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축산의 핵심은 ‘동물복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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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축산의 핵심은 ‘동물복지’에 있다
  • 글=장윤수 기자/사진=한기원 기자
  • 승인 2016.08.05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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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의 친환경 축산의 미래, 유기축산에서 답을 찾다 <3>

전남 담양 다란팜

답답한 케이지 아닌 넓은 마당에서 방목하는 농장
2005년 개인농가 최초 유기축산 인증·유기농 명인
발효효소로 악취와 질병 없어 동물·사람 모두 건강
축산의 진정한 의미, 내 먹거리 내가 생산하는 것

▲ 다란팜에서 방목해 기르고 있는 닭들. 답답한 계사가 아닌 마당에서 자유롭게 활보하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전남 담양군 대숲골 영천산 아래 뽕나무 밭 인근에 위치한 다란팜(대표 송홍주)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마당에서 자유롭게 오가며 벌레를 잡아먹는 닭이었다. 평소 흔히 접할 수 있었던 아파트처럼 칸별로 나뉜 닭장 속에서 계란을 생산하는 공장식 계사와는 상당히 다른 모양새였다. 일부 닭들만 돌아다니는 것이 아닌가 싶어 농장 전체를 돌아봤지만, 닭들이 얽매이지 않은 채 활짝 열린 계사 문을 통해 자유롭게 마당을 오가고 있는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다란팜은 이처럼 닭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수 천 평 규모의 방목장을 조성해 동물복지와 건강한 유기란 생산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다. 
다란팜에서 유기란을 생산하고 있는 송홍주 대표는 2005년 개인농가로는 최초로 유기축산 인증을 받았고 2009년 HACCP 인증, 같은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수여하는 신지식농업인상을 수상했다. 또한 유기농 명인으로도 인정을 받는 등 지속가능한 농업의 성장 및 발전의 원동력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 전남 유기농 명인으로 선정된 송홍주 대표.

다란팜에서는 현재 7000여 수의 닭을 사육 중이다. 일반적으로 계사 인근에는 악취가 심하기 마련인데, 다란팜은 농장 안에 진입을 했음에도 악취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 비결은 송 대표가 손수 만들어 닭에게 먹이고 분뇨에 뿌리는 효소에 있었다. 다란팜에서는 각종 찻잎과 산야초, 한약재 등을 손수 발효시켜 만든 효소를 만들어 닭에게 급여하고 있는데, 효소 내 유익균이 닭의 장기 내부에 남아 발효 과정을 도우면서 분뇨의 악취를 제거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었다. 또한 유익균들이 바닥에 서식하기 때문에 유해가스도 전혀 발생하지 않아 동물은 물론 사람에게까지 이로운 유기축산의 모범적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송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농업 속에서 닭을 키우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자랐다. 당시에는 현재와 같은 공장식 축산은 전국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점차 축산업이 대형화되면서 현대사회의 공장식 축산과 같은 형태가 나타나게 됐고 확산되기 이르렀다. 서울에서 농업대학을 나온 송 대표는 지방으로 발령을 받으면서 담양에 자리를 잡게 됐고, 자신과 가족을 위해 몸에 좋고 환경에도 이로운 유정란을 생산하기 위해 조금씩 닭을 키우게 된 것이 오늘까지 이르게 됐다.
송 대표가 강조하는 축산의 의미는 내 먹거리를 내가 생산하는데 있다. 축산을 통해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것이 아닌,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해 자신이 스스로 소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송 대표는 2005년 텔레비전을 통해 유기축산을 홍보하는 내용을 접하게 됐고, 국내에서 개인 농가로는 최초로 유기농 사료를 투여하면서 유기축산에 한 걸음을 내딛었다. 동물복지축산농장은 유기축산농장의 바로 하위 단계인데, 다란팜의 경우 일찍이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과 유기축산 농장 인증을 받았다.

▲ 담양 다란팜 전경.

