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컷 만화로 아이와 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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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컷 만화로 아이와 놀기
  • 정수연 <미디어활동가·주민기자>
  • 승인 2016.03.03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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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이제 13살, 12살이 된 연년생 조카들이 방학이라고 이모인 우리집에 다녀갔다. 오자마자 녀석들은 이모부부터 찾았다. 결혼 전에는 나와 곧잘 놀았는데 이젠 무조건 이모부다. ‘남자아이들이라서 그러겠지’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다. 이모보다 이보부와 소통이 더 잘되기 때문이다. 다르게 말하면 녀석들에겐 이모보다 이모부와 놀 거리가 더 많았다. 대표적인 건 휴대폰 게임. 나는 알지도 못하는 게임을 이모부와 곧잘 하며 즐거워한다. 셋이서 게임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끼지 못해 샘까지 날 정도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오래하고 있으면 결국 화를 내고 잔소리를 하게 된다.

몇 번 그런 순간들을 겪을 때마다 아이들과 거리감이 생기곤 했다. 이모인데도 이렇게 속상한데 부모라면 어떨까 가슴이 답답했다. 미디어로 인한 소통의 부재, 그 문제점을 알기에 그 뒤로는 휴대폰게임 말고 아이들과 놀 수 있는 게 뭐가 있을지 찾아보고 있다. 가장 최근에 찾은 것은 바로 5컷 만화이다. 5컷 만화를 활용해서 조카들과 생각을 나누는 이 놀이는 아주 우연한 계기로 시작했다. 웬만한 웹툰을 다 알고 있는 조카를 통해서 요즘 초등학생은 누구나 익숙하게 웹툰을 즐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치 어른 세대가 보물섬 잡지를 보듯이 아이들은 웹툰을 보고 있었다. 큰 조카만 하더라도 포털 사이트에 올라오는 웬만한 만화들은 다 보고 있었다. 그래서 필자가 제안하였던 5컷 만화로 노는 것에 대해 흥미가 높았다.

5컷 만화는 말 그대로 5개의 장면으로 구성된 만화이다. 언뜻 보면 단순한 구성이지만 생각하는 거리를 다양하게 던져준다. 널리 알려진 ‘광수생각’ 같은 만화가 5컷 만화 형식으로 구성된 만화이다. 이 5컷 만화를 활용해 아이들과 노는 법은 아주 간단하다. 우선 재미있게 본 또는 등장인물이 매력적이었던 5컷 만화를 찾는다. (필자는 ‘광수생각’을 적극 추천한다.) 그 다음 찾은 5컷 만화를 종이에 인쇄한다. 한 지면에 다 들어가도록 인쇄를 하는 것이 좋고, 되도록 2장이 넘지 않는 양으로 만드는 것이 좋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원래 만화에 들어가 있던 말풍선을 지우는 것이다. 볼펜수정액을 활용하든지 해당 말풍선에 종이를 덧대 인쇄를 하면 비어있는 말풍선으로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5컷 만화용지를 가지고 아이들과 비어있는 말풍선을 채우는 놀이를 하면 된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좀 효과적으로 아이들의 생각을 이끌고자 원래의 말풍선이 있는 만화를 아이들이 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이미 어떤 구성인지를 알고 나면 거기에 매여 더 자유로운 생각이 어렵기 때문이다. 아이가 말풍선을 다 채우고 난 뒤 원래의 채워진 말풍선의 만화와 비교하면 더 재미가 있다.

이 활동으로 아이들은 스토리텔링의 개념을 접할 수 있다. 또 같은 만화를 가지고도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도 알 수 있다. 휴대폰게임에만 집중하는 아이와 이런 다양한 미디어를 가지고 놀아보자. 5컷 만화처럼 그리 복잡하지 않는 미디어 놀 거리는 우리 주변에 의외로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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