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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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78>
  • 한지윤
  • 승인 2016.01.28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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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그러시나. 어엉? 다 그렇고 그런 건데, 안그래? 혼자서 고독을 되씹고 있을 때 우리가 나타나 주셨으니 고맙게 생각하고 황송무지로소이다, 해야지. 이래 뵈도 아주 좋은 사람들이걸랑."
수연이 아직 그렇게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있을 때였다.
문득 가까운 곳에서 사람들 소리가 들려왔다.
수연은 그럼 그렇지, 지네들이 찾아와야지, 하고 생각하며 느긋하게 얼굴을 쳐들었다.
얼핏 나무 사이로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수연은 보자야, 하고 부르려다 또 단념했다. 그녀가 갑자기 당황하기 시작한 것은 그 직후였다. 어떻게 된 일인가. 세 사람은 맞는데 보자의 모습이 거기에 없었다.
모든 게 분명해진 것은 다시 잠깐 뒤였다. 거기에 나타난 것은 얼굴도 모르는 미지의 세 명 사내들이다. 나이는 고등학생 정도였는데 불량하고 거칠어 보여 등골 오싹해지는 사내들이었다.
수연은 자신도 모르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 순간처럼 보자가 필요할 때도 없었다. 그녀가 있었을 경우 벌써 앞을 가로막으며 위대하게 버티고 선 채 니들 뭐야, 하고 소리쳤을 것이 분명했다.
그때 셋 중에 한 명이 수연의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너 버림받았니?"
아주 징글맞고 치근떠는 목소리에 소름이 끼쳤다.
"그렇다면 걱정할 거 없다."
두 번째 사내가 끼어들었다.
"버림받은 건 측은한 일이지만 그건 그래도 낫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건 잊혀진 여인이란다."
세 번째 사내도 가만히 있지 않고 나섰다.
"이제 친절하고 상냥할 뿐아니라 남자다운 남자들인 우리가 나타나, 주셨으니 넌 행복한 줄 알아라."
"왜들……"
수연은 입술이 제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오금이 떨리고 손발이 파들거렸다. 악몽과 같은 기분이 느껴질 뿐이다.
꿈에서 흔히 그런 경우에 직면하는 수가 있다. 그럴 때 어떻게 된 영문인지 비명소리가 나와 주지 않고 손발 하나 꼼짝할 수 없어진다. 그런 악몽을 경험한 사람은 수없이 많을 것으로 안다.
"어이구, 이제 보니 아주 대단한 미인이시구만!"
맨처음 사내가 어느 코미디언의 흉내라도 내려는 듯이 거의 비슷한 발음을 내면서 수연의 곁으로 바싹 다가들었다. 무릎과 무릎이 바야흐로 맞닿기 직전이었다.
"왜들 이래요!"
"비로소 수연은 날카롭게 소리치며 몸을 일으키려 했다."
"어이구, 이거 성깔도 아주 팩팩하시구만, 어엉? 허긴 그게 좋지. 여자가 요러크룸 쫀쫀하게 생겨 가지고 성깔도 없이 흐물떡흐물떡 해서야 어디 맛이 나겠나."
사내가 손을 내밀어 수연의 턱을 만지려 했다. 수염도 나지 않았는데 몇 올이나 거기 났을지 헤아려 보려는 것처럼이다. 그대로 조금만 더 있으면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게 분명했다.
"저리 비켜욧!"
수연은 필사적으로 소리쳤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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