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신부 최초로 성당을 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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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신부 최초로 성당을 짓다
  • 취재·한관우/사진·김경미
  • 승인 2014.11.2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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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홍주순교성지 성역화·관광자원화가 ‘답’ <17>

강원도 횡성 풍수원성당

한국인 신부가 지은 최초의 성당, 국내 네 번째
전국에서 1만 명 순례, 농촌경제 활성화 중심지


강원 횡성군 서원면 유현리 산골짜기에 고즈넉이 자리 잡은 풍수원 성당은 아름답다. 웅장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지극히 단아하고, 고색창연하지 않으나 깊은 내력마저 감추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서구식 건물이면서도 주변의 산세와 어긋난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1906년 한국인 신부가 최초로 지은 풍수원성당 전경.

어쩌면 그런 느낌은 이 성당의 탄생 내력과 무관치 않을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최초의 신앙촌이자 한국인 신부가 건립한 최초의 성당이기도 한 풍수원 성당. 1801년 신유박해 이후 용인을 근거로 한 40여 명의 천주교 신자들이 8일 동안 피난처를 찾아 헤매다 가까스로 정착한 곳이 지금의 풍수원이었고, 그때부터 풍수원 일대는 신앙공동체 생활의 터전이 되었다.

이후 1866년 병인박해 때와 1871년 신미양요 때 관헌들을 피해 온 신자들이 합류하면서 풍수원은 본격적인 신앙촌으로 자리 잡았다. 일부는 화전으로, 일부는 토기점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20여 년간 숨어 지내던 주민들은 1886년 한·불조약으로 신앙의 자유를 얻게 될 때까지, 또 처음 풍수원을 찾아들었던 때까지 치자면 무려 80여 년 동안 목자 없이 오로지 평신도들로만 신앙공동체를 유지해왔다.

신앙의 자유를 확보한 그 이듬해부터 신도들은 목자가 없는 양 떼들을 위해 신부가 상주해 돌보아주기를 강력히 열망하게 되었고, 그에 대한 응답으로 1888년 당시 조선교구에서는 풍수원 본당을 창립하고 초대 신부로 프랑스 출신 르 메르를 임명했다. 르 메르 신부는 이로써 춘천, 화천, 양구, 홍천, 원주, 양평 등 12개 군을 관할했고, 당시 신자 수는 2000여 명에 이르렀다.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벽돌조 구 사제관.

그때까지만 해도 서양식 성당 건물을 알지 못했던 이들은 초가집 20여 칸을 성당으로 사용했다. 그러다가 1896년 제2대 주임으로 부임한 정규하 신부가 주도하여 1905년 현재의 성당을 착공했고, 1907년 준공에 이어 1909년 낙성식을 거행했다. 한국인 신부가 지은 첫 번째 성당이자 이 땅에 들어선 네 번째 성당인 풍수원 성당은 1982년 강원도 지방문화재 제69호로 지정되었다.

풍수원 성당 김승오 아오스딩 신부의 설명에 따르면 “신도들이 직접 벽돌을 굽고 재목으로 쓸 아름드리나무를 구해오는 등 자체의 힘으로 지었는데, 그들이 보여준 열성은 가히 후대 신도들이 본받을 만한 것이었다. 총 건립비는 당시 6000원이 들었는데, 1500원이란 거금을 희사한 김말구 할아버지가 있었다. 그런데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술만 취하면 공사장으로 올라와 ‘내 돈 내놓으라’고 생떼를 썼다.

보다 못한 정 신부님이 ‘말구, 너 이리와! 네 돈 다 가져가라!’고 호통을 치면, ‘신부님,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며 꽁무니를 뺐지만 다시 술에 취하면 어김없이 공사장으로 올라왔으니, 그 허튼 실랑이를 지켜보던 신도들은 웃음으로써 공사판의 노고를 씻어낼 수 있었다”고 전한다. 현재 풍수원 성당에는 대강의실, 온돌방, 유물전시관 등을 갖춘 피정의 집이 있어 개인이나 단체로 피정을 원하는 순례자들을 맞고 있다.

