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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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사람
  • 변승기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5.04.1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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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사람이다’는 무슨 뜻일까? 일반적으로 정신적인 문제를 갖고 있는 사람, 무엇인가 남들과 다른 행동을 겉으로 보여주는 사람, 아니면 겨울에 여름옷을 입고 다니거나 여름에 겨울에 입는 두꺼운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인가? 또는 나의 기준에 벗어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인가? 나와 성격이 다른 사람인가?

세상에는 정말로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백인백색(百人百色)이란 표현처럼 외모뿐만 아니라 성격, 선호하는 것도 각양각색이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대처하는 방법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사람들은 이러한 차이점을 인정하고, 수용하면서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종 상식적인 기준에서 벗어나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상한 사람’을 만난다. 너무 기이하고 부적절하기 때문에 개성이 강한 행동으로 보기 힘든, 상태가 ‘비정상’인 사람이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이상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은 적절한 표현이라고 할 수 없다. 이상한 사람에 대한 기준은 있다. 사람이 겉으로 드러내는 행동은 다양하기 때문에 이상한 사람에 대한 기준을 말하기 전에 이해가 선행 조건임에는 틀림없다.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필연적으로 고통스럽고 불행하다고 느끼는 경험을 할 수 밖에 없다. 어릴 때부터 주 양육자인 부모로부터 학대나 차별을 받거나, 가정폭력에 주기적인 노출, 부모 중 한사람의 알코올 중독, 부부갈등으로 인한 잦은 부부싸움, 예기치 못한 사고 혹은 운명적인 부모의 사망이나 이혼, 성폭력, 부모의 높은 기대로 인한 학업에서의 고통, 학교폭력이나 따돌림에 노출, 입시실패, 형제자매의 보이지 않는 경쟁, 치명적인 질병을 갖고 있는 경우, 직장에서의 좌절이나 정리해고, 사회관계에서 인간적인 배신감의 경험, 사업의 실패나 경제적 파산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건들이 우리 삶의 일부분이 되고, 사람들에게 불행한 삶이라고 느끼게 만든다. 사람마다 삶의 과정에서 이런 부정적인 경험을 하는 시기와 불행한 사건의 내용 및 심각한 정도가 다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느 한 가지 혹은 복합적으로 이런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

삶의 위기와 강력한 도전을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정서적으로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사람도 있지만, 반대로 많은 사람들이 이 부정적인 경험을 하면서 심리적으로 지우기 어려운 마음의 상처를 받거나, 그 깊은 고통과 미묘한 갈등을 풀어내지 못하고 불행한 삶을 살아가기도 한다. 마음의 상처와 고통, 갈등을 오랫동안 깊이 간직하고, 견디기 어려운 상태가 지속되면 사람은 이상한 행동과 부적응적인 모습을 나타낸다. 어느 누구도 이와 같은 삶을 스스로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삶을 살아가면서 불행한 경험들이 이상행동 혹은 정서적 장애를 야기하는 원인이 되고 만다.

결국에는 고통스럽고 불행했던 과거를 경험한 것은 정서장애나 이상한 행동으로 나타나고, 이상행동과 정서장애를 보이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 배우자, 주변 사람들도 함께 불행과 고통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성격장애와 같은 심리적 문제를 가진 사람들은 가족이나 직장에서 끊임없는 갈등을 초래하기 때문에 주변 사람에게 고통을 주기도 한다. 때로는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고,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으로 인해 주변사람에게 신체적 손상을 입히는 경우도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이상한 사람의 기준은 먼저 이런 사람의 삶에 관한 이해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사람이 지속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고통이 반복되면 그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대체 수단이 필요하다. 그 고통을 피하거나 이겨내기 위해 강박적인 생각과 행동을 한다. 그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스스로 고통을 이겨내고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 이상한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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