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보다 ‘무엇을’이 더 중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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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다 ‘무엇을’이 더 중요한 이유
  • 정수연 <미디어활동가·주민기자>
  • 승인 2015.05.01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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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인의 SNS에 올라와 있는 동영상 하나를 재미있게 봤다. 동영상의 주제는 ‘청소년 자살 예방’으로 홍성여중 친구들의 작품이었다. 내용의 주제는 비록 무거웠지만 그 내용을 풀어내는 방식은 청소년답게 신선했다. 이미 자살을 선택한 화자의 독백으로 ‘다시 시간을 돌린다면 같은 선택을 하지 않겠다’란 내용의 동영상이었다. 동영상은 스톱모션(카메라로 사물을 조금씩 움직여 찍어서 그 사진들로 영상을 만드는 방식)기법을 사용하여 제작되어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정말 많은 UCC 공모전을 볼 수가 있다. (필자 역시 라디오제작물로 한두 번 도전해본 기억이 있다.) 그렇담 여기서 한 가지, 많은 사람들이 UCC는 동영상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다. 헌데 정말 그럴까? ‘UCC=동영상’일까? 만약 그렇다면 홍성여중 친구들의 작품은 동영상보다 사진에 가깝다고 해야 맞는지도 모른다.

답은 NO! UCC는 동영상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동영상의 동의어로 UCC라 표현하지만 진짜 UCC의 뜻은 ‘User Created Contents’로 사용자가 직접 제작한 콘텐츠란 의미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홍성여중 동영상을 재미있게 본 이유도 바로 여기, 친구들이 직접 제작한 콘텐츠, 즉 동영상에 그림이라는 친구들만의 스타일이 담겨져 있어서였다. 스톱모션기법을 사용하는데 있어 단순 사물을 촬영한 사진이 아닌 손수 그린 그림을 활용해서인지 ‘자살’이라는 문제를 생각하는 친구들의 깊은 감수성을 더 느낄 수 있었다.

흔히 미디어를 그저 동영상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 미디어는 뭐든지 될 수가 있다. 언어, 글, 그림, 소리, 심지어 몸동작까지도 생각과 느낌을 전달할 수만 있다면 미디어다. 앞선 홍성여중 친구들의 미디어는 바로 그림이었다. 그림과 그림을 이어 붙여서 자신들의 생각을 전한 것이다. 아마도 이 친구들에게 동영상이란 형식은 그저 편집프로그램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처럼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는 모든 분야에서 그렇겠지만 미디어제작에 있어서도 중요한 것은 ‘어떻게’가 아니라 ‘무엇을’이다. 뭘 이야기하고 싶은지가 정해져야지 그것에 맞는 표현방법을 찾을 수가 있는 것이다.

미디어를 제작하는 데 있어 처음부터 동영상제작위주의 활동을 필자는 권하고 싶지 않다. 특히나 아이들과 함께하는 미디어제작에 있어서는 더더욱 말이다. 그보다 아이가 어떤 미디어를 잘 활용하는지, 어떤 미디어를 통해 자기 생각을 잘 표현하는지를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다. 글을 잘 쓰는 아이라면 그 글을 낭독하는 라디오제작물을 제작하는 것이 더 재미있을지 모르고 홍성여중 친구들처럼 그림을 잘 그린다면 그림을 통한 애니메이션 작업이 동영상촬영보다 더 흥미진진할지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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