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원도심의 특화서점 ‘책이있는글터’와 ‘온다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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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원도심의 특화서점 ‘책이있는글터’와 ‘온다책방’
  • 글=한관우/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6.08.26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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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동네책방의 희망과 전략

공동체문화예술 소통공간을 꿈꾸다<7>
▲ 충주 책이있는글터 서점 내부 전경.

‘책이있는글터’ 책방 고객들에게 베푸는 배려는 철학과 의지
온다책방은 책과 함께 삶의 소소한 이야기하는 소통의 공간
충주의 문화지킴이, 문화사랑방 ‘책이있는글터’와‘온다책방’
지역의 문화예술 활동을 위해 책방의 문을 활짝 열어 둔 곳

 

충주시 국원대로 191(금릉동 859)에 가면 ‘책이있는글터’라는 책방이 있다. ‘책이있는글터서점’은 다양한 문화이벤트로 동네 문화 사랑방으로 자리 잡은 곳이다. 책방 건물 옆 공터와 책방 건물 3층에 마련된 100㎡ 남짓한 문화공간 ‘숨’에서는 나눔장터가 열리고, 하모니카 연주모임과 교육철학 공부모임 등 매일 다양한 모임이 이뤄지고 있다. 공간 사용료는 없다. ‘책이있는글터’를 찾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인문학 강연 프로그램과 악기 레슨, 작품 전시 등도 진행된다. 동네 미술학원 아이들이 만든 로봇이나 그림이 전시품일 때도 있고, ‘읽어주는 책방’이라는 코너는 이 서점만의 특징이라고 한다. 전시된 책을 읽어달라고 직원에게 신청하면 전문 성우들이 읽어준다고 한다. 그렇듯 짱짱한 회원들로 탄탄한 책방이다.

▲ 충주 책이있는글터 서점 전경.

■회원제의 저력, 느림과 순수한 운영철학
현실적으로 온라인 서점이 활성화 되어 있는 요즘에는 대형서점이 아니라면 오프라인의 작은 서점들은 운영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이있는글터 서점은 자본주의 논리에 역행하는 느림과 순수의 운영철학으로 이십여 년째 서점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책이있는글터 서점은 이 땅의 시골에서는 귀한 서점이다. 여타의 서점들이 판매경쟁에만 몰두하고 있을 때, 이곳 책방의 주인은 책을 잘 분류할 수 있는 아름답고 실용적인 서가를 어떻게 꾸며볼까 걱정을 했다. 책과 지역문화가 어떻게 소통될 수 있을까를 고민해왔다는 것이다. 만 명이 넘는 회원들이 이 책방을 다녀갔고 지금도 거래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회원제의 저력은 이 책방이 느림과 순수한 운영철학을 바탕으로 회원들뿐만 아니라 충주시민들 모두에게 친절을 베풀어왔기 때문에 가능할 수가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방을 충주 사람들은 꽤 귀한 서점으로 여기고 있다. 백여 평 정도의 커다란 책방에는 빼곡한 책들로 가득하지만 중간 중간에 시원스런 공간도 마련돼 있다.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독자들을 배려하기 위한 공간이다. 지하층 계단으로 내려서면 역시 전문서적들로 가득한 서가가 보일 뿐 다른 특이한 점은 발견할 수가 없지만 찬찬히 책방 구석구석을 살펴보면 이 책방이 지닌 남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가 있다. 출입문에서 오른편 구석으로 길게 늘어선 휴게실이며 지하층 한켠에는 널따란 공간에는 의자가 여기저기 놓여 져 있는 곳이 보이는데 바로 그것들이다. 책을 사기 전에 또는 책을 고르기 전에 책의 내용들을 여유롭게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들과 엄마들이 이곳에 앉아 그림책을 읽어주거나 함께 보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기도 하다. 경제논리와 이해득실을 따지는 자본주의 사회의 법칙에 어쩌면 역행하는지도 모를 느림의 철학이 이곳에서 읽혀지기 때문이다.

‘서점은 꼭 책을 사기 위해서만 오는 곳은 아닌가보다’라는 그런 착각이 들기도 한다. 서점을 마치 도서관처럼 애용하는 젊은 엄마와 어린이들을 보면서, 또는 젊은 학생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은 오늘날의 인정이 너무 메말라 있기 때문만은 아닌 듯 했다. 그렇지만 다시 정신을 차리고 보면 여기도 엄연히 책을 팔고 사는 생업의 치열한 현장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책방의 주인은 물론이거니와 점원들도 휴게실에 드나드는 사람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들이 책을 사지 않고 얌체처럼 읽다가 간다고 해도 이 책방에서는 그 누구에게도 어떠한 눈치도 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것이 바로 ‘책이있는글터’ 서점만의 남다른 모습인 것이다.
 

