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와 시민이 함께 살린 서점, 군산 ‘한길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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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와 시민이 함께 살린 서점, 군산 ‘한길문고’
  • 글=한관우/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6.10.06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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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동네책방의 희망과 전략

공동체문화예술 소통공간을 꿈꾸다<9>
▲ 서점 안에는 어린이 전문 코너와 쉼터, 독서공간이 마련돼 있다.

2012년 여름 400㎜의 폭우로 책 10만 여권 고스란히 물에 잠겨
매일 2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 동참, 시민사회 격려와 용기 줘
한길문고 군산시민의 힘으로 다시 세워졌다 해도 과언 아닌 곳
지적 갈증 풀어주고 갈증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는 광장


 

전북 군산시 나운동에 있는 한길문고는 지역주민들을 위한 문화공간 구실을 꾸준히 해 오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여름 400㎜가 넘는 폭우로 피해를 봤던 군산 한길문고는 군산 시민들의 도움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한길문고는 수해 두 달 만인 지난 2012년 10월 같은 건물 2층에 새로 문을 열었는데, 재개점한 한길문고는 6만 여권의 도서와 각종 문구를 갖추고 있다. 규모는 기존 지하 660㎡에서 지상 2층의 825㎡로 더 커졌고 문화공간과 헌책 교환·판매 코너, 카페테리아 등 한층 더 쾌적한 환경을 갖췄다. 군산 시민들의 곁으로 돌아와 큰 호응을 얻는 계기가 됐으며, 이것이 시민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했다. 한길문고 측은 헌책 1만권이 모이면 인터넷 헌책방을 만들어 보다 많은 이들과 소통하고 있는 서점으로 군산 시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길문고에는 작은 카페가 있어서 간단하게 먹고 마시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서점 중앙에는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의자와 매트, 평상이 깔려 있다. 그림책과 육아 관련 책들이 모인 서점의 한 모퉁이에는 책상과 의자들이 놓여 있다. 장소가 필요한 시민의 모임에는 대여료도 받지 않고 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수해피해를 극복하고 시민들의 서점으로 거듭나기까지의 사연과 농어촌지역의 중소도시 문화공간으로서의 성공비결, 지역주민들의 문화 갈증을 풀어주기 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 등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 서점 한켠에 마련된 지역관련 서적코너.

■폭우, 10만여권의 책 고스란히 물에 잠겨
한길서점은 본래 군산시민사회에서 ‘군산시민의 힘’ 공동대표를 역임한 이민우 대표였다. 전북 장수에서 태어나 전북대학교 재학 중에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1년 가까이 옥살이를 했다. 지난 1983년 시민사회운동을 위해 군산으로 거처를 옮겨온 그는 우연한 기회에 녹두서점을 운영하던 선배의 뒤를 이어 녹두서점을 맡게 됐다. 이후로 서점은 그에게 삶의 중심이 되었다고 한다. 녹두서점을 맡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길문고로 간판을 고쳐 달았고, 서점을 통한 새로운 변신을 꿈꿨다.​ 그러던 중 1982년 8월 13일 새벽에 군산지역에 유례가 없는 폭우가 쏟아졌다. 이날 군산에는 444㎜의 폭우(暴雨)가 쏟아졌다. 1972년 군산 기상대 개설 이후 관측된 하루 최대 폭우였다고 한다. 이 폭우로 인해 서점의 매장은 가슴까지 물이 차올랐다. 당시 서점은 지하층에 자리하고 있었다. 비가 그치고 몇 날을 양수기를 동원해 빗물을 퍼내고 보니 천장까지 찼던 물로 인해 10만 여권의 책은 고스란히 물에 잠겼던 것이다.

이를 폐지로 처분하고 손에 쥔 돈은 고작 200여만 원이었다고 한다. 희망이란 단어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기적이란 단어도 물속에 묻힌 듯 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사회의 격려와 용기가 이어졌던 것이다. 매일 20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악취를 풍기는 책을 들어내고, 물에 불어나 무겁기만 한 책장을 걷어내는 일에 기꺼이 동참했던 것이다. 작은 기적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시민들이 ‘서점 구하기’에 나선 이유는 무얼까. 한길문고는 군산 시민의 힘으로 다시 세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이었다. 한길문고를 도운 것은 군산 시민이었다. 물에 젖어 폐지가 된 책들을 꺼내고, 쓰러진 책장을 치우고, 계좌번호를 물어가며 지원을 아끼지 않은 사람들의 격려 덕분에 다시 매장을 열 수 있었다고 한다. 이후 시민사회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던 이민우 대표는 그 다음 해에 세상을 떴다고 한다. 지금은 그 부인이 서점을 운영하며 고인의 뜻을 지켜가고 있다. 저자 초청 강연이나 문화 행사 등을 꾸준히 열어 시민을 위한 서점이 될 것을 바란다는 유언을 말이다. 지금도 한길문고는 군산의 여러 시민단체와 함께 다양한 행사로 시민들과 함께 소통하고 있다.

