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인 줄 모르고 그림이라 착각했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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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인 줄 모르고 그림이라 착각했구먼
  • 장희구<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14.07.0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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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구 박사의 번안시조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26>

수도에 정진하는 스님들은 나이를 따지지 않는다. 그 연수가 선후배를 가름하는 잣대가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속세에서 따지는 나이를 거론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범인들은 짐짓 나이 정도에 따라 선후배를 가름한다. 스승이나 선배가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정신적인 가르침을 받기 때문이다. 시인보다 9년이나 연상인 영호화상으로 불리는 스님을 많이 존경하고 학문과 사상에 큰 감명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영호화상이 보내온 향적봉 운을 차운하면서 조화인 줄 모르고 그림이라고 착각하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次映湖和尙香積韻(차영호화상향적운)

썰렁한 숲 밝은 달빛 완연한 바다인데
십만 그루 나무 숲 그 구슬 하도 고와
조화(造花)로 착각했구먼, 그림인 줄 모르고.


蔓木森凉孤月明 碧雲層雪夜生溟
만목삼량고월명 벽운층설야생명
十萬珠玉收不得 不知是鬼是丹靑
십만주옥수불득 불지시귀시단청 


 

 

조화인 줄 모르고 그림이라 착각했구먼(次映湖和尙香積韻)으로 번안해본 칠언절구다. 작자는 만해(卍海) 한용운(韓龍雲:1879~1944)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숲은 썰렁하고 밝은 달빛은 외로운데 / 구름과 눈이 밝게 비추니 완연한 바다로구나 // 십만 그루나 되는 구슬이 하도 고와서 / 조화인 줄도 모르고 그림으로 착각했구먼]라는 시상이다. 아래 감상적 평설에서 다음과 같은 시인의 시상을 유추해 본다. ‘밝은 달빛 외로운데 완연한 바다로구나, 구슬이 하도 고와서 그림으로 착각했네’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영호화상 향적봉 운에 차운하여 읊다]로 번역된다. 석전영호(石顚映湖 1870~1948)는 한국불교의 교단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구한말 격동기와 일제 식민지 시대 속에서 민족지도자로서 불교의 선구자였다. 이러한 영호화상의 시에 붙이거나 영호화상과 같이 다른 스님을 만나고 오는 길에 쓴 시는 전하지만, 영호화상의 원운 시가 알려지지 않는다. 향적봉은 설천봉과 함께 덕유산이 명산이다. 이 지역을 아고산대 생태계라고 하는데 바람과 비가 많고 기온이 낮으며 맑은 날이 적단다. 숲은 썰렁한데 밝은 달은 외롭고, 구름과 눈이 비추니 향로봉에 비춘 조화들이 완연하게 바다와 같다는 시상을 일으켰다.

 화자는 향로봉을 꾸며놓은 십만 그루나 되는 그 구슬이 하도 고와서, 조화인 줄 모르고 그림인가 하는 착각을 했다고 시상과 연계된다. 영호화상이 시인에게 보내준 시에 대한 화답 시(詩)도 전한다. [次映湖和尙:영호 화상의 시에 부쳐]란 시제에서, [시(詩)와 술 일삼으며 병이 많은 이 몸(詩酒人多病) / 문장을 벗하여서 선사도 또한 늙으셨구려(文章客亦老) / 눈바람 치는 날에 보내주신 편지 받으니(風雲來書字) / 가슴에 뭉클 맺히는 이 정{情}을 어떻게(兩情亂不少)]라고 했으니 극진한 사이였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조화인 줄 모르고 그림이라 착각했구먼(次映湖和尙香積韻)으로 번안해본 칠언절구다. 작자는 만해(卍海) 한용운(韓龍雲:1879~1944)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숲은 썰렁하고 밝은 달빛은 외로운데 / 구름과 눈이 밝게 비추니 완연한 바다로구나 // 십만 그루나 되는 구슬이 하도 고와서 / 조화인 줄도 모르고 그림으로 착각했구먼]라는 시상이다. 아래 감상적 평설에서 다음과 같은 시인의 시상을 유추해 본다. ‘밝은 달빛 외로운데 완연한 바다로구나, 구슬이 하도 고와서 그림으로 착각했네’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영호화상 향적봉 운에 차운하여 읊다]로 번역된다. 석전영호(石顚映湖 1870~1948)는 한국불교의 교단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구한말 격동기와 일제 식민지 시대 속에서 민족지도자로서 불교의 선구자였다. 이러한 영호화상의 시에 붙이거나 영호화상과 같이 다른 스님을 만나고 오는 길에 쓴 시는 전하지만, 영호화상의 원운 시가 알려지지 않는다. 향적봉은 설천봉과 함께 덕유산이 명산이다. 이 지역을 아고산대 생태계라고 하는데 바람과 비가 많고 기온이 낮으며 맑은 날이 적단다. 숲은 썰렁한데 밝은 달은 외롭고, 구름과 눈이 비추니 향로봉에 비춘 조화들이 완연하게 바다와 같다는 시상을 일으켰다.

화자는 향로봉을 꾸며놓은 십만 그루나 되는 그 구슬이 하도 고와서, 조화인 줄 모르고 그림인가 하는 착각을 했다고 시상과 연계된다. 영호화상이 시인에게 보내준 시에 대한 화답 시(詩)도 전한다. [次映湖和尙:영호 화상의 시에 부쳐]란 시제에서, [시(詩)와 술 일삼으며 병이 많은 이 몸(詩酒人多病) / 문장을 벗하여서 선사도 또한 늙으셨구려(文章客亦老) / 눈바람 치는 날에 보내주신 편지 받으니(風雲來書字) / 가슴에 뭉클 맺히는 이 정{情}을 어떻게(兩情亂不少)]라고 했으니 극진한 사이였음을 알 수 있게 한다.


<한자어 어구>
蔓: 넝쿨이 얽혀지다. 木森: 많은 나무. 凉: 서늘하다. 孤月: 외로운 달. 明: 밝다. 碧雲: 푸른 구름. 層雪: 층층이 쌓인 눈. 夜: 밤. 生溟: 바다로 보인다. // 十萬: 십 만개. 珠玉: 구슬. 收不得: 거둘 수가 없다. 곧 ‘곱다’는 뜻. 不知: 알지 못하겠다. 是鬼: 귀신의 조화다. 是丹靑: 단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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