고아한 자태의 본당 건물은 가끔 드라마나 영화의 촬영장소로 쓰이고 있다. 성당 왼쪽 언덕에는 ‘순례의 길’이 조성되어 있어 예수의 생애를 따라가며 수난과 영광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다. 군데군데 들어선 신도들의 무덤을 스쳐 지나 십자가의 예수상에 이르는 이 길은 사색을 겸한 산책로로 더없이 좋은 길이기도 하다. 지금 풍수원 성당은 성역화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대지 257만4000㎡(78만 평)에 바이블파크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 마무리되면 풍수원성당은 한국 천주교의 대표 성지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곳에서는 오래된 성당 하나로 농촌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횡성군 서원면의 2300여 주민들은 풍수원성당을 중심으로 신앙생활과 일상생활을 공유하며 ‘풍수원성당 교우 농특산품 판매장’을 마련, 지역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풍수원성당 고명규 문화해설사.

풍수원성당 신도회장이며 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는 고명규 횡성21세기정책연구소 소장은 “풍수원성지에는 관광객과 성지순례자들이 하루에 300여명, 주말에는 700여명이 찾고 있다”며 “따라서 풍수원성당 주차장 주변에는 자연스럽게 지역농산물을 판매하는 장이 들어섰다.

풍수원성당 김승오(아오스딩) 신부와 이규삼 서원농협 조합장의 협조로 만들어진 성당 주차장 30여평의 통나무건물에 지역의 농특산물 판매장을 마련하고 마을 주민들 10여명은 지역특산물인 산나물과 잡곡, 꿀 등을 판매한다. 많이 팔 때는 하루에 한 사람이 40만원을 넘을 때도 있으니 10여명 전체 연간 매출은 7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관광객들이 숙박과 식당 등으로 소비하는 것도 대략 연간 60억 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농특산물 가공품으로 유명한 서원농협은 이곳의 이미지를 판매와 연계시켜 도시소비자들과 직거래를 활성화시켜 잡곡, 기름류, 나물류, 한우 등으로 매년 270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풍수원성당 교우 농특산품 판매장. 무인판매장이 눈길을 끈다.

서원농협은 지역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은 100% 수매하여 팔아주기 때문에 이곳 농민들은 판매할 걱정 없이 오로지 생산에만 전념”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농촌지역인 관계로 주인이 없는 판매장에는 ‘무인판매’라는 푯말과 함께 판매할 농특산물들이 가지런히 진열돼 있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강원도와 횡성군이 국내 최대 성지 순례지인 서원면 유현리 풍수원성당 일대 22만6000여㎡에 95억 원을 들여 추진 중인 유현문화관광지(바이블 파크) 조성사업이 지난 7월 완료됐다. 명상, 휴양, 체험의 이색 콘셉트로 국내 최고 천주교 성지 순례지인 횡성 풍수원 성당 일원에 추진 중인 유현문화관광지 조성 사업이 2003년부터 1,2단계로 나눠 추진 중이며 지난해 4월 유물전시관과, 강론광장, 조경, 진입로, 오수처리시설 등 기반조성 중심의 1단계 사업이 완료된데 이어 2단계 사업이 지난 7월 마무리됐다.

2단계 사업은 총 7억여 원이 투입돼 과거 천주교 박해를 피해 풍수원으로 은둔한 신자들의 생계 유지 수단이었던 가마터 및 원터 복원을 비롯해 휴게실, 제대 등이 조성됐다는 설명이다. 풍수원 성당 관계자는 “풍수원 성당은 천주교를 믿는 신자가 아니더라도 성당의 멋을 관람하고 천주교 박해라는 시대적 아픔을 느껴보기에 알맞은 곳”이라며 “문화관광지로 개발돼 관광인프라 구축 및 지역주민 소득증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횡성군청 관계자는 “풍수원성당은 한국인 신부가 지은 최초의 성당이자 국내 네 번째로 신축된 성당으로 지난 1982년 지방문화재 제69호에 지정됐으며 고즈넉한 산간 배경과 고딕풍 양식의 빨간 벽돌 등 이색적 풍광으로 드라마 촬영지로 각광받는 동시에 성체현양대회를 통해 매년 전국에서 1만 명이 넘는 신도들이 순례를 다녀가고 있다”며 “국내 최고 천주교 성지 순례지인 풍수원 성당 일원에 명상, 휴양, 체험 시설을 조성, 휴식과 치유의 전국 제일의 관광지를 선보여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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