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골목길, 스토리와 디자인을 입혀야 뜬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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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골목길, 스토리와 디자인을 입혀야 뜬다 <12>
  • 한기원·장윤수 기자
  • 승인 2015.11.20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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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가 흐르는 골목길스토리, 도시브랜드로 뜬다

 

▲ 충북 청주의 낡은 달동네인 수암골은 옛 것에 벽화를 입혀 드라마 촬영지로 뜨면서 전국적 관광명소가 됐다.


도시마다 스토리텔링 통한 지역의 특성 살리기 열기 뜨거워
골목길의 가치, 주민스스로 배경과 역사를 찾는 노력 필요해
농업, 스토리텔링 활용 관광객 증가·지역브랜드 이미지 제고
대구, 남겨진 근대유산이야기 재탄생 골목길투어 성공 눈길

요즘 도시마다 스토리텔링을 통한 지역 알리기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이런 골목길에 스토리가 없으면 지역이나 도시를 상징하는 브랜드가 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골목길에는 마을 이야기 등 다양한 스토리가 있기 때문에 이를 잘 구성하고 발굴해 전달 시스템을 만들어 이야기가 있는 지역의 관광홍보 전략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의 생활이 그만큼 스토리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갈 때도 우리는 그 식당의 주인과 음식에 얽힌 사연, 에피소드 등을 떠올린다.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현재 우리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넓은 범주에서는 스토리다.
농촌지역인 홍성의 골목은 대부분 낮다. 낮은 담으로 구획돼 있어 고개를 돌리면 집안이 다 보인다. 골목은 좁다. 하지만 정감이 있다. 두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기에 딱 맞은 정도가 대부분이다. 앞에 오는 사람을 살펴야 하고, 아는 체를 해야 부딪치지 않고 지날 수 있다. 따라서 골목은 생활터전이다.
마당이 비좁은 아이들은 골목에서 뛰어논다. 아낙네들은 골목에 모여 수다를 떤다. 따라서 홍성의 골목길 복원이나 재생사업도 마찬가지지만 겉모양만 번듯하게 만드는 골목사업은 실패로 끝날 것이라는 결론이 분명해 보인다. 행정기관이 의욕만 부린다고 해서 현실이 개선되는 건 아니다. 주민들은 스스로 골목복원이나 재생 아이디어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골목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주민들 스스로 골목의 독특한 배경과 역사를 찾고 아이디어를 내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주민들의 의견을 모으고 구심점이 되는 실행기구나 조직을 구성해 주민들을 위한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대표적으로 남이섬의 경우 전체가 ‘겨울연가’의 스토리를 중심으로 재구성되어 있고, 관광객들로 북적거린다. 곳곳에 드라마 장면이 전시되어 있고, 사람들은 주인공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어본다. 주인공이 즐겨 먹는 음식, 애장품을 찾는다. 드라마에서 파생된 음악과 주인공의 사진, 캐릭터, 기념품, 의류 등 겨울연가의 부가가치는 천문학적인 숫자에 이른다고 한다. 상품에 스토리를 입히면 부가가치가 높아진다.
고객에게 상품을 더 각인시켜 줄 수 있는 방법의 하나로 상품에 영웅이 된 이들의 이야기를 입히는 것은 이제 일상적인 것이 되고 있다. 관광도 요즘은 단순히 유적지나 명승지를 관람하기보다 골목길을 직접 걸으며 그에 얽힌, 소소하지만 숨겨진 이야기를 듣는 프로그램에 더 만족하는 경향이다. 때문에 많은 지자체에서 그 지역을 소재로 한 스토리텔링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전주지방에서는 전주에 뿌리를 둔 역사적 인물에 대한 스토리텔링 사업을 논의하고, 순천에서는 남도 삼백리길 이야기, 영월은 장릉, 청령포, 단종역사관 등을 연계해 영월만의 이야기를 엮어냈다. 각 지역마다 명소와 명품에 스토리라는 옷을 입히고 스토리라인으로 벨트화하여 관광 상품으로 거듭나게 노력하고 있다.
농업에서도 스토리텔링이 활용되고 있다. 섬진강 매화 마을은 매화 농장을 개척한 일대기를 스케치하고 그것을 스토리화해 이름난 관광지가 되었고, 그곳의 매실 제품은 고가의 브랜드가 되었다. 마을, 농산물, 생태유산에 관한 스토리 책자를 만드는 지자체도 있다.
