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하나 주체하기 어려운 줄 비로소 알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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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하나 주체하기 어려운 줄 비로소 알았네
  • 장희구<시조시인 ·문학평론가>
  • 승인 2014.09.05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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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구 박사의 번안시조 만해 한용운의 시 읽기 <34>

歲寒衣不到戲作(세한의불도희작)

歲寒衣不到戲作(세한의불도희작) 

한 해가 바뀌어도 옷은 오지 않으니
몸 하나 주체하기 어려운 줄 이제 알겠네
요사이 더 궁금하여라, 마음속의 범숙 생각.

歲新無舊着    自覺一身多
세신무구착    자각일신다
少人知此意    范叔近如何
소인지차의    범숙근여하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다. 다른 동물에 비해 말할 줄 알고, 의복을 입어 부끄러운 곳을 가리며 추위와 더위를 지탱해 나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동물을 지배하며 지구상에서 산다. 조금 더우면 덥다고 하고, 조금 추우면 춥다고 하는 것이 인간이 계절에 순응하며 사는 원리다.

지금 같으면 한 벌 옷을 사 입으면 되겠지만 그 때는 그런 시절이었다. 늦게 온 겨울을 지탱하기가 어렵다는 술회를 하고 있다. 시인은 해는 바뀌어도 옷은 오지 않으니, 몸 하나도 주체하기 어려운 줄 비로소 알았네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몸 하나 주체하기 어려운 줄 비로소 알았네(歲寒衣不到戲作)로 번안해본 오언절구다. 작자는 만해(萬海) 한용운(韓龍雲:1879~1944)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해는 바뀌어도 옷은 오지 않으니 / 몸 하나도 주체하기 어려운 줄 비로소 알았네 // 이런 마음 아는 사람이 많지 않거니 / 범숙(范叔)은 요사이 그 어떠한지 궁금하여라]라는 시상이다. 아래 감상적 평설에서 다음과 같은 시인의 시상을 유추해 본다. ‘옷이 없어 몸 하나도 주체하기 어렵다네, 아는 사람 많지 않지만 범숙은 어떠한지’ 라는 화자의 상상력을 만난다.

위 시제는 [추운 겨울에도 옷은 없는데]로 번역된다. 혹독하게 추웠던 모양이다. 고향에서 겨울옷이 와야 그나마 한 겨울을 보낼 수 있을 텐데 조바심하는 마음으로 겨울옷을 기다리는 심사를 보이고 있는 작품이다. 시제에서 ‘작란 삼아 지었다’라고 했지만, 결코 작란어린 작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몸을 지탱하기 어려운 줄 비로소 알았다는 구절에서 이와 같은 생각을 지워버릴 수 없다.

시인은 추운 어느 겨울을 혹독하게 보내면서 겨울옷이 오기를 기다린다. 뉘엿뉘엿 철이 바뀌어 차가운 겨울이 되었는데 기다리던 옷이 오지 않아 몸 하나도 주체하기 어려운 줄 비로소 알았다라고 했다. 이렇게 보면 인간은 계절 앞에서 몸 하나도 제대로 지탱하지 못한 가냘프기 그지없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옷이 얇으면 햇머리 변화와 계절 앞에서 손발을 묶어 놓은 격이다.

화자는 옷을 보내 주지 못한 상대자나 일반인을 향하는 마음 하나를 전한다. 화자의 애타는 이런 마음 아는 이는 많지 않거니 나는 이런 추위를 견디지 못하거늘 [범숙]이는 요사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안부 한 마디를 위안을 삼는다. 범숙(范叔)은 전국시대 위나라 사람 범수(范睢)를 이른다는 기록은 있지만, 여기에서는 가족이나 친지로 추측되는 인물로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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