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마을 홍동, 도서관과 출판사, 책방이 모두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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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마을 홍동, 도서관과 출판사, 책방이 모두 있는 곳
  • 한관우 발행인
  • 승인 2016.06.1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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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동네책방의 희망과 전략
공동체문화예술 소통공간을 꿈꾸다<2>

책 읽는 사회, 동네책방을 지키는 일에서 시작돼야 당위론 제기
지역과 환경, 생태와 문학 공통분모로 풀뿌리문화소통공간 주목
홍동마을, 문화공간·공동체의 정겨운 사랑방 등 소통공간 수두룩

 

▲ 홍동 갓골마을의 그물코출판사와 니티나무책방 전경.

풀뿌리 공동체의 시발점이기도 한 동네책방(서점)은 각자 살아남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시골에서 성장한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동네책방에 대한 추억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마치 할머니의 품, 골목길에 대한 추억과 비슷하다. 휴식이 필요할 때 찾아갈 수 있도록 예비 된, 각자의 다락방이라고 할까? 무엇이든 함께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안도감을 주기도 한다. 학창시절 시간을 보내던 서점이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때도 그런 모종의 안도감이 있었다. 그러나 운영자의 뜻과는 달리 현실에선 동네서점이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킬 수 없는 상황이 자연스럽게 현실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독서량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출판생태계는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부쩍 커지고 있다. 책 읽지 않는 사회, 말라 죽어가는 출판시장과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무관심한 정부 등 현재 한국의 출판 및 서적계는 붕괴 직전의 위기상황이다. 한국출판연구소의 ‘2012 전국 249개 시·군·구별 서점 전수조사’에 따르면 경북 울릉군·영양군 등 4개 군에는 서점이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 문경시와 전북 무주군, 충남 태안군 등 30곳은 서점이 단 한 곳뿐인 곳으로 조사됐다는 보고서다. 당장 책을 보고, 읽고 싶어도 서점이 없어서 볼 수가 없는 ‘서점 멸종 지역’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중소도시의 서점은 물론 ‘분투하는 동네책방, 시골책방, 산골책방’ 등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기까지 한 정겨운 풍경이 되고 있다.

■풀뿌리 문화공간 주목받는 곳, 홍동마을
이들의 노력은 운영이나 방법에 있어서 베스트셀러나 학습 참고서에 매달리는 대다수 서점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동네어귀 쉽게 눈에 띄고 편안한 곳에 항상 서점이 위치해 있었다. 곁에 있어서 불편한줄 몰랐던 서점이 하나둘 폐업으로 내몰려 이젠 책 한권 사기 위해 서점위치를 검색해야하고 발품을 팔아야 하는 시대가 돼버렸다. 책 읽는 사회는 서점을 지키는 일에서 시작돼야 한다는 당위론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점은 단지 책만 파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화산업의 뿌리라는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며 이유다. 도서유통구조가 파괴되면서 나타난 동네책방의 몰락, 불황의 늪에 빠진 출판사와 출판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짚어봐야 하는 연유다. ‘동네책방(서점)’을 지키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사람들과 그들이 지키고 있는 책방의 노하우를 통해 홍성지역과 비슷한 여건의 농어촌지역, 산촌지역 등 시골의 작은 책방을 살리기 위한 희망과 비법 등 책 읽는 사회, 공동체의 부활을 위한 노력 등 출판과 책방 생태계 복원을 위한 다양한 방안과 대책 등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의 자료에 따르면 동네 서점은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그 감소폭의 주역은 20평이 채 되지 않는 농어촌지역인 시골의 작은 동네책방의 몰락이란 점이다. 하지만 인구 2000여명의 시골마을인 홍성군 홍동면에는 도서관을 비롯해 출판사와 서점, 책방이 모두 갖춰져 있는 곳이다. 운영방식도 생존방식도 다른 지역에 비해서는 특이하다. 생태환경의 삶이 담기고 더불어 사는 평민들의 진리가 담긴 곳, 그래서 충분한 가능성과 희망을 안겨 주는 곳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작은 지역공동체에서 지역과 환경, 생태와 문학을 공통분모로 작가와 지역주민이 만나는 풀뿌리 문화공간이 주목받고 있는 곳이 바로 홍동마을이다. 주민을 대상으로 글쓰기, 책읽기 강좌를 마련해 풀뿌리 문화공간으로 인기를 누리는 곳, 생활 속 작은 문화공간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홍동마을에는 ‘그물코출판사’와 ‘그물코서점’이 있고 ‘느티나무책방’이 있으며 ‘밝맑도서관’도 있다. 농촌 동네 한가운데 출판사와 서점, 도서관이 모두 다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곳 책방에서는 신간도 팔고 헌책도 싸게 판다. 시골사람들이 논밭을 오며가며 책방에 들러 책을 사고 책을 읽는 모습을 상상하면, 정말로 오랫동안 천대받던 영혼이 비로소 귀한 대접을 받는 느낌이라고들 한다. 이곳 홍동마을의 성공적 사례를 통해 홍성지역에도 책 읽는 도시로의 진화와 함께, 동네책방이 있는 시골마을에서의 책방 살리기에 대한 필요성과 비전 등의 모색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 책방 내부모습.

