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삶의 행복 느끼게 해 준 귀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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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삶의 행복 느끼게 해 준 귀농
  • 글=장윤수 기자/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6.07.08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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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사람들의 아름다운 도전
홍성의 농부로 희망을 일구다 ③ 홍동면 이상철 귀농인
이상철 귀농인.

“홍성으로 내려올 때 가장 고민하고 걱정했던 부분이 바로 안정적인 소득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지금은 나름대로 농업으로만 성과를 거둬 기쁜 맘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홍동면에 거주하는 이상철 귀농인의 말이다. 이 씨는 지난 2012년 귀농을 한 상대적으로 ‘새내기 귀농인’에 속한다. 하지만 이 씨의 농사실력이나 소득은 결코 ‘새내기’가 아니다. 지난 2014년에는 1억원이라는 매출을 올렸고, 지난해에도 7~8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홍성에 오기 전까지 경기도 일산에 거주했습니다. 저는 중소기업들의 서버관리를 하는 일을 했고 아내는 은행원으로 근무했죠.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했지만, 첫째 아들이 생활에 찌든 것 같은 모습을 보며 귀농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귀농을 결심하던 해 이 씨의 아들은 초등학교 2학년이었는데, 매일 각종 학원에 다니다보니 저녁 8시 무렵이 돼서야 집에 돌아오기 일쑤였다. 또 일주일에 두 세 번은 9시나 10시가 돼서야 귀가하기도 했다.
“어느날 아들과 대화를 하는데, 눈에 초점이 없어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아동교육을 하시던 분도 사교육을 시키면 아이가 공부는 잘 할 수 있어도 다른 쪽으로는 바보가 될 것이라는 말을 하셨습니다. 그때부터 5~6시에는 귀가할 수 있게 학원을 줄여나갔죠.”
그렇게 학원을 줄이자 어느 날 한 학부모가 이 씨 부부에게 전화를 걸었다. 집안에 무슨 문제가 있느냐는 전화였다. 이 씨는 이대로는 아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없으리란 생각에 귀농을 결심하게 됐다.
“홍성에 막상 내려와서 귀농 투어를 하다 보니 한 달에 100만원 정도밖에 수입이 없다는 말을 듣게 됐습니다. 상당히 충격적이어서 귀농을 다시 물릴까 생각했는데, 아내가 도시에서 계속 살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묻더라고요. 그 때 마음을 다시 다잡게 됐죠.”
이 씨 부부는 귀농에 실패하더라도 5000만원만 까먹고 돌아가자는 마음으로 홍동면에 정착하게 됐다. 이 씨는 운이 좋다고 할 만큼 좋은 사람들과 시기를 만났다. 귀농 선배들은 적극적으로 나서 첫 농사를 짓는 이 씨를 응원하며 도왔고, 각종 지원을 받은 이 씨는 꾸러미 사업을 적극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꾸러미는 9가지 혹은 14가지 농산물을 매주 가정에 배달해주는 사업입니다. 제가 직접 기르는 250여 종의 농작물을 보내면 소비자가 받아보게 되죠. 매 주마다 겹치는 농산물은 한두 가지로 줄여 최대한 소비자들이 다양한 품목을 접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초창기 소비자들은 대부분 지인이었지만, 현재는 20%를 제외한 나머지 소비자가 모두 입소문을 통해 이 씨의 고객이 된 새로운 소비자들이다. 이 씨의 꾸러미 사업은 그야말로 ‘대박’이 나 2014년 1억원이라는 매출을 달성하게 됐다.
“귀농을 하는 분들은 모두 농사를 짓고 농촌에 살겠다는 다짐으로 오는 것인데, 생활을 하려면 투 잡, 쓰리 잡을 해야만 한다는 사실이 쓰라리더라고요. 그래서 오기로라도 농업으로만 1억원이라는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처음 농사를 지을 때만 해도, 도시에서 패배해 농촌으로 내려온 것처럼 보는 인식 때문에 부끄러움을 느꼈다는 이 씨는 이제는 자랑스럽고 당당한 귀농인으로 뿌리를 내렸다. 특히 이 씨는 아들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귀농이 진정한 성공임을 느꼈다고 한다.
“아들에게 홍성에 내려오니 행복하냐고 어느 날 물었습니다. 아이는 행복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도시에서는 어땠는지 물어보니, 학원에서 또 다른 학원으로 가는 학원차가 올 때마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합니다. 그 어린 나이에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 참 충격적이고 미안했습니다. 아들이 행복한 것만으로도 제 귀농은 이미 성공했습니다.”
1953년에 지어진 허름한 시골집에서 살고 있는 이 씨 가족. 조만간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한다는 이 씨의 귀농이 나아갈 앞날을 기대해본다.

글=장윤수 기자/사진=김경미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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