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 산골의 숲속헌책방 ‘새한서점’ 문화관광서점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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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 산골의 숲속헌책방 ‘새한서점’ 문화관광서점 꿈꾸다
  • 한관우 발행인
  • 승인 2016.06.3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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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동네책방의 희망과 전략
공동체문화예술 소통공간을 꿈꾸다<3>

TV프로그램 해피선데이 1박2일, 영화 내부자들로 유명세
생활이 어렵다 보면 문화인프라의 베이스인 책을 외면해
낡은 종이 향과 알곡 같은 지식, 더불어 친환경 자연까지
산골마을의 숲속 책방 이제 문화관광객들 힐링 위해 찾아

 

▲ 단양의 산골마을의 숲속에서 문화관광서점의 꿈을 위해 13만권의 책을 보유한 새한서점의 주인 이금석씨가 책을 정리하고 있다.

충북 단양군 적성면 현곡리 56번지 깊은 시골길을 따라 올라가면 움푹 패인 골짜기를 따라 내려가는 산골마을에 허름한 서점이 있다. 판자를 얼기설기 붙이고 천막으로 지붕을 얹은 허름한 건물에 무려 13만권의 책을 소장한 ‘새한서점’이다. 새한서점은 2012년 7월 KBS의 연예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2일’에 소개되면서부터 유명세를 탔다고 한다. 이후 영화 ‘내부자들’로도 유명세를 탔다.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 잔”은 영화 내부자들에서 정치 깡패 안상구가 몰디브가 어디인지, 모히또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몰디브 가서 모히또 한잔”을 헷갈려 표현한 대사이기도 하지만 사랑했던 여인 주은혜가 안상구를 떠나기 직전 마지막 꿈을 떠올리며 했던 말로 안상구에게는 그저 주은혜를 그리워하는 단어이다.
특히 영화 ‘내부자들’에서 검사 우장훈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숲 속 헌책방이자, 정치깡패 안상구의 은신처로 등장했던 곳도 바로 ‘새한서점’이다.
영화를 본 독자라면 기억이 새로울 터이지만 ‘내부자들’은 정치·경제·언론 등 권력의 검은 유착 관계를 다룬 범죄영화다. 밑바닥 정치깡패 안상구와 열혈 검사 우장훈이 거대 권력에 맞서 복수를 하는 이야기이다. 영화 무대는 검찰청·신문사·유흥가 등 고층빌딩이 우거진 도심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음모와 배신과 폭력이 난무하는 이 영화에도 사뭇 낭만적인 장소가 등장하는데, 검사 우장훈의 아버지 집으로 등장하는 숲 속의 책방이 바로 새한서점이었던 것. 제보자를 숨기는 안전가옥이라기에는 지나치게 허술한 이 낡은 집에서 깡패와 검사는 티격태격 다툰 끝에 동지가 된다. 안상구가 우장훈에게 대선주자 장필우의 비자금 파일을 넘기는 장소도 이 책방이었다. 산골 책방의 장면이 유독 기억에 남는 건, 이 책방에서 영화가 전환점을 맞았기 때문이다. 이렇듯 헌책방 장면은 세트장에서 촬영한 게 아니라 실제 책방이 무대로 활용됐던 곳이 ‘새한서점’이다. 서점이 있는 현곡리는 마을주민 전체가 130여명에 불과하고, 하루에 겨우 버스 3대가 다니는 오지마을이다. 이렇게 외진 산골 마을의 복판을 지나 고개를 넘으면 후미진 비탈에 거짓말처럼 서점이 들어앉아 있다. 서점으로 드는 좁은 비탈길, 사방이 책으로 쌓인 내부, 안상구와 우장훈이 삼겹살에 소주를 기울이던 평상, 담배를 피우던 뒷마당 등 영화 속 풍경이 지금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 현재의 자리로 옮기고 난 직후의 모습.