▲ 충주 책이있는글터 서점 내 매점.

서울의 유명서점인 교보문고의 예를 들어보자. 좁은 서가 사이로 사람들이 웅크리고 앉아 불편한 자세로 책을 도둑질 하듯 읽고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도둑질 하듯이 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것은 책을 사지 않고 읽는다는 것을 눈치라도 주려는 듯 그 넓은 매장에 책을 읽어보고 책을 사기 전에 내용을 먼저 훑어 볼 수 있는 여유 공간인 휴게실 하나 제대로 만들어 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책을 읽기 위해선 쪼그리고 앉아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광경은 국내 최대의 대형서점이 책을 사지 않는 사람들에게 눈치를 주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 반면 충주라는 작은 중소도시에 교보문고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작은 규모의 책방에서 고객들에게 베푸는 배려는 아무리 생각해도 ‘철학과 의지가 있는 책쟁이’ 임에 분명하다. 이런 책방이 과연 우리나라에 얼마나 있을까? 이뿐만이 아니지 않는가. 책방 건물 3층에는 문화공간 ‘숨’에는 음향시설이나 영상시설을 제대로 갖춘 세미나실이 있다. 책방의 입장에서는 많은 돈을 들여서 시설을 마련했겠지만 이곳 공간 역시 지역의 모든 문화예술 활동을 위해 문을 활짝 열어 둔 것이다. 다시 말해 사용료 없이 개방하고 있는 이곳에서는 노자철학 강의라든가, 연극, 모임이라든가, 각종 문학 강의가 연중 계속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책이있는글터에는 책들도 있지만?
1992년에 인문학강좌도 열고, 작은 전시회도 마련하면서 지역 독자들에게 좋은 서점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고 문을 연 ‘책이있는글터’라는 책방은 상호에서도 느낄 수 있듯 책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오로지 책방은 문화적 감수성을 유지한 채 지역주민들과 관계를 가지고 공감하고 교감해야 된다는 이야기다. 책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책을 통해 또 다른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독자는 매장에 있는 그 어떤 직원보다도 책에 대해 전문가라는 마음으로 독자에게 더 나은 감동을 제공하기 위해 늘 전문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해야 한다. 특히 책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것들은 아주 공평하게 서가에 한 부분을 자리한 채 진열되어 있다. 서점에 있는 책은 꽂혀 있는 이유가 반드시 있어야 하고, 또 분명해야 한다. ‘책이있는글터’라는 상호답게 책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번쩍 귀에 들어오는 순간이다. 이렇게 책이 있는 서점은 독자 스스로의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문화적 안전망이다.

‘책이있는글터’ 이연호 대표는 국문학도 시절 학보사 기자로 활동하면서 문예를 무기로 살겠다던 청년시절의 꿈을 이제 책방경영을 통해 책방의 이름을 내건 문화제로, 지인으로부터 건네받은 4만 여권의 책을 전시 대여할 시민도서관을 여는 것으로 확대해갈 계획이라고 한다. 물론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른바 ‘선한 연대’를 통해 서점을 독자들이 지역문화를 만들어가는 통로로 만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책이있는글터’ 서점은 작다면 작은 책방이고 크다면 큰 규모의 책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충주의 문화지킴이, 문화사랑방이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책이있는글터’ 책방에 큰 박수갈채를 보내는 이유다.


■따뜻함이 많은 곳에는 ‘사람이 온다’
한편 충주의 독립출판전문서점인 온다책방은 서점이지만 책만 판매하는 곳은 아니다. 책방에 들어서면 그 사이로 여러 소품들을 볼 수 있는데 이 소품들도 모두 개인이 독자적으로 기획한 제품들이다. 온다책방은 ‘소통의 공간’이다. 삶의 소소한 이야기부터 책에 관한 이야기까지 함께 소통하고 이어갈 수 있는 곳, 그래서 책방의 이름도 ‘사람이 온다’는 한글 뜻과 따뜻할 온(溫), 많을 다(多)를 합쳐 ‘따뜻함이 많은 곳’이라는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어느 책방도 돈을 많이 벌고 있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어느 책방도 이야기가 없는 곳이 없다. 그들은 하나같이 책의 힘을 믿는 사람들이고, 책을 통해 개인의 삶을 꾸리면서 지역 공동체에 기여하는 꿈을 꾸고 있다. 충북 충주시 원도심에 있는 특화서점인 ‘책이있는글터’와 ‘온다책방’의 지역 전통서점의 현대화를 주도하는 철학과 성공사례는 시골과 농촌지역의 책방에 던지는 메시지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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