■풀무정신, 농촌마을공동체운동의 교과서
홍동마을은 ‘풀무학교’로 유명한 곳으로 농촌마을공동체운동의 ‘교과서’와 같은 곳임에 틀림없다. 친환경 유기농업, 협동조합, 귀농귀촌 등을 주도하면서 작은 마을의 기적을 스스로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홍동마을에 ‘풀무학교’가 없었다면 오늘의 홍동마을은 없었을 것이라는데 동의하는 이유다. 홍순명 밝맑도서관 이사장은 “마을이 펼쳐진 교실이고, 학교가 지역의 기관이 되고, 오늘의 학생은 내리의 협동적 지역사회 주민이 된다”며 홍동마을 이야기를 통해 학교와 마을의 관계를 설명한다.
대안학교의 맏형격인 ‘풀무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농부를 키우는 학교’라는 점이다. 그것도 공동체적 정신과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생각하고 철학하는 농부들’ 말이다. 이렇게 풀무학교에서 배출한 농부들이 마을의 인재가 되어 유기농업도 일구고 협동조합도 만들게 된 것이다.
이것이 홍동마을이 반세기를 이어온 비결이자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이곳에 있는 풀무생협(1960년)과 풀무신협(1969년)도 풀무학교에서 시작돼 자립의 여건을 갖춰 각각 지역주민들의 자치기관으로 독립했으며, 홍동마을이란 공동체를 든든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1975년 관행농 일색이던 시기에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최초로 유기농업을 시작했고 오리농법을 도입해 친환경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
현재 홍동마을에는 홍동밝맑도서관과 그물코출판사, 그물코서점, 느티나무책방 뿐만이 아니다. 풀무생협과 풀무신협을 비롯해 풀무학교 전공부(대안대학), 갓골어린이집, 유기농연구소, 협동조합 얼렁뚝딱 건축조합, 할머니장터조합 등등. 이러한 지역자원이 협동조직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또 지역밀착형 중간지원조직인 지역센터 ‘마을활력소’가 활동을 시작하면서 홍동의 각 커뮤니티비즈니스 주체 간의 연계성을 높이고 있기도 하다. 이렇듯 풀무학교와 풀무학교생활협동조합 등 마을공동체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 ‘홍동마을’에는 도서관과 어우러진 동네책방이라는 문화소통 공간과 함께 공동체의 또 하나의 정겨운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곳은 ‘갓골 작은 가게’가 꼽힌다.
갓골 작은 가게로 들어가기 전에는 필연코 ‘그물코출판사’와 누구라도 편안한 마음으로 드나들 수 있는 무인 헌책방인 ‘느티나무 책방’에 들러 잔잔한 음악과 함께 숨을 고르는 일은 필수다. 그런 이후에 ‘갓골 작은 가게’길로 들어서면 이내 향긋한 빵 냄새가 풍겨오기 시작한다. 생협에서 운영하는 갓골 작은 가게의 연매출은 2~3억 원 정도는 족히 될 것이라고. 또한 홍동마을에는 ‘뜰’이라는 마을카페가 있다. 소위 동네 주당들이 개인이 운영하던 술집이 문을 닫자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안전하고 편하게 술을 먹을 수 있고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으며,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함께 만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의 재능과 자원이 결합되었고 그랬기 때문에 지속가능성을 가지게 됐으며, 지역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도 고민하여 맥주 한잔을 먹을 때마다 500원을 마을기금으로 적립한다고 한다. 이곳도 지역공동체의 사랑방 역할을 자연스레 하는 곳이 됐다. 여기에 도서관과 출판사, 책방 등이 결합하면서 생활문화의 소통공간으로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를 일궈내는 힘은 바로 여기서 나오는 것일까. 다른 지역의 성공사례에 대한 다양한 접목을 시도하여 지역공동체가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곳임에 틀림없다. 자연과 모든 생명과 함께 ‘더불어 사는 평민’으로서 ‘21세기 문당리발전 백년계획’이라는 내생적 발전전략을 통한 새로운 지역공동체의 성장동력을 실천하면서 말이다.
글=한관우/사진=김경미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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