대구는 훌륭한 인재와 문화재, 유적, 명산, 유서 깊은 거리에 스토리를 입혔다. 최근에는 지역재생의 개념에서 기존에 논의되었던 산업적 측면의 도시재생 개념에 비해 인문학적 측면과 문화적 내용이 강조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주요 정책으로서 ‘창조경제’를 내세우고 있어 이러한 배경과 최근의 발전상황이 부합한다. 한국의 발전전략 트렌드가 산업화에서 정보화로, 정보화에서 창조화의 시대로 변화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근거다.
이와 같이 이야기가 창조경제 시대 주요 산업들의 부가가치를 증대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이야기 산업화’에 대한 필요성도 대두되기 시작했다. 콘텐츠산업의 원재료 정도로 인식되던 이야기가 스토리텔링을 중심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확산과 진화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발전의 토대가 되었던 스토리텔링의 사례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본의 작은 도시 돗토리(鳥取)시는 유별난 곳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찾는 유명 관광지다. 충남 태안의 경우와 같이 거대한 모래밭인 사구도 유명하지만, 돗토리를 더 특별하게 부각시키는 주제는 요괴들의 스토리텔링이다.
돗토리현 출신 만화가 미즈키 시게루의 작품 ‘게게게의 기타로’에 등장하는 귀여운 요괴들을 대거 전시한 기념관, 주변 거리에는 100여 개 이상의 요괴 동상이 늘어서 있다. 이 도시는 인구 감소와 더불어 오랜 불황으로 지역상권이 매년 감소하는 상황이었는데, 한 문화담당 공무원의 제안으로 요괴 모형을 집 앞에 설치하여 차별화를 통해 관광도시가 됐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구를 비롯한 오랜 역사문화 속에 남겨진 근대유산을 하나의 이야기로 재탄생시킨 골목길투어 프로젝트가 있다.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며 지역을 거쳐 간 사람들의 역사를 통해 도시의 삶을 문화로 바꾸어 가고 있는 것이다. 대구 중구는 지역이 가지고 있는 역사문화유산인 3·1 만세운동 길, 시인 이상화 고택, 서상돈 고택 등 문화유산과 이를 연결하는 골목길을 재단장하고 이야기를 입혀 성공을 거뒀다.
100년 전에도 있었지만 대구 사람들조차 잘 몰랐던 오래된 유산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를 통해 관광장소가 적다고 여겼던 대구에 매년 2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진골목, 근대대구박물관, 선교사 사택, 삼성상회, 이상화 고택, 문인과 화가들의 찻집과 음악 감상실 등을 구경하러 찾아오기 시작했다. 관광지와 먹거리 상품을 연계하여 지역을 활성화하고 골목길 주변의 상권이 살아나는 효과를 누렸다. 과거와 현대가 어울리면서 나타난 독특한 이야기도 있는데, 중구 대봉동 방천시장에는 ‘김광석 길’이 있다. 이곳에서 태어난 그는 32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시장 옆 골목길엔 기타를 치는 형상과 벽화 등 그를 기리는 조형물이 많다.
골목길을 걸으면 ‘이등병의 편지’나 ‘먼지가 되어’ 같은 그의 노래가 절로 흥얼거려진다. 대구는 골목길 스토리텔링사업의 성공으로 지난 2013년 지역문화브랜드 대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하나의 가치사슬처럼 발굴과 창조에서 전달과 소통으로 이어져 참여와 지속성을 담보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이어지고, 지역에 성공의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중요한 것은 스토리의 원천이나 소재 발생 등은 가슴 뛰는 꿈과 희망, 욕망이나, 어려움을 극복하고 신명나게 꿈을 펼쳐가는 이야기 뿐 아니라, 함께 나누고 소통하며 행복감을 느끼는 이야기다. 또한 지역주민들의 삶과 삶의 터전이 지닌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고 위로해주는 등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체험과 공유되는 원천으로서, 지역 자체의 이야기와 이어진다. 이는 궁극적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및 관광객의 증가, 지역브랜드 이미지의 제고, 자생력의 강화 등 지속가능성을 갖는 다양한 성과로 나타나게 된다. 특히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성장·발전시킨다면 지역을 대표하는 도시브랜드로 뜰 수도 있다.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옛 골목길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끝>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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