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함과 효심으로 4대째 옹기의 명맥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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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함과 효심으로 4대째 옹기의 명맥 잇다
  • 한관우·장윤수 기자
  • 승인 2015.12.03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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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전통기업 대를 잇는 사람에게 길을 묻다<10>

 

▲ 황충길 명장의 작품들.원안은 전통예산옹기 황충길 명장이 그가 만든 옹기 옆에 서 있다.


  가업 잇고 싶지 않았지만 숙명이 된 옹기장이의 길
 ‘옹기 김칫독’ 개발해 국무총리 대상 수상하며 보람
  전통은 과거 머물지 않고 현대에 발맞춰 나가는 것
  정직함·효심으로 가업 잇는 이들은 성공할 수 있어

  가업 잇고 싶지 않았지만 숙명이 된 옹기장이의 길 ‘옹기 김칫독’ 개발해 국무총리 대상 수상하며 보람   전통은 과거 머물지 않고 현대에 발맞춰 나가는 것  정직함·효심으로 가업 잇는 이들은 성공할 수 있어

 

  가업 잇고 싶지 않았지만 숙명이 된 옹기장이의 길 ‘옹기 김칫독’ 개발해 국무총리 대상 수상하며 보람   전통은 과거 머물지 않고 현대에 발맞춰 나가는 것  정직함·효심으로 가업 잇는 이들은 성공할 수 있어

 

“가업을 잇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도 물론 가업을 잇고 싶지 않을 때가 있었고, 잇는 것 자체도 쉽지만은 않았죠. 그럼에도 지금까지 150여 년이 넘도록 가업을 이어오고 있음에 이제는 자부심을 느낍니다.”
전통예산옹기 황충길(74) 명장은 담담하게 자신이 걸어온 길의 소회를 밝혔다. 지난 1998년 도자기공예 부문에서 대한민국 명장으로 지정된 황 명장의 가정은 지난 2000년 충청남도 ‘전통 문화의 집’으로 지정을 받기도 했다.

“저희 집은 아들까지 4대에 걸쳐 가업을 잇고 있습니다. 다른 집과는 달리 대가 긴 편이라, 그 역사가 더욱 오래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부모의 직업은 이어받는 것이 아니’라는 고정관념이 있다 보니, 장수기업이 많이 나오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황 명장에 따르면, 예로부터 옹기장이는 천대받는 직업이었다. 정부나 언론에서도 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옹기장이에 대해서 좋게 평하는 경우가 없었다.
“천대받는 직업이다 보니, 가업을 잇고 싶은 마음도 없어 저도 어떻게든 피해보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운명이라는 것이 있는지, 11년간 어머니 병간호를 하고 결혼한 뒤에는 아내와 아들이 아파 고생을 하고, 제 스스로도 척추수술을 두 번이나 받는 등 빠져나갈 틈이 없었습니다. 그제야 ‘나는 맥을 이어야하는 사명을 타고 났구나’ 생각하고 가업에 임하기 시작했죠.”

