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내 것 같아요 < 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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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내 것 같아요 < 47 >
  • 한지윤
  • 승인 2014.03.13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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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기자가 쓰는 청소년소설

“선희씨 어머니는 정말 좋은 분이신가 봐요.”
경우는 긴 대답을 기대하는 선희의 눈을 피하며 말했다.
“네. 우리 엄마는 친구 같아요. 전 어머니께 비밀이 없어요. 엄만 저의 모든걸 이해해주시거든요.”
웃음 띤 선희의 모습이 예뻐 보이는 것과 동시에 부러움으로 가슴이 찡해졌다. 경우의 표정이 왠지 어두워지는 것을 눈치 챈 선희는 더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경우는 자기 때문에 어색해진 분위기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을 해보았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알수 없었다.
옆을 보았다. 모두들 끼리끼리 떠드느라고 정신이 없어 보였다. 경우는 재민의 맞은편에 앉아있는 강순을 쳐다보았다. 잔뜩 부푼 입으로 무언가를 떠들고 있는 그녀 앞의 접시는 텅 비어 있었다. 재민은 흘깃 쳐다보니 기세등등하던 아까와는 달리 푹 쭈그러진 모습이었다.
“왕조현이 물에 불었나보군.”
강순은 입에 담긴 빵을 다 삼키고는 재민을 향해 애교 섞인 웃음을 지어보였다.
“재민씨. 빵 더 먹고 싶지 않아요?”
재민은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 걸 느꼈지만 강순과 마주앉아 빵을 먹고 싶은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었다.
“아니 전 됐어요.”
“그래요? 그럼 한 접시만 더 주문하면 되겠네요.”
강순은 천연덕스럽게 아가씨를 불러 버터빵 5개와 곰보빵 5개를 더 주문했다.
“참, 이름이 뭐예요? 나 혼자 떠들다 보니까 이름도 못 알아뒀네.”
강순은 깜빡 잊고 지나칠 뻔 했다는 듯 재민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이재민이에요.”
재민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며 강순을 피해 몸을 뒤로 제켰다.
“아유, 어쩌면 귀여운 생김새답게 이름도 이쁘장 하군요. 난 말이에요. 오늘 우리가 만난 게 보통 인연이 아닌 것 같아요. 재민씨, 앞으로 우리 두 사람 잘 될 것 같지 않아요?”
강순이 목소리까지 높여가며 노골적으로 물고 늘어지기 시작하자 재민은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강순과 계속 만난다는 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다. 재민은 슬그머니 팔을 어루만졌다. 송충이가 기어가는 듯한 느낌 때문이었다. 강순과 마주앉아 있는 다는 건 기분이 나쁜 건 둘째 치고라도 엄청난 빵 값을 감당할 것도 큰 문제였다.
재민의 머리는 이 난국을 빠져나갈 방법을 생각해내기 위해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저, 강순씨.”
새로 가져온 빵을 정신없이 입으로 구겨 넣고 있던 강순이 왜 그러냐는 눈으로 재민은 쳐다보았다.
“피자 좋아해요?”
재민의 물음에 강순의 입이 찢어졌다. 까딱하면 죽처럼 짓이겨진 빵이 쏟아질 것 같았다. 재민은 다시금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지금껏 그렇게 먹어댔으면서도 식욕이 살아있다는 게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순은 고개를 끄덕이며 빵을 잽싸게 삼키고는 “너무 너무 좋아해요.”를 연발했다.
“내 친구 한 녀석 부모님이 저쪽에서 피자집을 하거든요. 언제 한 번 피자를 먹으로 오라고 했는데 아직 가보지 못했어요. 강순씨가 피자를 좋아하신다니 제가 한 번 대접하죠.”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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