에 독일어 공동체 신문 GRENZECHO의 제작담당 편집국장(사진 왼쪽)과 편집담당 편집국장.


GRENZECHO 신문사의 또 하나의 특징이라면 기자들이 직접 기사를 쓰고, 편집을 해서 교열까지 책임지는 형태의 편집국을 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의 취재기자가 취재와 편집을 동시에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자 1명이 취재를 하고 4면 정도의 편집까지 자신이 직접 실행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4면 중 통상적으로 반드시 1면 이상은 기획기사, 르포 등 생산기사를 게재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한다. 독자확보 전략의 일환인 동시에 신문사의 철학이기도 하다는 것.

편집국장 2명은 기자출신으로 경영과 편집을 연결하는 중요한 고리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의 주재로 모든 기자가 모여 매일 전략회의를 하며, 이 회의에서 얻어진 합의를 통해 콘텐츠를 생산하는 작업, 즉 취재활동을 한다. 이러한 관행은 20여 년 전부터 신문이 살아야 된다는 신념 때문에 적은 인원으로 신문을 만드는 작업을 고민하다가 기자가 직접 취재와 조판을 동시에 진행하기에 이르렀다고 설명한다. 편집은 3~4개의 정해진 프로그램을 응용하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이 신문사는 최근 5년 동안에는 기자 채용이 없었으며, 기자는 최소 5년차부터 30년 이상의 경력자들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기자들이 정년까지 근무하기 때문이며, 끝까지 함께한다는 가족의 개념이 조직에 그대로 스며있다는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정년퇴직 기자가 없으면 신입기자를 채용하지 않는 방식이다. 철저히 기존의 인원으로 주어진 업무를 소화, 완수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제반의 문제는 본질적으로 경영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기자와 신문사의 생존을 위한 공존의 방안이라는 설명이다. "나의 일자리는 스스로 구하는 것이다"라는 것이 출발점이었다. 결과적으로 "기자가 진화하는 것은 기자 자신의 문제이지, 기자의 능력이나 자질은 누가 시키고 키워주는 문제가 아니다. 이제 기자가 기사만 쓰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결국 자신의 능력향상과 삶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누가 시키고 지시할 문제가 아니라 기자의 자질은 자신이 쓴 기사와 편집을 통한 독자들의 판단과 평가의 문제가 본질"이라는 것이다.

"좋은 기사를 제공하지 못하면 독자는 떠날 것이다. 기자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좋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기사를 써야하며, 고품질 기사의 생산이 독자들로부터 평가받아야 하는 일이 기자의 의무이자 본질이다. 이를 위해 자신이 쓴 기사에 대한 편집은 기자들의 필수적인 조건이 됐다. 이는 결국 기자 자신이 살아남기 위한 필수적 전략이기도 하다. 미래에도 여전히 신문은 존재할 것이다. 다만 종류가 달라질 것이다. 전자신문의 효력이 발생한다면 그 분야만의 전문지가 또 발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기자는 계속 존재할 것이고 여전히 기자는 글을 쓸 것이다. 다만 철저히 기자로서는 자신만의 노력이 필요하고 전문가가 돼야 할 것이다. 따라서 미래는 밝지만 현재에 머무른다면 결코 비전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는 편집국장의 모습에서 자신감 넘치는 삶의 풍요와 여유, 신문과 기자에 대한 철저한 철학과 신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독일어 등 3개 언어 공동체 구성 

■ 벨기에는 

벨기에는 네덜란드어를 쓰는 북쪽의 플랑드르 지역과 프랑스어를 쓰는 남쪽의 왈로니 지역으로 대략 나뉜다고 한다. 수도 브뤼셀은 플랑드르 지역 안에 있지만, 프랑스어와 네덜란드어가 함께 쓰인다고 한다. 동부 왈로니 독일 국경지역에는 소규모의 독일어 공동체가 있다. 벨기에 독일어 공동체는 벨기에의 언어 공동체 가운데 하나로 플라망어 공동체, 프랑스어 공동체와 함께 벨기에를 구성하는 세 개의 언어 공동체 가운데 하나이다.

공용어는 독일어이며 공동체의 날은 11월 15일이다. 1984년 행정 구역 개편 당시에 신설됐으며, 행정 중심지는 오이펜(Eupen) 이다. 오이펜 자치정부에는 총리 1명(칼하인츠 람베르츠, Karl-Heinz Lambertz)에 장관 3명, 25명의 의원으로 구성돼 있다. 오스트칸토네(독일어: Ost-Kantone) 지방에 속해 있는 11개 지방 자치체 가운데 9개 지방 자치체를 관할하며 프랑스어 공동체에 속해 있는 지방 자치체인 벰(Waimes)과 말메디(Malmedy) 또한 독일어 공동체가 관할한다.

네덜란드와 독일, 룩셈부르크와 국경을 접하며 독자적인 의회와 정부, 행정 기관을 두고 있다. 오스트칸토네 지방은 1945년 독일이 제2차 세계 대전에서 패하면서 벨기에에 넘어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