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다르기 때문에 더 아름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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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다르기 때문에 더 아름다워요”
  • <당진시대·홍주신문·태안신문·청양신문 연합기획취
  • 승인 2015.08.27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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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쳐야산다, 사회적협동조합 ④

다문화 인형극단 ‘모두’협동조합

“2009년이었습니다. 몽골, 중국, 일본, 베트남, 필리핀, 이란 등에서 이주한 엄마들이 인형극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내 아이가 한국사회에서 편견 없이 살아가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이 모여 자국의 문화를 알리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참 많은 학교, 도서관, 유치원, 어린이 집 등을 다녔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우리가 하고 있는 활동에 큰 관심을 가져주고, 힘찬 박수를 보내주시는 분들을 보면서 우리의 작은 몸짓으로 다문화사회에 대한 인식이 변해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이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몽골에서는 한국을 ‘설렁거스(무지개 나라)’라고 부릅니다. 이란에서는 바다에서 사는 큰 동물인 ‘고래’에 비유합니다. 무지개의 꿈을 가지고 온 이곳에서 고래만큼 큰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함께 웃고, 울며 이웃으로 살아가기를 희망합니다.” 다양한 문화를 통해 문화의 다양성을 알리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다문화인형극단 모두협동조합’은 자발적 희망공동체의 정신을 실천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 볼로르 토야(38) 대표의 설명이다.

 

다문화인형극단 ‘모두’협동조합(마을기업) 조합원들 모습(앞줄 오른쪽 두번째가 볼로르 토야 대표).

다문화인형극단 모두협동조합은 자발적 희망공동체정신 실천 노력
결혼이주여성들이 일할 수 있는 터전, 경제적인 자립의 길을 모색
마을기업의 정체성 잊지 않으면서 다문화 교육사업과 홍보에 최선

인형극단 ‘모두’는 6년 전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의 다문화 도서관 ‘모두’를 근거지로 만들어진 결혼이주여성들의 친목 모임이었다. 지난 2013년 10월 협동조합으로 조직을 정비해 11월 서울시의 마을기업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본격적인 자립의 길을 걷고 있다. 현재 정조합원은 모두 6명이다. 몽골에서 온 볼로르 토야(38) 대표와 앙흐 토야(39), 일본에서 온 아베 미츠코(48)와 나카이 미유키(53), 이란 출신으로 한국에서 15년째 살고 있는 메헤란 씨는 귀화해 이혜란(49)으로 이름까지 바꿨으며, 그리고 ‘모두’의 살림을 맡고 있는 한국인 김정연(44)사무장 등이다.

 

모두협동조합은 이주여성들 스스로가 조직한 자발적 희망 공동체라고 말하는 볼로르 토야 대표.

여러 나라의 문화를 알리는 차원을 넘어 결혼이주여성들이 일할 수 있는 터전, 경제적인 자립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모두’ 협동조합의 본질적인 꿈이고 목표다. “다문화인형극단 ‘모두’ 협동조합은 이주여성들의 인권증진과 일자리창출을 위해 당사자인 이주여성 스스로 운영하는 자발적 희망 공동체이며, 다양한 나라의 여성들이 문화다양성에 기반한 세계시민교육을 통해, 가치 있는 일자리를 함께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주민으로 구성된 찾아가는 다문화 인형극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문화 다양성교육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반편견·반차별 교육 및 세계시민교육 △다문화 관련 각종 축제 및 행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구체적으로 주요사업을 설명한다면 “첫째 인형극 공연인데, 세계 여러 나라의 전래동화가 신나고 재미있는 인형극으로 펼쳐집니다. 다양한 나라의 문화가 신나는 인형극과 어우러져 가르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법을 배웁니다. 다음으로는 스토리텔링을 들 수 있는데, 옛이야기 속에는 무한한 상상력이 담겨 있습니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과 듣는 사람 사이에 교감이 이루어지고, 어휘력도 풍부해집니다. 이중언어로 들려주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다양한 나라의 언어와 그 속에 담긴 문화의 고유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우리는 또 서로를 알아갑니다. 셋째로 문화의 다양성을 들 수 있는데, 이는 어린이 집과 유치원 등을 방문하여 영유아 친구들에게 이야기책을 읽어 주거나 패널시어터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활동을 합니다. 동화와 관련된 재미있는 놀이, 한국과 다양한 나라의 문화를 비교하여 같은 점과 다른 점을 찾는 활동을 통해 어릴 때부터 문화의 다양성을 익히면서 생각을 확장하고 다름이 틀림이 아니라는 것을 익히죠. 마지막으로 다양한 나라로 여행을 떠납니다. 다국의 날은 각 나라의 문화소개, 인형극 공연, 전통놀이와 음식체험을 하고, 야미야미 다문화는 음식을 만들고 같이 먹으면서 맛있는 다문화를 접하고, 문화야 놀자는 전통놀이를 하면서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는 시간 등으로 협동조합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토그래퍼 스토리텔링 등을 통해 문화의 다양성을 익힌다.