송홍주 대표가 강조하는 유기축산의 포인트는 발효한 ‘효소 농법’에 있다. 효소를 이용하면 가축의 장기 내부에서 유익균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자연 발효되면서 배출되는 분뇨의 악취를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적정 개체수가 유지될 때 지속가능하다는 것이 송 대표의 설명이다. 너무 많은 개체를 키우게 되면 분뇨가 넘치게 되고 썩으면서 해로운 균이 침투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악취가 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 갖춰지게 된다는 것이다.
송 대표는 애당초 수익보다는 자신과 가족이 먹을 수 있을 만큼의 유기란 생산에 목적을 두고 축산업에 종사해 왔기 때문에 건강하게 닭을 기를 수 있었다. 이러한 유기란 생산이 입소문을 타고 전국으로 알려지게 되면서 많은 이들이 찾고 구입하게 됐다. 다란팜에서 생산하는 유기농 다란은 10구 20개에 1만 6000원, 10구 40개에 2만 8000원 등으로 일반 계란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편임에도 꾸준한 소비자들의 구매가 이뤄지고 있다.
다란팜에서는 닭을 병아리 때부터 길러 농장의 지형과 특성에 맞는 토종닭으로 자리를 잡게 하고 있다. 또한 유기농곡물을 직접 배합해 급여하며, 당일 낳은 유기란을 당일 배송하는 것을 원칙으로 농장을 운영해 신선함을 배가시키고 있다.

▲ 다란팜에서 생산된 유기란.

이렇게 건강한 닭이 생산한 유기란은 난황의 기실이 높고 선명하며 흰자는 맑고 결착력이 강해 난황을 끈끈이 매워 싸는 것이 특징이다. 또 노른자의 색깔이 곱고 비린맛이 없으며 고소한 향이 풍기는 것이 특징이다. 단각이 청결하고 계란의 모양과 조직도 좋다.
유기축산의 선도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농장답게 소비자들은 물론 지속 가능한 축산의 가능성에 관심을 갖는 이들의 발길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3년에는 청와대 경제수석을 비롯해 전임 농진청장 등이 방문한 바 있으며, 지난해에도 전남도지사와 담양군수 등이 방문해 선진 농업을 견학한 바 있다.

▲ 생산된 유기란을 분류하고 있는 모습.

유기농으로 생산하는 닭들의 또 다른 특징은 질병에 강하다는 것이다. 이는 홍성군 결성면에 소재한 농업회사법인 ㈜성우 이도헌 대표의 방목돼지나 충남 예산 가나안농장 이연원 대표의 농장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특징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 등으로 여러 축산농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유기농업을 선도하는 세 농장 모두 동물들의 질병이 발생하지 않거나, 발생해도 자연 치유되는 등 건강한 축산의 길을 열어나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게 되면 화학약품을 투여하게 되는데, 이는 유해한 세균을 죽일 뿐만 아니라 농장 내부에 남아 있는 유익균까지 모두 죽이게 돼 가축의 질병 저항력을 떨어뜨린다. 하지만 다란팜에서는 발효 효소를 활용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유기축산의 저력이 발휘된 셈이다.

미/니/인/터/뷰 - 다란팜 송홍주 대표

“축산업 종사자에게 사명감 중요해”

▲ 다란팜 송홍주 대표.

담양 다란팜 송홍주 대표는 축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에게는 다른 무엇보다 사명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동물을 돈으로 생각하게 되면 그때부터 축산의 폐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제가 농장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동물을 좋아해서였습니다. 닭을 좋아하다보니 하루에 10번도 더 들여다보게 됐죠. 동물을 좋아하지 않으면 그만큼 관심도 떨어지게 됩니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축산업을 시작하게 되면 돌보는 시간도 줄어들게 되는 것이죠.”
송 대표는 축산업을 천직으로 생각하며 사명감과 소명의식을 갖게 된다고 말한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동물의 복지와 건강을 생각하게 되고 이는 곧 동물과 사람 모두를 살리는 길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동물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자꾸 관심을 갖다 보면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게 됩니다. 특히 축산업은 환경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종사자 모두가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임할 때 비로소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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