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본고장 자부, 중고제 복원 계승 위해 노력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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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본고장 자부, 중고제 복원 계승 위해 노력 [1]
  • 글=전상진 전문기자/자료·사진=한기원 기자
  • 승인 2016.09.0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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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지역 중고제와 한성준의 맥, 그 소리와 가락의 복원 <2>
▲ 2015년도 중고제 판소리학교 입학식.

 ■ 글 싣는 순서
 1. 홍주(홍성·결성)지역 판소리 중고제의 맥, 보존과 전승 현황
 2. 판소리 중고제의 맥, 보존과 전승 1 (서천)
 3. 판소리 중고제의 맥, 보존과 전승 2 (서산)
 4. 판소리 중고제의 맥, 보존과 전승 3 (공주)

 5. 판소리 동편제·서편제의 맥, 보존과 전승 현황 1 (전북 전주·익산·고창)
 6. 판소리 동편제·서편제의 맥, 보존과 전승 현황 2 (전남 구례·보성)
 7. 판소리 소리제(대가닥) 기록 자료를 찾아서 (서울, 경기도 양평)
 8. 전문가에게 듣는다 (중고제의 맥, 그 소리와 가락의 복원 가능성)



중고제(中高制)는 조선시대 헌종 때부터 20세기 전반까지 충청·경기지방을 중심으로 전승된 판소리 유파이다. 정노식의 <조선창극사>에서 “대가닥에는 중고제, 동편제, 서편제, 호궐제가 있다”며 “중고제는 비동비서(非東非西)의 그 중간인데 비교적 동편에 가깝다”고 했다. 배연형 동국대학교 한국음반아카이브 연구책임자는 “중고제는 충청·경기지방이라는 지역적 개념과 함께 ‘중고(中古)’라는 시대적 개념도 내포하고 있는, 초기 판소리의 면모를 간직하고 있는 ‘고제(古制)’ 소리”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이 견해에 따라 판소리 대가닥을 시대적으로 구분하면, 고제(古制)-중고제(中高制)-신제([新制]인 동편제(東便制)·서편제(西便制)]로 나눌 수 있다. 시대적·지역적으로 고제와 중고제는 충청·경기지방을 중심으로, 신제인 동·서편제는 전라지방을 중심으로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편집자 주>



홍주지역, 판소리 고제의 못자리… 각지서 중고제 판소리 꽃 피워
서천지역, 판소리 본고장… 김성옥 소리제 잇는 김문소리 이어져
김창룡·이동백… 판소리 전성기 때 중고제 지켜, 이후 명맥 끊어져
서천군, 문헌서원 내 시설 확충 등 중고제 판소리 복원 전승 노력

 

▲ 명창 김창진.

■ 홍주는 판소리 고제 못자리… 충청 여러 지역 중고제 판소리 꽃 피워
홍주지역은 판소리 고제(古制) 창시자이자 판소리 효시인 결성 최선달 가(家)의 명맥이 이어지기에, 우리 전통문화인 ‘판소리 고제의 못자리’로 충청소리의 뿌리를 내렸다. 그 뿌리가 여러 지역으로 퍼져 나가 중고제 판소리의 꽃으로 핀 지역들이 있다. 가깝게는 서산시를 비롯해 서천군, 공주시 등이 판소리 중고제의 본고장으로 최근 들어 판소리 중고제 발굴 보존, 계승사업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들 지역 가운데 서천군은 김성옥의 법제를 표준으로 하는 중고제의 본 고장이다. 김성옥으로 시작되는 김문(金門)소리와 근대 5명창인 김창룡·이동백 명창이 태어난 고장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 판소리 중고제 본고장 서천, 요절한 천재 김성옥 소리제 받아
판소리 고제에서 중고제로 넘어가는 세도정치기(순조·헌종·철종·고종)~일제강점기는 충청·경기지방을 중심으로 중고제 명창들의 활약상이 돋보이는 시기이다. 중고제 판소리의 중요한 명창으로는, 강경(현 논산시 강경읍)의 김성옥을 시작으로, 경기 여주에서 활동했던 염계달, 서산의 고수관·방만춘·방진관·심정순·심상건·심매향·심화영, 공주의 김석창·황호통·박상도, 서천의 김창룡·이동백 등이 꼽힌다.

그 가운데 염계달과 더불어 중고제 소리의 법제를 마련한 인물로 평가되고 있는 인물이 바로 김성옥(金成玉, 1801~1834)이다. 그는 판소리 동편제 명창 송흥록의 매부이자, 명창 김정근의 아버지, 명창 김창룡·김창진 형제의 조부이다. 좋은 성음을 지니고 음률에 정통했으나, 35세를 넘기지 못하고 요절한 천재이다. 그는 젊은 시절 계룡산 암굴에서 고생하며 수련했던 탓에 다리는 뼈만 앙상하고 무릎은 부어올라 통증이 심한 학슬풍으로 앉은뱅이가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는 다리를 쓰지 못하고 병석에 누워 있으면서도, 판소리를 연구해 처음으로 진양조장단(24박 1장단의 가장 느린 속도의 장단)을 창시했다.
 

▲ 명창 김창룡.

