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하며 믿고 신뢰하며 살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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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하며 믿고 신뢰하며 살아야”
  • 서용덕 기자
  • 승인 2015.08.0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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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문화가정 선정된 이해풍·하희자 부부

충남도가 선정하는 홍성군 평등문화가정으로 선정된 이해풍(69)·하희자(56) 부부를 만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내 하희자 씨는 내포가정상담센터 대표이사 및 홍성가정폭력상담소장으로 활동하며 가정폭력 등으로 고통 받는 여성들에게 힘이 되어왔으며, 남편 이해풍 씨는 법무법인 홍주에서 30여 년간 사무장으로 근무하다 올해 대장암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를 위해 은퇴했다.

평등문화가정으로 선정된 이해풍·하희자 부부

아내 하 씨는 남모르게 활동을 지원해준 남편이 없었다면 지금의 여성운동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평소 말하지 못했던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개인사업을 하며 사회활동을 했지만 여성운동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도 안 하고 있었죠. 우연히 큰 아이가 중학교 3학년이 되던 때 자모회장을 맡았던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여성운동을 하며 많은 어려움을 겪어 왔는데 그때마다 이해해주고 뒷받침해준 남편이 없었다면 못했을 거예요.” 아내 하 씨의 말에 남편 이 씨는 그저 지금까지 일과 가정에서 주어진 역할에 열심히 했을 뿐 특별한 것은 없다며 겸손한 소감을 말했다. 이 씨는 “특별하게 잘했다고 내세울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아내가 가정 일도 사회 일도 열심히 하니까 자연히 호응하고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해풍·하희자 부부는 지난 1973년 결혼해 슬하에 딸 2명을 두고 지금까지 살아오며 가사와 경제 활동에서 서로의 역할을 구별하지 않고 함께 참여하는 것이 일상이다.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부부는 어느 한 사람이 힘들고 바쁘면 여유 있는 사람이 청소며 빨래, 식사 등 각종 가사를 분담해 왔다. 이 씨는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꾸준히 가사를 함께 해오고 있다. 내색하지 않고 자신의 활동을 믿고 지지해준 남편에게 아내 하 씨는 “남편이 예전에는 술을 굉장히 좋아했는데 술을 마실 때면 늘 차를 두고 가는 것이 궁금해 어느 날 물었더니 ‘혹시 당신 일하는데 명예에 흠이 갈까 싶어 그랬다’고 하더라”며 “말없이 사소한 것에도 생각해 주는 것에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가정폭력 피해자를 위한 긴급피난처를 운영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그런 시설이 없어서 피해자가 발생하면 우리 집에 피신처를 제공했다”며 “가정폭력 피해 여성과 그 자녀들까지 피신해 있는 경우가 많아 남들 같으면 불평불만을 토했을 텐데 그런 것 없이 피해여성을 함께 도왔다”고 말했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아내를 보며 이 씨는 “불만이 전혀 없었다면 거짓말이 아니겠냐”며 “하지만 가정에도 충실하고 사회에서 맡은 일에도 열심히 하는 것을 아는데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마음을 가져야 믿고 신뢰하며 살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부부의 삶을 옆에서 오랜 세월 지켜봐온 이해숙 전 군의원은 “하희자 소장님이 수 년 동안 아무도 모르게 피해여성을 자신의 집에서 직접 돌보며 살아왔는데 묵묵히 뒤에서 도와준 이해풍 씨의 조력이 없었다면 불가능 했을 것”이라며 “이번에 평등문화상을 수상한 것도 많이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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