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농법·동물복지, 태국 축산의 역사를 새로 쓴다
상태바
자연농법·동물복지, 태국 축산의 역사를 새로 쓴다
  • 글=장윤수 기자/사진=한기원 기자
  • 승인 2016.09.29 16: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성의 친환경 축산의 미래, 유기축산에서 답을 찾다 <6>

사계절 여름인 기후 특성으로 미생물 활용한 사료·환경 구축
분뇨악취 줄여 건강한 돼지 생산… 고산족 삶의 질에도 영향
일반돼지보다 생산단가 높아… 소비자와 함께 해결해 나가야
축분 활용해 커피·고무·망고나무 등 각종 농작물까지 길러내 

▲ 미생물을 활용한 환경에서 돼지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태국은 사계절이 여름인 기후를 가지고 있어 미생물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이를 기존의 축산업과 적극 연계해 유기축산의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열어가는 이가 있다. 바로 태국 치앙마이 인근에 위치한 하래썽 미션재단(Five and Two Mission Foundation)의 김덕수 대표다. 김 대표가 가장 강조하는 유기축산의 가장 큰 의미는 바로 축분에 있다. 가축분뇨를 활용할 수 있어야만 환경과 사람, 가축이 모두 살 수 있는 축산환경이 마련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김 대표는 일상에서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재료들을 활용해 유기축산의 기본 토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왕겨나 쌀겨 등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이 유기축산의 근간을 이루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미생물 등을 활용해 일명 ‘돼지 김치’라고도 할 수 있는 발효사료를 만들어 돼지에게 급여하고 있는데, 이러한 사료를 먹은 돼지들은 분뇨에서 악취가 줄어들고 보다 건강한 상태로 자라게 된다.

김 대표는 왕겨와 쌀겨를 바닥에 깔고 이러한 미생물 효소를 활용해 축분이 적절하게 발효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또한 김 대표가 급여하는 미생물 발효 사료 역시 돼지의 장내에서 유익균을 만들고 돼지들은 미생물을 통해 건강하게 자라게 되며 악취까지 저감되는 등 그 효과가 크다. 특히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란 돼지는 결국 이를 고기로 섭취하는 사람에게까지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 대표는 충남대학교 농업대학을 졸업했으며, 천안에 위치한 농촌진흥원에서 양돈 분야 인턴으로 약 8개월가량 근무한 바 있다. 대학교에 재학할 때만 해도 축산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으나, 매일 양돈 관련 업무를 하다 보니 악취가 심해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관심을 가지게 됐다. 또 공장식 축산 현장은 대부분 바닥이 시멘트로 만들어져 있는데, 이는 돼지들이 본래 습성대로 땅을 파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이기도 해 이에 대한 안쓰러움을 느끼게 됐다. 이에 김 대표는 돼지를 키우는 새로운 방법 등에 대한 연구를 거듭하다가 태국 치앙마이까지 와 자리를 잡게 됐다.

현대사회의 축산업에서 돼지는 살을 찌우는 목적으로만 사육되다 보니 제대로 된 공간에서 움직이는 것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돼지에게도 스트레스를 주게 되는데, 이로 인해 우리가 알 수 없는 질병들이 인간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구제역 등 질병 발생 역시 돼지들의 스트레스 및 자연적이지 못한 축산 환경의 영향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러한 연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으나, 뚜렷한 수익 창출이 어렵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연구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 김덕수 대표가 고산족마을에 조성한 돼지 축사의 모습.

