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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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주사
  • 변승기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5.12.24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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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면 인류의 역사는 전염병과의 전쟁이었다. 일단 발병이 되면, 이름 모를 많은 병원균으로 인해 동시에 많은 생명을 잃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그 때마다 새로운 백신을 만들어냈다. 더 나아가 예방백신을 만들어 앞으로 벌어질 일을 대비하기도 했다.
사람의 삶에 대한 정답을 말하기는 상당히 어렵지만, 삶의 과정에서 건강한 삶에 필요한 예방주사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답이 있을 수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보호자의 자녀양육태도다. 다음에 제시하는 내용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된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단, 자녀를 양육하는 입장에서 참고할 만한 다양한 방법 중 하나라고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과거의 고통스러운 삶의 경험은 다음과 같은 연결고리가 생길 수 있다. 예를 들면, 어렸을 때 자신을 돌보아 주지 않았던 가정의 경험이 있는 젊은 여성은 안정감에 대한 큰 기대를 항상 갖고 살아간다. 안정감은 사람의 초기 삶에서 보호자와 함께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느끼는 감정이다. 밖에서 힘든 일이 있어도 집에 돌아와 안정감을 찾고, 밖에서 생긴 불편함을 해소하는 일종의 안전기지 역할을 하는 곳이 가정과 보호자일 것이다.
가정에서 이와 같은 안정감이 결핍되면, 특히 여성은 자신을 돌봐주고 안정감을 제공할 남자친구를 필사적으로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것은 이미 갖고 있던 부정적인 자기 이미지와 결합해서 전반적으로 부적합한 젊은 남자를 선택하여 너무나 황급히 안정을 취하고자 한다. 20세 전후의 이른 나이에 혼전 임신과 출산이 뒤따를 것이고, 더불어 경제적, 정서적 어려움이 이어질 것이다. 게다가 힘든 시기에 이전에 괴로웠던 삶의 경험의 영향으로 그녀는 젊은 배우자에게 과도한 강한 요구를 할 것이고, 배우자가 이것을 맞추지 못하거나 이해를 못하면 그에게 나쁘게 대할 것이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결혼관계는 깨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혼관계가 깨지면 그 젊은 부부 사이에 있는 자녀들은 부모들이 그랬던 것처럼 역시 삶의 초기에 안정감보다는 부부불화로 인한 불안감이 생기고, 자신에 대한 개념이 부정적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녀가 딸이라면 엄마의 어렸을 때 경험했던 그 불안정감이 전수되어 또 다시 비슷한 결정을 할 수 있다. 이 자녀와 부모는 서로 다른 시대에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연결고리가 생기고 삶의 양상도 비슷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런 추측은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지만 항상 이런 재앙적인 결과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한 아이, 즉 한 여성이 삶의 초기에 안정된 애착을 경험하고 안정감을 경험하면 할수록 불안정한 추락에서 빠져나올 기회를 더 많이 잡을 것이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어도 생존하려고 노력하고 기어이 방법을 발견한다. 어려운 상황이 지나가면 그 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 도래하는 것이 삶인 것 같다. 과거에는 그 문제가 제일 어려운 것이었지만 알고 보면 지금 내 눈 앞에 놓인 문제가 더 큰 문제라고 인식한다. 그리고 해결할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예방주사로 만들어지는 백신이다. 백신은 많이 만들고 다양하게 만들어야 모든 질병에 대처할 수 있다. 아이들이 앞으로 만나게 될 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감정적인, 관계적인 불편한 감정을 해소하고 처리할 수 있는 그 백신을 보호자가 가정에서 만들어 줘야 한다. 제조 방법은 어떻게 보면 간단할 수도 있고 복잡할 수도 있지만, 일단 시작하는 일이 중요하다.
부부싸움(갈등)은 집 밖에서 하고, 자녀가 아무 때나 대화를 요구할 수 있는 존재가 되고 무조건 자녀의 말을 경청하자. 자녀가 스스로 감정조절과 표현을 건강하게 한다면 백신의 효과가 생긴 것이다. 즉, 건강한 사회인으로의 살아갈 수 있는 기초가 생겼다는 것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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