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살 꼬마임부의 슬프고 아픈 이야기
상태바
14살 꼬마임부의 슬프고 아픈 이야기
  • 이철이 <사회복지법인 청로회 대표>
  • 승인 2016.04.14 12: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철이삼촌의 쉼터이야기<15>

청소년 수련관 2층에 자리 잡고 있는 성폭력상담실을 오랜만에 방문했다. 잠시 차라도 먹으면서 이야기 나눌 겸해서 들렀는데, 소장님과 간사님께서 무척 바쁘게 업무를 보고 계셨다. 내일 방문을 해야겠다고 기약을 하고서 문 앞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던 중에, 젊은 여자분 두 분이 노크를 하고 들어오신다. 서산에 있는 모 여중학교 선생님들이셨다. 잠시 후 교복을 입은 한 여학생이 사무실에 들어오는데 내가 보기에도 임신한 아이 같은 인상을 받았다. 교복치마를 입었는데 배가 조금 나왔다. 나는 우리지역아이가 아니니 나하고 상관없는 일인걸로 판단하고 상담실에서 나와 쉼터로 돌아왔다.
한참 후 청소년수련관 간사님께서 전화가 왔다. 수련관에서 본 여학생을 우리 쉼터에서 하루 동안 재워달라고 하신다. 자세한 이유를 듣고자 다시 수련관을 방문해 사정을 들어보니, 이 세상에 이런 사건도 있을 수 있는지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친아버지께서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딸아이에게 성폭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빠른 시일 내에 수술하지 않으면 14세 된 임부의 생명이 위험하다고 한다. 하룻밤이 아니라 며칠밤을 쉼터에서 보호해줘야 할 것 같다.
너무 놀라고 급한 나머지 먼저 이 아이의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산부인과를 찾아보기로 했다. 아이는 우리지역도 아니고 가정형편도 어려운 상황이라 돈을 준비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이곳 저곳 문의하면서 ‘청로회 후원회’ 후원자이신 분 중에 산부인과를 운영하시는 분과 연락이 닿아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연락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철이삼촌입니다. 잘 지내시는지요? 다름이 아니고 한 아이 때문에 연락드렸습니다. 염치불구하고 도와주실 수 있으신가요?”라며 부탁드렸다.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감사하게도 아이와 같이 병원을 방문해달라고 하신다.
나와 간사님은 이때 까지만 해도 뱃속의 아이를 지우면 해결될 줄 알았다. 하지만 진단을 받아본 결과, 아이는 벌써 26주 돼 도저히 수술을 할 수가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수술을 하게 되면 이 아이의 생명도 위험하다고 한다. 의사선생님의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머릿속이 하얗게 번져버렸다. 이럴 수가 있을까? 이 순간만큼은 이 곳에 있는 모든 분들과 얼굴조차 마주치고 싶지가 않았다.
옆문으로 꼬마산모의 얼굴을 훔쳐보았다. 아이의 얼굴에는 두려움의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사실 이번 일은 아이에게는 아무런 잘못은 없다. 아빠가 일방적으로 아이에게 못된 짓을 한 일이기 때문에... 나는 어른으로서 미안한 마음으로 아이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아이를 위해 기도했다. ‘주님! 이 어린양에게 용기를 주시고, 이 세상 살아가면서 힘들고 어려움에 부딪힐 때 주님의 품으로 감싸주십시오.’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해본다. 쉼터에서 3일 휴식 후 서울쉼터로 보낸 아이가 염려되었는데 다행히도 건강하게 생활을 아주 잘하고 있다고 한다. <2003년 9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