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흙·정신 가치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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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흙·정신 가치 살려야”
  • 김현선 기자
  • 승인 2014.07.24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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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한씽어 홍순명 대담

캐서린 : 우리도 자연의 한 부분입니다. 이 지구에서 난 음식을 먹고, 다시 흙으로 돌아가고. 그래서 저는 환경운동 하는 사람 중에 맹렬하게 활동하면서 자신을 돌보지 않는 사람은 좀 걱정이 되요. 내 자신이 첫 번째 자연인데 말이에요.
홍순명 : 자기 평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자기를 늘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마음의 평정을 가지고 대할 수 있도록 수양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 같습니다.
캐서린 : 마음의 평정은 ‘나는 이게 중요한데, 이렇게 됐으면 좋겠어’라는 생각에 집착하지 않아야 이루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말하자면 ‘나는 평화가 중요한데, 나는 평화를 이루기 위해 꼭 이렇게 해야해’하고 집착하게 되면, 그렇게 되지 않는 상황에서 평정을 잃어버리게 되니까요.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패셔니트(passionate·열정적인, 열렬한)하게 가지고 있지만, 어떻게 할 것인가는 좀 라이트(light·가벼운) 하게 바라봐야 합니다. ‘당신도 평화를 위하고, 나도 평화를 위하는데 나는 이런 방법을 생각하고 있어요. 당신은 어떤 방법을 생각하고 있습니까?’ 하는 식의, 방법에 대해서는 열려있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또 ‘당신의 의견을 듣고 내가 변화할 의사가 있습니다’라고 할 때 비로소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끝까지 한 가지 방법만 고수한다면 그것은 상대를 설득하려고 하는 것이지 대화하는 게 아니거든요.
홍순명 : 그게 말하자면 내가 옳기 때문에 어떤 방법으로든 굴복을 시키는 게 아니고, 인내가 필요한거죠. 또 시간이 필요한 거고요. 저 사람은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가 있더라도 길게 봐서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캐서린 : 바로 그겁니다. 끝까지 다른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는 거요. 또 ‘우리는 모두 다 같은 곳에서 왔지만 발달단계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합니다.
홍순명 : 그렇죠. 다양한 것을 인정하는 거죠.
캐서린 : 저 사람이 내 의견과 달랐을 때, 그 사람을 미워하고 쳐내는 게 아니라 같이 공존하면서요.
홍순명 : 내 방법, 태도, 동기에 대해 ‘내가 고칠 점이 없는가’도 계속 생각해야 합니다.
캐서린 : 그래서 저도 조금 짜증나고 속상하고, 누가 밉고 그러면 ‘나는 지금 저 사람에게 무슨 편견을 갖고 있는가’를 자꾸 들여다봐요. 그리고 ‘내가 무슨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있는가’도요. 우리 모두를 통해서 영성이 흘러나오는데, 사람마다 다르게 흘러나오는 걸 봐야 하는 거죠. 이런 부분에서 사람들이 마샬(편집자 주 : Marshall B. Rosenberg. 60년대에 중재와 대화 기술 훈련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처음으로 비폭력 대화를 적용했다)을 많이 공격했어요. ‘그래서 너는 히틀러에게서도 영성을 볼 수 있느냐’고요. 특히 마샬은 유태인이거든요. 옳고 그른 것을 넘어서 보면, 히틀러가 한 방법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지만 왜 그랬는지, 그 니드(need·욕구, 필요)는 알 수 있어요. 그 당시 독일 민족을 자신이 구하려고 했고, 핍박받던 독일민족의 자존감을 세우려고 했던 니드는 다른 사람도 가지고 있는 것이거든요. 그 방법 뒤에 있는 니드를 보면 우리도 그런 니드가 있어요. 하지만 그 방법은 절대로 우리가 용납할 수 없죠.
홍순명 : 히틀러의 경우에는 국가주의라든지, 그런 게 있었겠죠. ‘나는 그게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그것 때문에 공격하거나 저주하지 않는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내 의견을 표시한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거든요. 진리가 힘이 있는 것이고, 의견도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요. 또 ‘나는 이렇게 생각하지만 그것 때문에 나를 박해하는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다’는 태도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충돌하면 서로가 적이 되어 쉽게 공격할 수 있는 구실을 주게 되거든요.