황 명장은 그때부터 우리 고유의 전통이자 세계적 보물로서의 가치를 지닌 옹기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대를 잇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로 지난 1996년에는 냉장고용 김칫독을 개발해 제1회 농민의 날 공예부문에서 국무총리상인 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황 명장은 저장고가 없던 시절, 우리 선조들이 우물 깊숙이 김치 등을 넣어 보관해먹던 옛 방식에 착안해 옹기 김칫독을 개발했고, 지금까지도 맛있는 김치를 먹을 수 있어 각광을 받는 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옛날에는 냉장고에 달린 김치 서랍에 김치를 넣도록 돼 있었는데, 그렇게 보관을 하면 절반 이상은 썩어 먹을 수 없는 경우가 대다수였습니다. 또 다른 음식에도 냄새가 배기도 했는데, 김칫독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줬습니다. 당시 국무총리상을 수상하면서 그동안 흘렸던 땀이 기억이 나 눈물도 많이 흘렸죠. 천직을 버리지 않으니 선물을 주시는구나 싶어 그때부터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어도 더욱 최선을 다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이후 황 명장은 옹기를 세계적으로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 시작했다. 미국과 프랑스를 오고가며 옹기를 알리는데 힘썼고, 워싱턴과 매럴랜드 주지사를 비롯해 프랑스 샌드리만, 노르망디 본부장 등으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해외 박람회 등에 나가 옹기를 알리면, 현지의 TV나 라디오까지 생방송을 했습니다. 특히 프랑스 같은 경우는 박람회를 전담하는 기관이 따로 있을 정도로 박람회가 발달했는데, 99회 때 세계 최초로 옹기를 전시 판매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당시에는 세계 모든 도자기를 모아 한 관에 전시를 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옹기가 단일품목으로 채택됐습니다. 한국인을 하루에 10명도 만나기 어려운 곳에서 세계인들에게 주목을 받았고, 옹기 제작 시연을 할 때는 사람들이 벌떼같이 몰려들어 구경을 해 밖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옹기를 알리기 위해 노력한 황 명장은 가업을 잇는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도 애쓰고 있다. 황 명장의 전통예산옹기는 중소기업중앙회에 등록된 업체 가운데 가장 오래된 기업으로 칭송을 받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가업을 승계하는 230여 개의 중소기업이 있고 이 기업들을 관리하는 특별위원회가 구성돼 있는데, 특별위 30인의 위원 중 한 사람인 황 명장은 기업들이 가업을 승계하고 전통을 이어나가는데 정부로부터 충분한 지원과 도움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일본이나 독일의 경우 가업을 이으면서 일정한 규칙을 유지하면 10년간 상속세를 면제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와 지원 덕분에 수 백 년을 이어오는 기업들이 탄생하고 명 가문들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죠. 또 이러한 기업들이 세계적으로 주름잡는 기업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승계와 발전을 위한 제도가 지난 2010년부터 시작돼 점차 확장돼가고 있습니다.”
황 명장에게는 기업을 운영하는 철칙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정직해야한다는 것이다. 황 명장은 “거짓 없이 살아간다면 그 앞길이 밝은 것은 분명하다”면서 “자신의 일만 생각하고 정직하게 간다면 낭떠러지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는 지금까지 옹기를 굽기 위해 불을 땔 때는 2시간 이상 잠을 자 본 적이 없습니다. 또 불을 때는 것만큼은 아직까지도 직원들에게 맡기지 않고 제가 직접 관리하고 있습니다. 불을 때면서 온갖 정성을 들이고 기도하는 자세로 옹기를 만들다 보니,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옹기가 잘 구워져 나왔습니다. 그래서 모든 이들에게 인정받는 옹기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과거 황 명장은 일자가마 1개와 통가마 2개 등 3개의 재래식 가마를 사용했다. 그러나 지금은 현대화된 시설을 통해 옹기를 제작해나가고 있다.
“재래식 가마는 한꺼번에 5~6채의 옹기를 만들어내는데, 그만큼의 옹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2개월이란 시간이 꼬박 들어갑니다. 그동안에는 수입도 전혀 없이 옹기만 만들어야하죠. 또 옹기가 한꺼번에 나오면 파는 것에도 지장이 생깁니다. 또한 재래식 가마에서는 옹기 하나가 넘어지면 전부다 못쓰게 되기 때문에 경제성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황 명장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도자기 가마를 사용해 매일 생산해 판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전국적으로 유통을 시키기 시작했다.
“저는 아들들에게 가업을 잇게 하고 싶지 않았고, 아들들도 가업을 잇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세웠습니다. 때문에 일부러 학교를 대전으로 보내고, 눈물 삼킨 밥을 넘기기도 했는데 그것은 겪어 본 사람만이 아는 감정일 겁니다. 이 곳 공기는 쐬지 못하도록 명절에도 오지 못하게 했었죠. 그런데 제가 국무총리 대상을 받고, 이 곳 저 곳에 인터뷰를 하면서 가업을 승계할 사람이 없는 것이 한스럽다는 말을 하자, 막내아들이 가업을 잇겠다고 나섰습니다.”

현재 전통예산옹기에서 근무하고 있는 전무 황진영 씨가 그 주인공이다. 진영 씨가 가업을 잇겠다고 하자 황 명장은 ‘이런 구식 공장을 물려줄 순 없다’는 생각으로 더욱 발전시켜 현대화된 공장을 갖추고 사업에 임하게 됐다. 그 결과로 지금의 온 가족이 함께하는 기업을 만들 수 있었다

“전통은 세월에 따라 변해야 유지되지, 세월에 묻혀있으면 사라지게 됩니다. 미약한 시설로 미약한 일을 한다면, 누군가에게 혐오감을 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우리의 점토를 가지고 우리 손으로 만들면 그것이 우리의 전통이 되는 것이지, 시설이 현대화가 됐다고 우리 전통이 아닌 것은 아닙니다. 과거에는 나무로 불을 때 옹기를 만들었지만 현대에는 전기나 가스로 옹기를 만듭니다. 그렇다고 옹기가 다른 점은 전혀 없습니다. 지금도 우리 공장에서 50%는 사람의 손이 닿아야 옹기가 만들어지는데, 이것이 전적으로 100% 현대화가 될 때 우리의 전통을 더욱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황 명장은 가업을 승계할 젊은이들에 대한 당부의 말을 덧붙였다.
“대를 잇고 가업을 잇는 것은 무엇보다 효성이 지극해야 가능합니다. 부모에 대한 은덕을 기리며 숙명을 다하고, 아버지의 정신을 이어받는 것이 바로 가업을 잇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버지가 해 오신 일을 소중히 하고, 그 모든 기술을 터득함으로써 더욱 발전할 수 있습니다.”

본지에서는 지난 10차례, 대를 잇고 가업을 잇는 장인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가업을 잇는 이들은 모두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자부심을 갖고, 욕심이 아닌 숙명과 사명으로 자신의 일을 감당하고 있었다. 또한 그들은 ‘정직함’과 ‘우직함’으로 자신의 분야를 개척해나가려는 ‘뚝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이 존재하는 한, 우리의 전통과 문화의 명맥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 나갈 것이다. <끝>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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