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농촌마을 축분 활용 '재생에너지'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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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농촌마을 축분 활용 '재생에너지'로 부활
  • 김혜동 기자
  • 승인 2013.10.07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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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농축산 앞당기는 가축분뇨 공동자원화 ⑥

독일 브란덴부르크 펠트하임



400만kwh 전기 생산 유료 판매
전력사와 에너지 유한회사 설립
2010년 마을 에너지 자립 일궈 

 

 

 

 

 

▲ 펠트하임 마을에 설치된 가축분뇨를 활용한 바이오가스플랜트 전경


펠트하임은 독일의 수도인 베를린에서 남서쪽으로 약 80km 정도 떨어진 브란덴부르크주에 위치하고 있는 작은 마을이다. 펠트하임은 1994년 이전까지 독일의 여느 농촌마을과 다름없었다. 이러한 펠트하임에 신재생 에너지 단지가 설립이 된 배경에는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원자력 사용에 대한 국민 정서의 반감이 꾸준히 확대됨에 따라 원전폐기가 독일의 사회정치적 주요 이슈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적 배경 하에 탈 원전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환경 단체를 중심으로 독일 전역에서 서서히 터져 나오자 에너지크벨레(지역전력회사, Energiequelle GmbH)는 이곳을 풍력단지로 점찍어 신재생 에너지 마을을 구축하려는 계획을 세우게 된다.
효율적인 풍력발전을 위해서는 바람이 일정한 방향으로 불어줘야 하는데 에너지크벨레는 이 지역이 이러한 조건을 만족하는 최적지라고 판단, 주민들에게 부지를 임대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이에 마을 주민들은 풍력발전기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경관 훼손, 철새 떼의 이동경로 변경 등 여러 가지 폐해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에너지크벨레 측의 제의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마을 관계자는 "주민들의 이러한 흔쾌한 동의는 원전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친환경 에너지 마을의 모범사례를 만들기로 의견을 모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이에 힘입어 주민들은 '재생가능에너지포럼 펠트하임'을 조직하고 지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재생에너지원에 대해 연구하고 조사하고, 토론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포럼활동은 농업협동조합의 농부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농부들은 급속한 세계화 속에 살아남을 방안을 찾다가 바이오에너지에 관심을 갖게 됐다.
30여 명의 조합원들은 약 1700ha 규모 면적에 축산업을 하고 있는데, 축분을 이용해 바이오가스 플랜트로 전기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바이오가스 플랜트 설비는 축분과 옥수수 대를 섞어서 발효시키는 방식으로 메탄을 생산해 500kW급 발전기를 돌리고 있다. 에너지원은 지역 농업부산물로 충당하고 있다.
이를 통해 400만kwh의 전기, 그리고 4300만kwh의 열을 생산하고 있다.
아이디어는 2008년 유한회사 '펠트하임 에너지'의 설립으로 이어졌다. (유)펠트하임 에너지에는 지역주민 43가구, 농업협동조합, 지자체, 지역기업 'EQ-SYS'와 '에너지크벨레'가 모두 참여했다. 펠트하임이 주목받는 이유는 재생에너지 발전시설뿐만 아니라 이를 자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송전시설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 한 마을 주민이 바이오가스 생산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풍력발전소에서 마을까지 자체 송전망이 있어서 풍력발전으로 나온 전기는 모두 펠트하임에서 직접 사용된다. 바람이 불지 않을 때는 바이오가스 발전소의 전기를 이용한다.
이곳에는 45만㎡ 부지에 9844개의 태양광 모듈이 설치된 '솔라팜(Solar Farm)'도 운영 중이다. 풍력과 바이오가스 전기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해마다 솔라팜에서 생산되는 2748㎿h의 전기는 외부에 판매하고 있다.
주민 톰슨 씨는 "펠트하임에서 사용하는 전기는 전체 발전량의 1%밖에 안 된다. 99%는 외부로 판매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펠트하임은 2010년 10월, 지역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100% 지역에서 생산하고 공급하는 완전한 에너지 독립을 이루게 된다.
지역주민들이 합심해 5년 동안 200만 유로를 투자해 만든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펠트하임은 재생가능에너지가 오히려 값이 싸고 앞으로 다가올 에너지 위기와 가격 상승에도 끄떡없이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준 것이다.
현재 펠트하임은 바이오 가스, 태양광 설비까지 갖춘 종합 신재생 단지로 거듭나고 있다.
펠트하임은 내년에 재생에너지에서 만든 전기를 축전할 수 있는 배터리도 설치할 계획이다. 배터리를 설치하면 바람이 불지 않는 등 재생에너지 사용이 힘든 상황에도 4~5일간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저장할 수 있다. 펠트하임 마을에서 풍력 발전소는 지역 전력 공급의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고, 가축분뇨를 통해 생산된 바이오 가스는 지역의 열 공급에 중점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대규모의 태양광 집열판을 설치하여 태양에너지를 이용하고 있다.
이렇게 재생에너지로만 생산된 에너지는 이 마을의 수요를 충분히 채우고도 남아서 독일 전력회사에 평균 전력값보다 높은 가격으로 판매를 하고 있다.
열과 전력공급은 개별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가정에 직접 공급되기 때문에, 생산된 열과 에너지는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된다. 이로 인해,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 전력회사로부터 에너지 독립도 성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가난했던 옛 동독의 농촌마을 펠트하임이 에너지 생산을 통해 부활했다.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의 미니어처'로 꼽히는 펠트하임에는 요즘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활기가 넘친다. 지난해에만 3000명이 다녀갔을 정도이다. 방문자들은 독일인보다 외국인들이 더 많았고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는 일본인들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재생가능에너지포럼 펠트하임'은 좀 더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교육과 홍보, 주민참여 활동을 위해 '뉴에너지포럼 펠트하임' 교육관을 설립했다. 에너지 생산을 넘어 교육과 관광수입을 추가로 발굴하겠다는 것이다. 지금도 펠트하임 에너지 투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지역에너지 가이드를 훈련시켜 방문객들을 안내하고 있다. 방문객들이 지불하는 탐방비용으로 가이드 운영비를 충당하는데 이것 자체가 지역 일자리가 된다. 독일에서는 이렇게 에너지 자립마을을 향해 달려가는 지자체만 129곳에 이르고 있다. 녹색당 주지사가 선출된 바덴뷔르템베르크 주는 2020년까지 펠트하임과 같은 바이오에너지 마을 100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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