 

필리핀 인형극의 한 장면.

지난해 초 지인의 협조로 이문동 주택가에 독립된 사무실(동대문구 신이문로4길 59)까지 마련한 조합원들은 1주일에 서너 차례 모여 인형극을 만들고 공연을 위해 연습을 하고, 협동조합의 실험을 통한 꿈을 다지고 있다. 조합원들이 만든 인형극은 몽골, 일본, 베트남, 이란, 필리핀, 중국 등 나라별로 2~3개씩 총 20여 개나 된다. 이렇게 갈고 다듬은 인형극을 동대문구의 어린이집과 초등학교를 돌며 선보이고 있다. 이제 ‘마을기업’으로 시작한 만큼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재정적으로 자립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2008년 다문화어린이도서관 문을 열고, 도서관 활동을 8년 정도 하다가 협동조합으로 몸을 옮긴 지도 벌써 2년이 지났다는 김정연 씨는 “다문화 협동조합은 ‘모두’의 이름을 달고 있고 도서관에서 동아리로 시작하였지만, 지금은 어엿한 법인으로 독립하여 이주여성 스스로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 하고, 운영상으로도 아직 미숙하여 여러 가지로 어렵지만, 꿋꿋이 자리매김하려고 애를 쓰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2014년 1월 3일, 처음으로 우리만의 공간을 가지고 독립적으로 협동조합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협동조합’이라는 것을 예전처럼 ‘동아리’로 생각했었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나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목표하는 바를 함께 맞춰가려는 노력이 많이 부족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책임감이나 조합의 생존에 대한 불안감이 깊었고, 또 어떤 사람은 조합의 지속성보다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하면서 주변 조합원보다 본인의 안정을 위하는 것에 몰입하기도 했다”면서 “누가 옳고, 누가 틀린 것이 아니고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존재들이므로 생각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고, 함께 하는 생각을 같은 방향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이것을 깨닫는 데에 참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물론 중간 중간 자각을 통해 변화하려는 움직임도 있었습니다. 이주민 스스로가 일부 조합원들(특히 한국인들)에게 기대어 협동조합을 시작하려고 했다는 사실을 자각하면서 ‘우리도 공부하자’며 늦은 밤 카톡으로 주고받기도 했습니다. 너무나 감동적인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다문화인형극단 ‘모두’의 조합원들은 서울시 전역의 초등학교, 도서관과 6개월 단위로 계약을 완료한 상태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다문화어린이도서관에는 1주일에 한 번씩 지속적으로 재능기부 수업을 진행하는 등 마을기업으로서의 정체성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다문화 교육사업 확대와 홍보에도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는 다부진 포부는 이미 깊은 가능성이라는 기대와 응원 속에 우리사회에 뿌리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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