평화 실천은 나 자신부터
사회자 : 요즘에 우리나라가 갈수록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갈등이 심해지는 것 같아요. 갈등을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어야 하는데, 사실 이게 좀 막연합니다. 어떻게 하면 삶 속에서 평화를 구체화할 수 있을까요?
캐서린 : 그런데 평화가 사회적인 것이라고 한다면, 사회적이라는 것은 우리의 마음이 반영된 것이기 때문에 우리 안의 평화가 있지 않으면 바깥의 평화도 없습니다. 우선 우리 안에서 평화가 있어야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선생님?
홍순명 : 글쎄요. 그건 남의 문제가 아니고 내 문제가 아닌가 싶어요. 가까이서 할 수 있는 걸 내가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니까요. 모든 갈등을 내가 판단하고 비난하기보다, 객관적으로 보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건 나와 가정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걸 ‘네 책임이다’하면서 떠넘기면 한이 없어요. 나부터가 문제입니다. 날 떠나서 생각하는 것은 실현도 어렵고 또 자기 자신은 빠지게 됩니다.
캐서린 : 사람들은 사회문제가 발생했을 때 나는 여기 있고, 사회는 저기 있다고 거리를 둬요. 그러면서 사회는 나쁘고, 사회는 고쳐져야 한다고 말하죠. 하지만 나 자신도 그 사회의 일부분이라는 걸 알아야 해요.

식량주권과 폭발적으로 증가한‘유기농’상표
캐서린 : 지금 우리 보통 도시에서 먹는 음식들이 중국에서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지금 그렇게 의존하는 게 안전할까요?
홍순명 : 안전하지 않죠. 시사인 지난 호를 보니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이 80%대로 떨어졌다고 하더라고요. 재고로 쌓여 있던 수입쌀들은 다 식당으로 팔려나갔어요. 식당에서 원산지표기를 제대로 하지 않아도 우리는 모릅니다. 수입쌀이 마구 들어오고 있는데 말이죠. 중국에서는 농약을 많이 칩니다. 또 우리가 유기농업을 하지 않으면, 잘못하다가는 외국 것이 더 안전할 수 있어요. 그래서 유기농업을 살리는 일이 건강, 식량주권, 환경 등 모든 것과 관련돼있습니다. 시사인에 이런 이야기도 있었어요. 평균수명이 늘었지만 그만큼 질병기간이 같이 늘었다고요. 평균수명이 늘어난 만큼 건강하게 살려면 먹을거리가 아주 중요합니다. 농사라고 하는 것은 먹는 것만이 아니라 환경, 지역공동체, 정신건강과 다 연관됩니다. 가격이 싸다고 해서 외국에서 마구 수입하는 태도를 빨리 바꿔야 해요.
캐서린 : 정치인들이 식량주권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홍순명 : 돈만 생각하니 모르죠. 그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캐서린 : 일본은 식량주권 문제에 대해 멀리 생각한다고 하더라고요. 만일 중국이 한국에 농산물 수입을 중단하면 우리는 굉장히 큰 타격을 받게 될 것 같아요.
사회자 : 중국에서 좋은 음식이 넘어오지는 않거든요. 굉장히 독성이 강한 농약을 사용한 농산물들이 넘어온다고 하더라고요.
캐서린 : 제가 중국에 워크숍을 갔던 적이 있어요. 거기에서 “한국에서는 중국산이라고 하면 굉장히 위험하게 생각해”라고 했더니 그쪽에서 하는 말이 “중국에서 좋은 것은 다 우리 중국 사람이 우선 먹는거야”라면서 “한국 사람들은 제일 싼 것만 찾아”라는 겁니다. 할 말이 없더라고요. 일본인의 경우에는 중국에 땅을 사서 씨 뿌리는 것부터 전 과정을 다 감독한 후, 수확해서 가져간다고 하더라고요.
홍순명 : 요즘 친환경 유기농산물 광고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전국에서 유기농업 농사를 짓는 비율은 1%밖에 안 된대요. 얼마 전 미국에 갔을 때 만난 웬델 베리(Wendell Berry·80·편집자 주 : 미국의 작가이자 환경운동가)씨는 굉장히 걱정하더라고요. 미국에 파머스 마켓(farmer’s market)이며, 로컬푸드며, 지역을 지원하는 농업 등 여러 가지가 생겼는데 자기는 굉장히 걱정된다고요. 친환경 농산물이라는 게 쉽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면서요. 흙을 만드는 데만 몇십년이 걸리는데, 흙은 안 만들어놓고 다 딱지만 붙여서 파니까요. 먼저 흙을 좋게 하고, 공동체가 뒷받침을 하고, 어떤 정신적인 가치가 있어야 한다면서, 그 일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고 백년 걸려 조금 이루어지는 것인데, 갑자기 폭발적으로 늘어나니까 자기는 너무 걱정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대화로 공동체를 살리고, 흙을 살리고, 정신적인 가치를 갖지 않으면 농업도 무너지고 도시, 환경, 건강, 복지, 문화 다 무너질 것이 아닌가. 지금 그런 기로에 놓여 있지 않은가 우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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