■책 파는 서점을 여는 일이 이제 ‘혁명’
왜 책에 삶을, 왜 삶에 책의 전부를 걸었을까? 그의 답은 “먹고살기 위해서였다”고. 충북 단양군과 이웃한 제천시 송학면에서 태어난 이금석 대표(64)가 적성면 하리에 인터넷 헌책방 새한서점을 마련하고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 한 때가 2003년이었다. 당시만 해도 인터넷을 이용한 마케팅이 일부 대기업의 종합쇼핑몰 운영 형태가 대부분이었을 때이다. IMF 당시 소규모 영세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던 헌책방도 유탄을 맞았다. 사람들이 생활이 어렵다 보니 문화인프라의 베이스인 책을 외면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헌책방은 경영수지를 맞추기 힘들었다. 그래서 이금석 대표가 선택한 회심의 카드가 인터넷을 이용한 헌책방 사업이었다. 서울에서 인터넷책방을 하면서 2001년 당시만 해도 잘 갖춰진 초고속인터넷 덕분에 책방사업을 하는데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특유의 충청도 사투리로 말을 이어가는 이 대표는 그래서 선택한 것이 고향에 시대의 조류에 밀려 폐교되는 학교 건물을 임대하여 사업을 하기로 마음의 결정을 하고 고향인 제천시와 주변에서 폐교된 학교를 알아보던 중에 만난 곳이 단양군 적성면 하리에 있는 적성초등학교였다는 것. 이 대표는 폐교된 학교를 보자마자 임대 계약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제일 중요한 것은 인터넷이 이러한 산골 오지에서도 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알아보니 역시 대한민국 초고속인터넷 망은 대단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한다. 이런 오지에 인터넷이 들어오다니 참으로 대단한 대한민국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한편 이금석 대표는 원래 1979년 서울 잠실에서 좌판을 깔고 중고서적 판매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책을 팔았는데, 책방이름은 늘 새한서점이었다. ‘새로 한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지난 2002년에 단양으로 내려왔다. 당초 고향인 제천시 송학면으로 헌책방을 옮기려했으나 장소를 구하지 못해 폐교가 된 단양군 적성면 적성초등학교로 내려왔다는 것. 서울에서 책을 옮기는 데만 6개월이 걸렸는데, 20만권은 족히 됐을 것인데 상당량을 버리고 내려왔다고 한다.
임대조건 때문에 2009년 다시 현재의 위치로 옮기는 데도 8개월이 걸렸다는 설명이다. 한때 문화와 지식의 적자였던 책, 그 책을 파는 서점을 여는 일이 이제 ‘혁명’이라는 단어까지 동원해야 설명할 수 있는 비장한 일이 돼 버린 것이다. 서점이나 책방은 사라져서는 안 될 업종임에 틀림없다. 서점은 이야기가 모이는 곳이며, 삶이 모이는 곳이다. 또 생각들이 모여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동력을 키우는 진보의 공간이고 싶은 깊은 산골의 책방에서의 느낌은 그의 대단한 고집과 의지가 덩어리진 철학이란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금석 대표는 “그래도 몇 년 전 여름에 KBS ‘1박 2일’에 방영되었던 것이 결정적 계기였던 것 같아요. 심하면 끝이 안 보일 정도로 사람들이 서 있고 그랬어요. 온라인 판매로 운영하던 때에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와버리니, 마치 서울에서 서점을 했었을 때처럼 정신없이 바쁘고 그랬었죠. 내가 도시에 있는 건지 숲에 있는 건지 헷갈릴 정도였으니까요. 이제는 하루에 평균 2~3팀 정도가 옵니다. 휴일이나 휴가철에는 좀 더 많지만, 대게 오는 사람들은 처음 오는 사람들이지요, 꼭 한 번 이곳을 들러봐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나잇대도 다양하고, 가족 또는 친구들끼리 많이 왔지요.
웨딩 촬영도 하고 그랬어요. 근데 또 그게 싫지 않았어요. 흑자가 없더라도 그렇게 사람들이 와서 보고 갔으면 했거든요. 왜냐하면, 단양 내려올 때 목표가 ‘문화관광서점’이었으니까요. 꼭 관광 때문이 아니더라도, 서울에 있을 때도 절반이 지방에서부터 오는 분들이었던 이유도 있습니다. 단양으로 내려오면서 서점이 딱 중간에 위치하게 돼서 그분들이 오기 더 편해진 것도 좋구요. 책만 쌓아두어서는 손님이 찾지 않는 세상이니까, 문화를 팔아야지. 여기가 도롱뇽도 살고 다슬기도 살고 환경이 참으로 좋다.”는 설명이다.

▲ 새한서점 입구 알림판.

■“문화관광서점을 만들어보는 것이 꿈”
하루 평균 2~3대의 차량과 사람들이 오고가며 주말에는 좁은 산길이 더 좁게 느껴질 정도로 발길이 이어지는 새한서점. 37년간 헌책방을 운영했기에 이제 우리나라에서 구하기 어려운 학술 서적들까지 볼 수 있는 곳. 쉽게 찾기 힘든 책을 구할 수 있는 숲속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이제 관광객들은 힐링을 위해서도 새한서점을 찾는다고 한다. 오래됐든, 절판됐든 책방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책들을 모으고 모아서 이 대표는 문화관광서점을 만들어보는 것이 꿈이라고 말한다. 돈과 책만이 오고가는 곳이 아닌, 낡은 종이 향과 알곡 같은 지식, 그리고 친환경 자연까지 더불어 문화가 깃들어 있는 관광차원에서 숲과 책을 즐길 수 있는 공간 조성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산골마을 깊은 숲속에 터를 잡은 헌책방 새한서점은 녹색쉼터 문화관광서점의 또 다른 명물로 자리 잡고 있었다. 도심에 있던 서점을 이곳 깊숙한 산골마을의 숲 속으로 옮겨 온 이유에 대해서도 “새가 날고 계곡의 물소리가 들리는 산골에서 책과 함께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밤이면 너구리, 고라니, 멧돼지가 출몰하고 주변에 널린 텃밭에는 씨만 뿌려도 각종 푸성귀를 먹을 수 있으니 그야말로 귀거래사의 풍류가 아닌가”라고 반문하는 이금석 대표의 표정에는 흐뭇한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고집과 의지로 뭉쳐진 깊은 산골의 책방을 지키는 이유와 철학을 읽을 수 있었다. 종이내음 가득한 책, 깊은 산골마을의 산속책방에서 느끼는 또 다른 책의 향수였다.
글=한관우/사진=김경미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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