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것과 새것이 함께하는 이태원 경리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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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것과 새것이 함께하는 이태원 경리단길
  • 서용덕 기자
  • 승인 2015.06.05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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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의 골목상권 경쟁력 테마로 승부한다 <3>

 

개성적인 상점이 자리 잡은 경리단길.

독특한 상점 자리잡으며 새로운 명소로 부상
옛 정취 가득한 상점과 개성적인 상가 조화
서울 가장 낙후한 마을에서 예술마을 입소문 

서울 경리단길은 1㎞ 남짓한 짧은 거리로 최근 젊은 층이 즐겨 찾는 명물골목으로 떠오르는 곳이다. 행정구역상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2동 회화나무길로 초입에 있는 국군재정관리단의 옛 이름이 ‘육군중앙경리단’이었기 때문에 ‘경리단길’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에서 내려 2번 출구로 나와 남산 3호터널 방향으로 쭉 내려오면 시작되는 골목길이다. 경리단길의 초입에 있는 국군재정관리단을 지나면 언덕 꼭대기의 필리핀대사관까지 이른다.

 

경리단길에서 본 남산타워.

 

경리단길 초입에 위치한 제일시장.

초입에 세련된 카페들을 지나면 6.25 전쟁 이후부터 명맥을 이어온 제일시장을 비롯해 ‘이천 쌀 상회’ 등의 전통적인 상가를 보면 소도시의 작은 동네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지만 바로 옆에는 세련된 도회적인 상가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초입부터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탈리아, 미국, 일본, 터키, 멕시코 등의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음식 전문점들이 ‘숯불바비큐치킨’ 등의 토속적인 간판과 머리를 잇대고 같은 길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그래서 그런지 도시적인 카페와 레스토랑이 즐비함에도 묘한 낭만과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외국인들과 주민들 뿐 아니라 외부인들의 발걸음까지 끌어당기게 하는 경리단길만의 강력한 매력이다.

과거 경리단길은 용산미군부대와 인접한 평범한 동네였다. 작은 마트나 세탁소, 쌀집, 철물점, 분식집 등이 모여 있는 흔한 동네 골목에 불과했다. 그러나 5~6년 전부터 이태원역 인근 임대료의 상승으로 밀려난 소규모 상인들이 경리단길로 모이면서 개성 강한 커피점이나 모자가게, 옷가게, 음식점이 하루가 멀다 하고 문을 열었다. 덕분에 감각 있는 인테리어와 이국적인 분위기의 맛집이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해 점차 젊은이들의 데이트코스로 자리잡았다. 경리단 길을 자주 찾는다는 박미영 씨는 “골목마다 아기자기한 카페와 이색적인 맛집이 가득해 혼자 조용하게 일을 하거나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좋다”고 말했다. 경리단길 언덕을 따라 이어지는 골목 사이사이에는 작지만 저마다의 개성 넘치는 가게들이 진주처럼 숨어 있다. 경리단길은 윗골목과 아랫골목의 분위기가 다른데 윗골목은 대사관저를 비롯해 고급 주택들이 밀집해 있어 고급레스토랑과 와인 전문점 등이 자리잡고 있다. 반면 아랫골목에는 6.25 전쟁 이후부터 명맥을 이어온 제일시장을 비롯한 전통적인 상가와 타이, 이탈리아, 멕시코 등 이국적인 음식점 등이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마음에 드는 곳에서 식사를 마치고 골목 구석구석을 탐험하듯 산책을 하다보면 아기자기한 소품이 가득한 가게들이 발길을 붙잡는다. 경리단길에서 조금만 샛길로 빠져나와도 시끌벅적한 분위기는 순식간에 고요해진다. 평범한 주택가 사이에 색색으로 알록달록 꾸며진 카페들이 앙증맞게 모여 있다. 커피나 과일, 케이크, 초콜릿부터 쿠키, 마카롱, 푸딩, 타르트, 에클레어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알고 보면 해외 유학파 파티셰들이 직접 카페를 운영하는 곳도 꽤 많다.

길을 따라 더 오르면 30년도 더 된 성지모텔이 자리하고 있다. 성지모텔을 지나면 가파른 언덕을 따라 올라가면 어느덧 소박한 골목은 어느새 사라지고 남산타워가 보이는 화려한 야경과 넓고 커다란 대사관 공관과 고급스러운 카페, 음식점, 고급 가구점 등이 줄을 잇는다. 하나의 길에 과거와 현재, 소박한 서민의 공간과 화려한 부촌이 함께하고 있어 기묘한 느낌을 받는다. 경리단길에서 샛길로 조금만 빠지면 수많은 골목이 미로처럼 뻗어 있는 마을인 해방촌을 만날 수 있다. 한때는 서울에서 가장 낙후된 곳으로 알려졌으나 지금은 낡은 옛 서울의 모습과 이국적인 풍경이 독특하게 어우러진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낮과 밤의 모습이 확연하게 다른 해방촌은 낮에는 한적한 카페가 들어선 조용한 거리지만 밤이면 사람들로 북적거리며 연신 활기를 띤다.

 

해방촌 골목길 벽화.

해방촌은 서울시 용산구 용산2가동의 대부분과 용산1가동의 일부가 포함되는 지역으로 용산고등학교의 동쪽, 남산타워의 남쪽, 곧 남산 밑의 언덕에 형성된 마을이다. 이곳은 1945년 광복과 함께 해외에서 돌아온 사람들과 또 북쪽에서 월남한 사람들, 그리고 한국전쟁으로 인해 피난을 온 사람들이 정착하면서부터 해방촌이라 불리게 되었다. 해방촌은 6.25전쟁 이후 실향민과 이촌향도의 흐름 속에서 시골에서 올라온 많은 사람들이 토막집을 짓고 지낸 곳으로 서민의 애환이 담긴 마을이다. 지금은 실향민 대신 원어민 교사 등이 자리 잡고 있다. 경리단길과 연결된 해방촌 골목길엔 이국적인 레스토랑, 카페, 펍이 줄지어 있다. 어느 집을 가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대부분 이름난 맛집이다. 해방촌의 한 주민은 “용산기지가 있던 당시에는 미군들이 세들어 살았는데 지금은 필리핀 등에서 온 외국인 강사들이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해방촌 길을 따라 걸으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낡은 건물과 간판들이 즐비하고 미로처럼 좁은 골목 사이로 들어서면 알록달록한 색색의 벽화들이 낡은 풍경속에 자연스레 녹아들어 있다. 남산자락에 위치한 해방촌은 지대가 매우 높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가 바로 108계단이다. 이 108계단은 주민들의 노력 덕분에 드라마 촬영지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용산구청이 추진한 아트 빌리지, 담장 허물기 사업이 함께 108계단을 비롯한 동네 곳곳에 벽화가 그려지고 아기자기한 조형물이 설치돼 볼거리가 풍성해져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손색이 없는 곳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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