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의사결정구조 개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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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의사결정구조 개선돼야
  • 이용환<혜전대학교 교수>
  • 승인 2014.07.04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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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은 사회보험 방식으로 가입을 강제한다. 보험의 원리와 사회연대성을 바탕으로 보험 당사자 간 자치, 자율 정신에 따라 보험자인 공단과 가입자인 국민의 합의를 통해 보험료를 결정하고, 보험자는 부담능력 범위 내에서 지출을 결정하며, 의료서비스의 제공과 관련해서는 공급자와도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건강보험의 운영에 있어 거버넌스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건강보험 거버넌스는 가입자인 국민과 보험자인 건보공단, 공급자인 의료인, 건강사업을 주관하는 정부 등 4자의 의사결정구조를 말한다. 사회보험 방식의 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하는 나라의 보험료, 보험급여, 의료수가 등 의사결정구조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문제점을 알 수 있다.

우선 보험료 결정 과정을 보면, 일본은 보험자가, 대만과 벨기에는 보험자가 정부의 승인을 얻어 정하고, 프랑스와 독일은 보험자의 안(案)을 바탕으로 의회에서 법으로 정하고 있다. 보험료 결정은 사실상 보험자가 정하고 있다. 보험혜택의 결정 과정을 보면, 프랑스는 보험자연합이 정부의 승인을 받아서 정하고, 대만과 벨기에는 보험자 안(案)을 바탕으로 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주무장관이 정하고, 일본은 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주무장관이 정하고, 독일은 법률로 규정하고 있다.

보험혜택의 결정은 정부가 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의료수가의 결정 과정을 보면, 독일과 프랑스는 보험자와 공급자 간의 협상을 통해, 대만과 벨기에는 보험자 안(案)을 바탕으로 관련 위원회에서 합의하여 주무장관이 정한다. 일본은 위원회의 자문을 얻어 주무장관이 결정한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수가의 결정은 보험자와 공급자 간 협상을 통해 합의하고 정부가 승인한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의 주요 의사결정은 가입자, 보험자, 공급자, 정부 등 네 주체가 고유의 역할을 담당한다.

우리나라의 의사결정구조는 어떠한가?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보험료, 보험급여, 의료수가 등 주요 사항을 결정하고 있다. 건정심은 보건복지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가입자 대표 8인, 공급자 대표 8인, 공익 대표자 8인 등 총 25인으로 구성된다. 보험자인 건보공단은 공익 대표 위원 중 1인을 추천할 수 있을 뿐이다. 건강보험 수입·지출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건보공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도 불구하고 보험자의 참여가 제도적으로 배제돼 있다. 건강보험사업을 주관하는 정부 책임자인 보건복지부 장관도 배제됐다.

건정심이 자문기구가 아닌 최종 의사결정기구라는 점이 외국과 크게 다른 점이다. 대체로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위원회는 자문기구로 운영하고 있으며, 정부가 최종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처럼 건정심이 의결하는 구조를 갖고 있는 나라는 없다. 4자간의 자치, 자율에 의한 민주성과 효율성이 확보되고 상호 간 원활하게 소통하여 건강보험을 잘 운영하고 있는지, 소통이 안되기 때문에 정책적인 분쟁이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점검해 봐야 한다. 최근 건정심 개편 논의가 진행 중에 있다. 외국의 사례처럼 4자간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고, 소통이 잘되는 살아있는 건강보험 의사결정구조로 개편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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