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팔레스타인 소녀의 슬픈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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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팔레스타인 소녀의 슬픈 외침
  • 권기복<홍주중교감 ·칼럼위원>
  • 승인 2014.07.3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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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하루하루를 언제 죽을지 모르는 공포 속에 살고 있습니다.“
20일 넘게 교전과 공습이 벌어지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에 거주하는 16세 소녀 파라 베이커의 ‘슬픈 외침’이 전 세계인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가자지구 중심부에서 의사인 아버지와 살고 있는 파라는 자신의 끔찍한 기억을 트위터를 통해 전 세계인들에게 알리고 있다. 파라는 “폭탄 소리를 듣지 않고 아침을 먹은 적이 없으며, 문 밖에는 자동차가 불타고 있다” 면서 “얼마 전에는 아빠가 9살 아이 뇌에서 꺼낸 파편을 보여주기도 했다”고 팔레스타인의 슬픈 운명을 담담히 적었다. 새벽 3시. 지금도 어두운 밤하늘이 섬광으로 밝아지고 귀를 찢을 듯이 굉음이 울려 퍼진다. 곧 집 밖에 큼지막한 포탄이 떨어져 그 충격으로 지축이 흔들리자, 공포에 휩싸인 파라의 가슴도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고 했다.

소녀의 생생한 증언대로 현지 언론을 통해 들어오는 뉴스는 참혹함 그 자체라고 한다.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이 시작된 후 현재까지 가자지구에서 희생된 팔레스타인인이 무려 1085명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이 중 75%가 어린이들을 포함한 민간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세간에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씨를 말리고자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가자지구 의료 당국의 28일 샤티 난민촌 부근 놀이터에 이스라엘의 미사일 1발이 떨어져 어린이 9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주장이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최악의 전쟁터 한복판에서 살고 있는 파라는 “종종 전기가 나가 밤에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앉아 인근에서 들려오는 폭탄소리를 듣는다” 면서 “내 생애 벌써 3번이나 전쟁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제 울음을 멈출 수도 없다” 면서 “오늘밤 나는 날아오는 포탄에 죽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파라는 자신이 보고 듣고 겪은 끔찍한 상황을 매일 글과 사진, 동영상으로 남기며 전 세계인들과 공유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소녀의 바람처럼 평화롭게 모든 것이 끝날 것 같지는 않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하마스의 땅굴이 모두 파괴될 때까지 우리 군은 가자지구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한다. 가자지구를 중심으로 한 중동지역은 2700년 전에 유대왕국과 이스라엘 왕국이 존재하였으나 멸망 후 유태인들은 전 세계에 흩어져 살게 되었다. 나라 없는 설움과 핍박 속에서 온갖 멸시와 나치의 대학살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그런 사정으로는 한 나라 안에서 사람답게 살 권리를 부여받는 것은 당연하다.

유태인의 이스라엘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다. 제국주의 국가였던 영국이 제2차 세계대전 후의 경제복구를 위해 미국의 재력을 장악한 유태인들의 환심을 사려고 그들의 보호령이었던 팔레스티나 땅을 유태인들에게 넘긴 것이다. 이에 따라 1948년 미국과 영국 등 강대국들의 비호를 받으며 이스라엘 국가가 성립되고, 유태인들은 자신들의 나라를 갖게 되었다. 상대적으로 그 땅에서 2500여 년을 살아온 팔레스타인들은 꼼짝없이 유태인들의 지배를 받으며 살게 된 것이다. 민족이나 종교, 문화와 생활방식 모두가 다른 유태인과 팔레스타인인! 그들의 관계는 처음부터 ‘적과의 동침’일 수밖에 없었다. 수 천 년을 나라 없는 설움으로 살아온 유태인의 집착과 강대국 논리에 의해 수 천 년 동안 살아온 터전을 빼앗긴 팔레스타인인의 울분. 그 누가 상극되는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 한 강한 자의 포악성과 약한 자의 슬픈 외침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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