 

▲ 서점에 마련된 일반 주민들의 독서 공간.

■지식과 문화 나누고 공유하는 방식 운영
지난 30여 년 동안 한길문고는 문화 공간 구실을 꾸준히 해 왔다. 국내 및 지역출신의 시인과 소설가를 비롯한 저자 강연회를 열고 독서 운동도 벌였다. 시민들은 그런 책방이 사라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고 했다. 한길문고가 다시 문을 열면 책을 살 수 있는 ‘바우처’도 만들어 2000만원어치를 팔았지만 그래도 물에 젖은 책은 되살릴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한길문고라는 책방 주인은 서점을 접으려고 했다가도 용기를 얻었고 다시 문을 열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사연을 듣고 찾아간 한길문고는 지금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완전히 딴 세상이 돼 있었다. 같은 건물 지상 2층에 새로 문을 연 서점은 환한 빛에 산뜻한 내부 장식으로 손님을 맞고 있었다. 한쪽 커피숍에선 주부들과 아이들이 웃고 이야기하며 한가한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한길문고에는 작은 카페가 있어서 간단하게 먹고 마시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서점 중앙에는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의자와 매트, 평상이 깔려 있다. 그림책과 육아관련 책들이 모인 서점의 한 모퉁이에는 책상과 의자가 있다. 장소가 필요한 시민의 모임에 대여료도 받지 않고 자리를 제공한다.

또한 군산 한길문고에는 군산에 대한 관련 책들도 한데 모여 있었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사진 포인트로, 먹거리 포인트로 군산을 찾아오고 있지만, 군산에 얽혀있는 사연들은 사실 잘 모른다는 것이다. 사실 군산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라는 것. 따라서 우리 동네 이야기는 우리부터 읽고 알아야 되겠다는 생각에서 이러한 코너를 마련했다. 물론 시민들에 대한 감사와 보답의 차원에서도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실증에서의 느낌은 지식과 문화를 소비하는 것보다는 나누고 공유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한길문고가 군산시민사회의 지지와 공감을 크게 얻고 있음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 한길문고 입구 전경.

한길문고 문지영 대표는 “수해를 당하기 전에도 간간이 행사를 열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매장을 새로 열면서 집중적으로 진행하게 됐어요. 새로 오픈한 매장이 넓어지기도 했지만 문화공간이나 카페공간을 마련해서 행사 진행이 수월해졌어요. 이미 여러 차례 말씀드렸듯이, 수해를 당한 이후 군산시민들의 도움은 절대적이었어요. 다양한 방법으로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셨거든요. 어느 날은 수천만 원이 넘는 돈이 통장에 들어오기도 했어요. 한길문고를 살리기 위한 펀드를 마련한 거였어요. 어떤 독자는 전화를 걸어 펑펑 눈물을 쏟기도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힘이 저희를 살렸어요. 감동이었지요. 수해를 당해 막막한 처지에 놓이기는 했지만, 도움과 격려로 힘을 얻었어요. 우리 초원이도 큰 힘이 되었지요. 당연히 갚아야지요. 모두에게 정성껏 갚아드려야지요. 복구를 마치고 2012년 10월 초에 서점 문을 다시 열면서 가을 음악회를 열었지요. 한치영 선생의 곱고 깊은 노래와 한태주 군의 아름다운 오카리나 연주가 그 동안 애쓰고 수고해준 직원은 물론 군산시민들의 마음을 위로하기에 충분했어요. 11월 중순에는 군산골목길탐사대의 활동과 결과를 담은 사진전을 가졌고, 같은 달 23일에는 지리산의 버들치 시인인 박남준 작가를 모시고 ‘작가와의 만남’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문화나눔행사로 진행된 이 행사는 군산교육희망네트워크나 시민사회에서 적극적으로 알려주고 홍보해주었어요. 저희 행사 대부분은 지역사회와 함께 진행했어요. 한길문고가 독자적으로 끌어가기보다는 지역시민사회와 함께 논의하고 진행하려고 했지요. 어쩌면 ‘함께’라는 말보다는 ‘일방적인 도움’이 적절한 표현인지 모르겠어요”라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군산시민들은 “군산 최대 서점이 사라질 수 있다는데 위기감을 느껴 한마음이 됐다”며 “한길문고는 지적 갈증을 풀어주고 갈증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는 광장입니다. 문화공간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절박감이 시민들의 자발적 봉사를 이끌어냈다”고 말한다.

<이 취재는 충청남도 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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