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넘어 발견한 그림 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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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 넘어 발견한 그림 실력
  • 김현선 기자
  • 승인 2014.10.23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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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연필로 그리고 싶은 그리움


“디스크가 파열됐습니다” 생각지 못한 의사의 진단이 내려졌다. 평생을 공무원으로 일하다 지난 2008년 퇴임한 후 홍북면에서 전원생활을 즐기던 유창구(63)씨는 지난 3월 디스크 수술을 받았다.

일선에서 물러난지도 꽤 된 그의 허리에 무리를 준 원인은 다름아닌 ‘그림’이었다. 지난해 처음 잡아본 연필은 그를 하얀 캔버스 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었다. 작업실이 따로 있지는 않다.

텃밭이 내려다보이는 거실 창 옆이 그가 그림을 그리는 공간이다.<사진> 그는 이곳에 이젤을 두고 하루를 다 보냈다. “연필 소묘에 빠져서 하루 종일 그림만 그렸습니다. 아침 5~6시에 눈을 뜨면 그때부터 잠들기 전인 9시~10시까지 계속 이젤 앞에 앉아 그림을 그렸습니다.

한번 연필을 잡으면 놓지 못하겠더라고요” 그림에 푹 빠진 그의 모습은 아내인 김혜경(60)씨도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남편은 활발하고 급한 성격이에요. 그런 사람이 저런 섬세한 작업을 하니 평생을 같이 산 저도 신기할 따름입니다”

그도 그럴것이 그는 평소 그림에 취미가 있거나 전시회를 보러다니는 사람이 아니었다. 활발한 성격에 맞게 운동을 좋아하던 그였다. 공무원으로 일할 당시에는 일요일이면 하루 종일 운동장에 있었다.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전국대회 등 각종 대회에 출전하기도 하고, 테니스 동호회를 만들어 지금은 사라진 ‘남산 테니스 클럽’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그때는 그림이 아닌 운동에 푹 빠져 관절에 무리가 온 후에야 테니스채를 내려놓았다.

그런 그가 처음 그림을 접하게 된 것은 지난해 봄 평생학습센터에서였다. “퇴임 후 취미를 가져보자는 생각에 평생학습센터에서 하는 연필 소묘 수업을 수강하게 되었습니다” 수강 기간 동안 그는 기초인 도형그리기부터 차근차근 그림 그리기에 대해 배워나갔다.

그러던 그가 동물 그림에 매력을 느끼게 된 것은 16주의 수강 기간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졸업반’이라하여 출품작을 내는데, 그때 곰인형을 그려서 낸 게 계기가 됐다. 금방이라도 액자를 뚫고 달려나올 것만 같은 표범과 점잖은 기품을 내뿜는 호랑이, 평화로운 풍경 속의 말까지, 그는 동물을 캔버스 위에 새로 살려내는 작업에 푹 빠졌다.

“사실 쉽지 않습니다. 털 한 올 한 올부터, 지우개로 지워서 그리는 수염, 동물들 저마다의 무늬와 맹수의 매섭게 노려보는 눈빛까지. 세심하게 표현해내야 하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그래도 한 작품을 완성해내고 나면 뿌듯합니다”

이렇게 한 점의 그림을 완성시키는데는 적게는 사흘에서 많게는 열흘의 시간이 걸린다. 아침부터 밤까지 그림에 매달려 있다보니 시간으로 환산하면 상당한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다. 지난해부터 그리기 시작한 그림은 어느새 80여점에 이른다.


범상치 않은 그의 그림실력이 소문나자 이제는 주위에서 전시요청이 들어온다. 홍성읍 옥암리에 위치한 한 갤러리 카페에서는 지난 3월부터 6개월 동안 그의 그림을 걸어두었다. 대한민국온천대축제에서도 그의 그림 2점이 전시되기도 했다.

취미로 시작해 환갑이 넘은 나이에 새로운 재능을 발견한 그는 여전히 그림을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크다. 디스크 수술 이후 건강이 조금 나아지면서 그는 다시 평생학습센터에 나가고 있다.

배우고 싶은 그림의 분야도 다양하다. 지금은 연필 정물·사물화를 배우고 있지만 언젠가는 인물화를 배워보고 싶다는 그다. 사람의 얼굴을 그리고 싶은 데는 그리움이 자리잡고 있다.

“어머니를 그려보고 싶습니다. 어머니는 이제 이 세상에 안계시지만 사진을 보고서라도 제 손으로 꼭 한번 그리운 얼굴 그려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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