돼지가 행복하고 즐거운 축산 환경을 갖추는 것은 돼지도 살리고 사람까지도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 될 수 있다. 아직까지 태국의 축산업은 한국의 축산업과 비슷한 실정이지만, 김 대표는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고 보다 나은 축산 환경 구축 및 유기축산 사례를 제시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김 대표가 돼지를 키우고 있는 지역은 인근 마을들에 많은 고산족들이 거주하고 있다. 고산족들은 대부분 화전민으로, 불법으로 산을 태워 옥수수나 쌀 등의 농사를 짓고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산족들은 현대식 축산을 통해 배출되는 분뇨 등에 의한 피해를 고스란히 입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제대로 된 상수도나 하수도 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인데, 축산 분뇨가 지하수에 스며들게 되고 고산족 사람들은 이를 마시며 생활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각종 질병의 영향을 받게 되고 이는 고산족들의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비위생적인 환경을 만드는 축산업의 개선이 시급한 이유다. 김 대표는 한국에서도 축산 환경으로 인해 비슷한 문제들을 겪어온 만큼 이곳에서 앞선 환경 구축 및 확산을 통해 똑같은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일념과 각오로 임하고 있다.

김 대표에 따르면 태국과 같은 동남아 국가 및 아프리카의 일부 국가들은 선진국에서 실패한 축산의 사례를 그대로 답습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움이 큰 실정이다. 김 대표는 이를 뛰어 넘어 처음부터 실패하지 않는 축산업을 정착시키기 위해 유기축산의 선진 사례를 치앙마이에서 접목시키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축산업이나 농업의 문제는 규모가 커지면서 문제도 다수 발생하게 된다. 규모를 무리해서 키우다보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게 되고, 이러한 부분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문제역시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태국인들이나 고산족들조차도 김 대표의 축산업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시멘트 바닥에서 돼지의 분뇨를 물로 깔끔하게 처리하는 것이 더 편리하다는 생각 때문인데, 이로 인해 새로운 방안을 강구하는 김 대표의 방식에 대해 납득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김 대표는 유기축산은 궁극적으로 소비자와 함께 이뤄나가야 할 과제라고 강조한다. 현재 김 대표가 자연농업 방식으로 키우는 돼지들은 시중에 판매되는 돼지들에 비해 오랜 기간 사육되고 사료의 양도 더 많이 투입된다. 일반 돼지보다 운동량이 많기 때문인데 1.5배에서 2배 이상의 비용이 더 투입되며 이는 판매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태국의 수도인 방콕 등지에서는 일부 의식 있는 소비자들의 소비가 이뤄지고 있으나, 보편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판로가 막혀 유기축산도 소용이 없는 셈이다.

▲ 미생물을 활용한 돼지 사료에 사용되는 바나나 나무들.

김 대표가 특히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축분을 만드는 것이다. 축산의 근본적인 목표는 축분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태국에서 다양한 방식을 활용해 축분을 만들고 이를 활용한 농사를 적극 확대해나가는 것도 김 대표의 목표다. 이를 위해 현재 김 대표는 다양한 종류의 커피나무와 고무나무, 망고나무 등을 식재하고 발효된 축분을 활용한 농사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축분의 가치를 고산족을 비롯한 태국인들이 깨닫게 될 때 땅도 살고 농작물까지 살아나 궁극적으로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미/니/인/터/뷰 - 하래썽 미션재단 김덕수 대표

“돼지가 행복해야 사람도 행복하다”

▲ 김덕수 대표.

김덕수 대표는 현재 자신의 축산업이 결국 사람을 살리기 위한 일임을 강조한다.

특히 축산업으로 인한 각종 질병에 시달리는 고산족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며, 행복한 돼지를 통해 사람까지 행복하게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건강한 농작물을 먹을 때 사람들이 건강해지듯, 축산물도 마찬가지입니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란 돼지들을 먹으면 사람들까지 건강하고 행복해지죠. 그럼에도 아직까지 태국에서는 이러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노력에 나서고 있습니다.”

돼지를 방목하고 미생물을 발효시킨 환경에서 자라게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 대표는 앞으로도 더 발전적인 축산업의 사례를 만들어 선진국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태국에서는 건너뛸 수 있게 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동물이 행복하고 사람이 행복하면 결국 전 세계가 행복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건강한 돼지가 생산한 축분으로 건강한 농작물도 기를 수 있다면 정말 많은 것들이 변화될 것입니다. 앞으로도 건강하고 행복한 축산업의 모델을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