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받는 존재에서 사랑 전하는 존재되길”
상태바
“사랑 받는 존재에서 사랑 전하는 존재되길”
  • 글=장윤수 기자/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5.10.15 14: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은농장 김정애 대표·막내 딸 하은 양

 

▲ 하은이의 모습.
홍성 오일장 주변을 걷다보면 작고도 독특한 가게 하나가 눈에 띈다. ‘에그 샵(Egg Shop)’ 이라고 이름 붙여진 계란 판매점으로, 간판 아래에는 ‘하은농장’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에그 샵은 항상 문을 열고 있진 않지만 내부가 카페처럼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어 독특한 느낌이 든다. 궁금한 마음에 간판 아래에 적힌 결성면 하은농장을 찾았다.

“에그 샵은 오고가는 분들이 계란만 사가는 것이 아니라 들러서 커피도 마시고 쉼을 얻고 가라는 뜻으로 내부를 예쁘게 꾸몄죠. 하지만 제가 바쁘다보니 항상 문을 열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은농장 대표 김정애(60) 씨의 말이다. 자신을 ‘하은 엄마’라고 불러달라는 그녀는, 막내딸의 이름을 따 농장 이름도 하은농장이라 지었다.

“하은이는 인큐베이터에 있을 때 입양한 가슴으로 낳은 아이입니다. 이미 제게는 딸 둘과 아들 하나가 있었는데, 그때부터 딸이 셋이 됐죠.” 김 씨는 오래 전부터 농장을 운영해왔다. 그러나 지난 2001년 폭설로 인해 축사가 다 무너지는 등 큰 어려움을 겪었고, 서울을 오가며 시위와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신앙인이기도 한 그녀는 하나님께 일이 잘 해결되게 해 달라고 기도했는데 이뤄졌고 이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하은이를 입양했다.

“하은이는 코넬리아드랑게증후군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습니다. 양 손에 손가락이 하나씩 밖에 없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죠. 실제 나이는 15살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아직도 신생아와 같습니다.” 하은이는 11가지 병을 갖고 1.2kg이라는 작은 체구로 태어나 병원에서도 살 수 있으리란 보장이 없어 일단 위탁만 하고 입양은 기다려보자고 했지만 김 씨는 입양을 결정했다. 그는 “지금 돌이켜보면 내 인생에서 제일 값지고 제일 잘 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은이가 어렸던 5년 동안은 한 해에 1억 원 이상씩은 수술비나 치료비로 들어갔죠.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고3이 됐을 때도 저는 하은이를 돌보느라 입시가 뭔지 알지도 못했고, 용돈도 제대로 못 줬죠. 그럼에도 불평 한 마디 없었던 아이들이 참 고맙기만 합니다. 제가 아무리 입양을 하고 아이를 키우고 싶어도 가족들이 동의하지 않고 협조하지 않으면 그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으니 말이죠. 지금 하은이는 아주 건강해져 면역력도 높아지고 병원도 자주 가지 않고 있습니다.”

김 씨의 자녀들은 대학으로 진학할 때 두 가지 약속을 했는데, 하나는 학비가 들어가지 않는 농업대학에 진학하는 것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시골에 살며 동생을 돌보겠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자녀들 모두가 농업대학을 졸업하고 전공을 살려 농장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 “저희 농장이 독특한 점은 온 가족이 다함께 농장 일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가족의 범주에는 심지어 사위와 사돈총각까지 속해 있으니까요. 어찌보면 하은이가 이렇게 다복한 농장을 꾸릴 수 있는 축복을 준 셈이죠.”

▲ 하은농장에 있는 하은이의 명의로 된 집.

자녀들이 젊은 농축산업인으로서 농장 일을 하다 보니 분뇨를 퇴비로 가공하는 설비를 3대 이상 갖추고 있는 등 선진화된 시설 투자를 많이 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 하은농장은 돼지 2500두, 한우 270마리, 산란계 5만 수 규모의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계란의 경우 지역민들에게는 항상 신선한 것을 제공하고자 마트와 판매점 등에 생산 즉시 납품하고 있다. 김 씨는 앞으로 더 큰 꿈을 가지고 있다.

“농장에 있는 저희 집을 하은이 명의로 해 놓았습니다. 또 앞으로 하은이가 성인이 되면, 하은이 이름을 단 재단을 설립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하은이가 세상에 와서 사랑을 받기만 하다가 간 아이가 아닌, 타인에게 사랑을 전해준 존재로 기억되게 하고 싶습니다. 더불어 지금 우리 가족에게도 무엇보다 큰 축복을 준 소중한 존재인 우리 하은이가 앞으로도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 가장 큰 소망입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