■ 김문소리… 명창 김창룡 대 판소리 중고제 전성기로 꽃 피워
김성옥의 김문(金門)소리는 김정근-김창룡-김세준-김차돈(본명 김선초)으로 이어졌다. 김정근(金定根, 생몰 연대 미상)은 강경(현 논산시 강경읍)에서 출생해 서천 횡산리(현 서천군 장항읍 성주3리 빗그뫼)에서 성장했다. 철종·고종 시절 활동한 후기 8명창 중 한 사람으로, ‘무숙이타령’이 이름이 높았으며, 시조와 음률에도 정통했다고 한다.

제자로는 이동백과 아들 김창룡이 있는데, 특히 아들 김창룡(金昌龍, 1872-1943)은 서천군 횡산리(현 서천군 장항읍 성주동)에서 태어나, 홍주 결성지역에서 활동하다가 이름이 알려졌다. 최초의 사설극장 ‘원각사’가 조직되면서, 그는 32세 때 서울로 올라와 활동했다. 원각사가 해체된 이후 ‘연흥사’ 창립에 공헌했고, 판소리 근대 5명창이자 동편제 명창인 송만갑이 이끄는 한국 최초의 국립극장 ‘협률사’에 참여해 지방 순회공연을 실시하다 경술국치 소식을 접하고는 짐을 쌌다. 이후 ‘조선성악연구소’에서 후진 양성에 노력하고, 창극 공연에도 큰 관심을 뒀다.

그는 <적벽가>와 <심청가>를 장기로 삼았으며, <적벽가> 중 ‘삼고초려’와 <심청가> 중 ‘화초타령’을 특히 잘 불렀다. 당시 그는 ‘타고난 목이 좋아서 맑은 목소리가 며칠을 계속하더라도 상하지 않는 점이 장하다’고 하는 말이 전해질 정도로 밝고 맑은 목으로 시원하고 자연스럽게 발성했다. 그의 소리는 맑고 경쾌한 멋스러워 충청과 경기, 평안지역에서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한편 김창룡의 아우 김창진(金昌鎭, 1875~?) 역시 당대의 명창이었다. 그는 어려서 부친의 지도를 받았으나, 판소리를 알게 되면서 가문의 법제를 어기게 돼 집을 나와 혼자 수련하고 다른 소리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주 박동진 명창에게 <심청가>를 전수했고, 장기로 삼았다고 한다.
 
 

▲ 명창 이동백.

■ ‘새타령’의 명창 이동백… 판소리 중고제 산 증인으로 남아
김문(金門)소리를 받은 명창 이동백(李東伯, 1866~1950)은 한말~일제강점기에 ‘새타령’의 독보적 존재로서 판소리 절정기, 그리고 쇠퇴기를 모두 경험했던 판소리 중고제의 산 증인이었다. 그는 1867년 비인(현 서천군 종천면 도만리)에서 출생했으나, 태어난 해에 부친을 여의고 충북 진천의 백부 슬하에서 자랐다.

그는 13세 때에는 김정근 문하에 들어가 판소리를 공부하고, 다시 5년간 김세종 문하에 들어가 짜임새있는 판소리를 배웠으며, 성량이 풍부하고 풍채가 당당해 거인적인 명창으로 이름이 높았다. 고종은 그를 특히 사랑해 통정대부의 직계를 내렸다. 그는 ‘새타령’의 독보적 존재였고 <춘향가>, <적벽가>에도 뛰어났다. 연흥사·협률사·광무대·조선성악연구회에서 중진으로 활약하다가, 1939년 서울 부민관에서 은퇴공연을 한 후 물러났다. 이동백이 은퇴한 후 중고제 판소리는 전승이 끊어졌다.

■ 서천 출신 김창룡·이동백 명창 내세워 판소리 중고제 선양사업 활발
서천군은 지난해부터 명창 김창룡과 이동백의 출생지이라는 점을 내세우면서, 판소리 중고제의 발굴 보존, 전승 등 선양사업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군에서는 지난해 1월부터 문헌서원에서 ‘중고제 판소리학교’를 2년째 위탁 운영하고 있으며, 9월 4일부터 10월 3일까지 장항문화예술창작공간에서 근대 5명창이자 판소리 중고제의 거장인 이동백 명창의 삶과 예술세계를 조망한 ‘국창 이동백전’을 개최한 바 있다. 또 올해부터 2년간 1억 원을 들여 ‘서천 중고제 창작산실 육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문헌서원 이강선 실장(기벌포전통문화학교 대표)은 “서원은 성리학과 제례의식에 사용되는 음악을 공부한 곳”이라며 “전통문화 창달의 일환으로, 서천 관련 음악을 찾던 중 판소리 중고제를 함양 계승하는 ‘중고제 판소리학교’의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아울러 “지난해 판소리학교는 서천출신 중고제 명창과 중고제 판소리 전반에 대해 공부했지만, 올해는 끊어진 판소리인 중고제 공부보다는 판소리 문화 형성과 일반 소리 공부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실장은 특히 “문헌서원 내 시설 확충의 일환으로, 문헌사색원을 신축 개원할 예정”이라며 “문헌사색원 내 ‘중고제판소리전수관’이 생긴다.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서천지역 판소리 중고제 복원 사업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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