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부자가 만드는 유기농 요구르트… ‘정직함’이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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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부자가 만드는 유기농 요구르트… ‘정직함’이 비결
  • 김혜동 기자
  • 승인 2014.03.21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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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농/평촌목장 풀무우유
수입개방으로 값싼 외국 농산물들이 홍수처럼 밀려들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내에서는 농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6차 산업이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농산물 생산, 판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농산물을 가공, 새로운 형태의 가공식품을 생산함으로써 부가가치를 향상시키는 것이 그것이다. 홍동면 금평리의 ‘평촌목장 풀무우유’(대표 신관호)는 유기축산으로 젖소목장을 운영하며 부산물인 우유로 요구르트를 생산․판매하는 곳으로, 최근 농업의 6차 산업이 주목받기 이전부터 식품가공업을 시도해 자리 잡은 대표적인 강소농이다. 아울러 3대가 함께 살며 오롯이 가족 구성원의 힘으로 축산과 가공업을 도맡아 성공적인 가족영농의 대표적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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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만으론 목장 미래 불투명 아들들 합류로 유기축산 전환
2004년 요구르트 생산 돌입 화학첨가물 없어 소비자 인기
올부터 로컬푸드급식센터 납품 “정직하게 만드니 사랑받는 것”


평촌목장의 시작은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은 대규모 젖소목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시작은 이웃에게서 들여온 작은 송아지 한 마리 부터였다. 금평리의 여느 농가들처럼 논․밭농사를 짓고 있던 전업농이었으나 농산물 가격 하락 등으로 농업이 침체기에 빠져들면서 신관호 대표는 어려움을 극복할 만한 다른 대안을 고민했고 그 탈출구는 바로 낙농업이었다.
1980년대 초반 중동 사우디 건설현장에서 돌아온 신 대표는 새롭게 시작한 목장일에 전력을 다했고 송아지 한 마리를 어미소로 키워 내다 팔아 송아지 몇 마리를 사들여오는 방식으로 젖소의 숫자를 늘려갔다.
농장이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춰갈 무렵에는 우유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해 우유를 가공․판매하는 대기업과 계약을 맺어 납품하는 일에 주력하게 된다. 그러나 신 대표의 목장이 성장해 가는 동안 국내 젖소목장의 숫자도 점점 늘었고 1990년대 말에는 수요보다는 생산이 증가해 생산된 우유가 버려지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애지중지 키운 젖소들에게서 생산한 우유가 버려지는 것은 물론 우유 생산원가도 주춤하자 신 대표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젖소목장 운영과 대기업을 통한 우유 납품만으로는 목장의 미래를 내다보기 힘들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평촌목장이 우유를 이용한 요구르트 가공을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때마침 한국농업대학을 졸업한 막내아들 신준수 씨와 대도시에서 번듯한 직장을 다니던 장남 신강수 씨도 가족의 일을 돕기 위해 목장일에 합류했다.
평촌목장이 풀무우유라는 이름으로 요구르트 생산을 시작한 것은 2004년도 4월 경이다. 새로운 시도를 위해선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아들들의 설득에 10억여원의 융자를 받아 요구르트 가공시설을 건립했다.
우유 가공을 시작하면서 농장 운영방식도 일반 축산에서 유기축산으로 변경했다. 내 아이에게 먹일 수 있는 안전하고 정직한 요구르트를 만들려면 유기축산으로 전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는 설명이다. 일반사료보다 비싼 유기농사료를 먹였고 무항생제, 적정 사육면적 등을 지키며 차근차근 유기축산으로의 전환과정을 밟아나갔다. 장남 신강수 씨는 요구르트 가공에, 차남 신준수 씨는 목장일로 업무를 분담한 것도 이때부터 였다.
하지만 요구르트 가공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제대로 된 요구르트를 생산하기 위해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고 요구르트를 만들었다 하더라도 납품처가 없어 고전을 면치 못했다고한다. 이런 가운데 건강하고 정직한 식품을 갈망했던 지역 소비자들의 욕구는 점점 커져갔고 관내 어린이집을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평촌목장의 요구르트를 찾는 이들도 점점 늘어만 갔다.

 

▲ 평촌목장 풀무우유는 유기축산을 통해 얻은 우유로 친환경요구르트를 생산․판매하고 있다. 사진은 자동화 설비를 통해 요구르트 완제품이 포장되고 있는 모습.

풀무생협을 통한 전국 단위의 납품도 평촌목장이 요구르트 가공으로 일찌감치 안정세를 찾을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다. 생협의 소비자들은 평촌목장의 유기축산 방법에 깊은 관심을 보였고 풀무우유의 요구르트를 접한 소비자들은 세월이 지나도 초심을 잃지 않는 풀무우유의 제품에 호응을 보내게 됐다.
평촌목장 풀무우유의 요구르트가 사랑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일체의 화학첨가물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에서 얻어지는 순수한 재료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요구르트는 유기축산으로 길러진 젖소에서 얻은 우유, 유기농설탕, 친환경 사과과즙 등 세 가지 재료로 만들어진다. 각종 첨가물과 필요 이상의 당분을 함유하고 있는 일반 요구르트에 비해 겉모습은 다소 수수하지만 단맛이 적고 뒷맛이 깔끔한 것이 특징이다.
일반 요구르트에 비해 가격이 다소 비싸지만 생산부터 가공까지 일체의 인위적인 물질이 포함되지 않아 아이들을 둔 부모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다.
이 같은 소비자들의 호응에 힘입어 올해부턴 홍성 로컬푸드학교급식지원센터에도 요구르트 납품자로서 이름을 올렸다. 지역에서 생산한 건강한 우유로 만들어진 요구르트가 학교 급식을 통해 지역 아이들의 식탁에 올라가게 된 것이다.
평촌목장 풀무우유의 또 다른 힘은 전국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는 유기농요구르트를 생산한다는 것이다. 건강한 먹거리를 갈망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는 점차 늘고 있지만 생산부터 가공까지 까다로운 절차와 규칙을 엄수해야 하는 만큼 유기농요구르트 생산 농가의 수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신관호 대표는 “아직도 10년전 시설에 투자했던 융자금을 갚고 있지만 우리 목장의 요구르트를 믿고 사랑해주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에 즐겁게 일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원하는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겠다는 일념 하나로 지금까지 왔고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일하다보면 좋은 날이 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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