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에서 출발하는 내포지역 천주교 공소 탐험〈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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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에서 출발하는 내포지역 천주교 공소 탐험〈20〉
  • 조현옥 전문기자·김경미 기자
  • 승인 2015.11.26 12: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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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보내는 공소行 편지
▲ 갈산공소.


공리마을을 떠나 갈산IC를 거쳐 서산과 남당리로 뻗는 네거리 신호등에 섰습니다. 우측으로는 갈산 장터가 보입니다. 바다가 가까운 갈산은 싱싱한 해물을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남당리 쪽으로 신호등을 건너 오른쪽 산을 등지고 앉아 있는 삼층짜리 건물 앞에 도착했습니다. 여태껏 만나던 공소와는 다르게 식당과 함께 거주하는 다소 현대적 공소입니다.

계단 옆에 공소 신자들의 연락처가 있군요. 작고 순박한 김재숙 회장님의 연락처를 누르다가 마지막에 있는 자매님과 연락이 닿아 공소를 잠시 볼 수 있었습니다. 반가운 것은 홍성성당이 새로 건물을 올리기 전에 사용했던 긴 의자와 의자깔개였습니다.

사라진 건물에 대한 추억이나 우정이라고 해야 할까요? 자그마한 탁자 앞에 누군가 정성스럽게 손뜨개를 한 흰 바구니가 놓여 있군요. 홍성 관내 공소에서 보지 못한 화장실이 달려있는 그래도 조금 편리한 공소입니다. 잠시 앉아 기도를 하고 가져간 차를 마시고 홍성으로 돌아오는 버스시간을 살폈습니다. 누구의 생각일까요? 커다란 벽시계 아래에 손으로 쓴 종이 한 장을 붙여놓았는데 홍성행 버스시간표입니다. 덕분에 공소 앞에서 출발하는 가장 빠른 버스를 놓치지 않고 탈 수 있었습니다. 갈산공소는 해미와 서산으로 가는 교두보이면서 홍성으로의 진출을 막지 않는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게다가 바닷가 근처에 자리를 잡고 옹기를 구워 해안을 따라 판매하던 근대의 천주교인들에게 최적의 위치이기도 했지요.
그러나 지금은 신자수가 많이 줄어 전국 여느 공소처럼 사람 부족에 애태웁니다.

갈산시장근처에서 버스가 서자 일군의 고등학생들이 뛰어옵니다. 왁자한 젊은이들의 소리와 자근자근 정담을 나누는 어머니들의 소리가 섞여 버스는 활기차졌습니다. 이제 이 버스를 마지막으로 공소행 편지는 끝을 맺을 것입니다. 한여름 뙤약볕 속에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에 의지하며 걷던 죽림리공소부터 시작하여 참으로 많은 공소를 탐험하였습니다. 홍성군과 청양군, 예산, 합덕 등 많은 지역을 오갔군요. 하루에 여러 지역을 걷기도 하였습니다. 아직 못내 걸어가지 못한 곳이 남아있어 아쉬움이 있지만 공소탐험은 계속 될 것입니다.  

공소는 근대의 사람들이 전해주는 풋풋한 이야기입니다. 쓰러져가든 소멸되어가든 사람들이 살아가던 흔적과 기억의 켜는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종교의 관점에서 약간 벗어나 그 시절을 살았던 우리네 어르신들의 삶의 이야기와 그 시절의 생활관, 그렇게 살아내던 현실과의 적정 타협, 그리고 지키고 싶었던 어떤 것들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유교적 전통사회와 적절히 상호협력하면서 공동선을 추구하던 근대로부터 오던 사람들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교육의 장소이기도 하지요. 

시절이 변하여 작은 공소가 사라지고 있으나 누군가가 살아간 흔적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으니 아주 낙담할 일도 아니라고 봅니다. 딴은 공소뿐만 아니라 근대의 기억의 켜를 담아가는 실천이 꼭 필요하기도 하지요. 공소행 편지는 끝나지만 이것을 통해 새로운 시작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대의 옛 기억을 찾아 오늘 떠나보는 것은 어떠신지요? 작은 학교도 괜찮고 작은 마을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작은 골목길도 괜찮겠지요? 걸어 다니는 많은 그대를 상상하면서 이만 편지를 줄입니다. 그대의 영혼이 건강하시길.<끝>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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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은 2017-05-01 08:14:38
공소에대해 새롭게 인식 하는 계기가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