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여, 순교자의 영광이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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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여, 순교자의 영광이 비춘다’
  • 김현선 기자
  • 승인 2014.08.08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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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14일 4박 5일간의 일정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한다. 교황 방한은 1989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방문 이후 25년 만이다. 지난해 3월 교황 취임 이전부터 줄곧 가난하고 소외된 자, 정의를 위한 행보를 해 온 그가 이번 방한에서 어떤 메시지와 행적을 보일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한국에 오는 교황 프란치스코의 인기는 하늘이라도 찌를 기세이며, 인기만큼이나 방한에 거는 기대도 크다는 의미다.
이번 한국 방문의 성격은 사목방문, 공식 목적은 제6회 아시아 가톨릭청년대회 참석이다. 외형적으로는 어디까지나 종교적 차원의 방문이다. 방한 기간에 예정된 주요 행사를 봐도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식, 아시아 청년대회 참석, 한국 주교단 및 아시아 주교단 만남, 가톨릭 복지시설인 음성 꽃동네 방문 등 종교적 행사가 주를 이룬다. 평신도들이 자발적으로 신앙을 받아들여 교회를 세우고 목숨을 바쳐 신앙을 이어온 한국 천주교는 세계 가톨릭에서도 흔치 않은 역사를 지녔다. 자발적인 교리 연구를 통해 이벽(1754∼1785)과 이승훈(1756∼1801) 등을 중심으로 평신도 신앙공동체를 일궈 냈다.

이런 한국교회의 중요성과 상관없이 사목방문은 수위권(首位權)을 가진 세계 가톨릭의 수장으로서는 어디를 가든 당연하고도 기본적인 명분일 수밖에 없다. 그동안 교황이 걸어온 길과 그가 세상에 던진 메시지를 살펴보면 방한 목적이 단순히 종교적 차원에만 그치지 않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교황은 자신의 교황명을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에서 따왔다. 프란치스코 성인의 삶과 정신을 본받아 살겠다는 뜻이다. 즉, 교회는 가난한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하고 또한 가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전쟁에 반대하고 종교간 대화를 통해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지도 담겼다. 이처럼 ‘가난한 자를 위한 가난한 교회’를 외쳐 온 교황은 단지 한국이라는 특정 국가에 오는 게 아니라 상대적으로 소외된 아시아 지역을 찾는 것으로 봐야 한다. 그중에서도 불안한 미래에 떨고 있는 사회적 약자인 청년들을 만나러 온다.

교황은 또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인 남북의 화해와 한반도 평화가 동북아와 세계 평화에 꼭 필요하다는 인식을 여러 차례 내비쳤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는 14일 10시 30분 서울공항에서 나와 처음 가는 곳은 숙소인 청와대 인근의 주한교황청대사관이다. 방한 기간 내내 묵을 방은 요한 바오로 2세가 1984년과 1989년 두 차례 왔을 때 지내던 곳이다. 교황의 한국에서의 총 체류시간은 총 100시간인데 30분 단위로 촘촘히 짜여 있다. 교황은 낮 12시에 이곳에서 개인 미사를 보고 오후에는 청와대를 방문한다. 청와대 공식 환영식에 참석한 뒤 박근혜 대통령과 면담을 갖고 주요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연설한다. 이후 중곡동의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로 자리를 옮겨 한국천주교 주교단과 직원들을 만나 연설하는 것으로 첫날 일정을 마무리한다. 교황은 ‘주교들을 보려면 그들이 일하는 곳으로 가야 한다’며 주교회의 방문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한 이틀째인 15일은 광복절이자 천주교 성모승천대축일이다. 청와대에서 제공하는 전용헬기로 아침 일찍 충남·대전 지역으로 이동해 하루를 보낸다.

15일 오전 10시30분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천주교 신자들과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 등이 참석하는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한다. 4만8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교황은 강론을 통해 희생자 가족을 위로할 예정이다. 미사가 끝난 뒤에는 세월호 생존자와 유족을 따로 만날 예정이다. 실질적으로 대전에 머무는 시간은 3시간정도에 불과하다. 이어 오후 1시30분 세종시에 있는 대전가톨릭대에서 제6회 아시아 가톨릭청년대회에 참가한 각국의 청년 대표 20명과 오찬 간담회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시아 청년대회 홍보대사인 가수 보아와 20대 여성 신자가 ‘교황의 식탁’에 앉는 영광을 누린다. 오후 4시30분 당진 솔뫼성지로 이동한다. 교황은 오후 5시30분부터 두 시간 가량 아시아청년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당진 솔뫼성지에서 아시아 청년대회 참가자들을 만나 젊은이들의 고민을 듣고 청년들이 각자의 삶과 교회 쇄신, 사회 개혁을 위해 할 일이 무엇인지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13~17일 대전충남지역에서 열리는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에 교황이 참석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세계적으로 50만~200만 명 이상 가톨릭 청년들이 참가하는 대규모 세계청년대회가 아닌 아시아청년대회에 교황이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아청년대회는 세계청년대회에 경제적 사정으로 참가하기 어려웠던 아시아 젊은이들을 위해 아시아주교회의(FABC)에서 주최한 것으로 지난 1999년 태국에서 제1회대회가 열린 뒤 대만, 인도, 홍콩, 필리핀 등을 순회하며 3년마다 열리고 있다. 올해 대전에서 열리는 아시아청년대회(AYD)와 한국청년대회(KYD)의 공통 주제는 ‘젊은이여 일어나라! 순교자의 영광이 너희를 비추고 있다’로 아시아 22개 나라와 전국 교구에서 6000여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청년대회 참가자 2000명의 경우 천안시 동남구 목천읍에 있는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과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기숙사, 새마을금고 연수원에서 숙박한다. 또 한국청년대회 참가자 4000명은 홈스테이와 대학 기숙사, 내포지역 숙박업소 등을 이용할 계획이다. 16일에는 방한 최대 행사가 예정돼 있다. 순교자 124위 시복식이다.
 
오전 8시55분 한국천주교의 최대 순교지인 서소문 순교성지를 찾아 참배한다. 또 서울시청에서 광화문까지 1.2㎞ 구간에서 퍼레이드를 한 뒤 광화문광장 북쪽 끝에 설치된 제단에 올라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미사를 집전한다. 2시간 20분 가량에 걸친 시복식이 끝나면 장애인요양시설인 충북 음성의 꽃동네로 이동한다. 교황은 이곳에서 장애인들과 한국 수도자 4000여명, 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대표들을 차례로 만난다. 17일은 하루 대부분을 충남 서산 해미에서 머문다. 오전에 해미순교성지 성당에서 아시아 주교들을 만나고 함께 점심식사를 한다. 오후에는 인근 해미읍성에서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미사를 집전한다. 방한 마지막 날인 18일에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가 대미를 장식한다. 교황은 명동성당에서 한반도 평화메시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종교 화합을 강조해 온 그는 미사에 앞서 7대 종단 지도자들도 만난다. 미사를 마친 뒤 낮 12시45분 서울공항에서 간단한 환송식을 가지는 것으로 방한 일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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