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부부가 운영하는 문화공간, 광주 동네책방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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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부부가 운영하는 문화공간, 광주 동네책방 ‘숨’
  • 글=한관우/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6.10.17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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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동네책방의 희망과 전략

공동체문화예술 소통공간을 꿈꾸다<10>
▲ 동네책방 숨의 내부모습.

복합문화공간 북카페 숨, 책만세 작은도서관 주민플랫폼으로 역할
청소년과 어른 모두가 마을살이와 인생살이에 주체자가 돼 간다면
동네책방 숨은 도서관 이용자 등이 추천한 책 300~500여종을 판매
광주·전라 문화 코너, 책값 미리 내고 책 맡겨두는 ‘책 미리내’운영


 

▲ 광주의 복합문화공간 숨에는 북카페 숨과 책만세 작은 도서관이 있어 지역주민들의 소통공간이 되고 있다.

광주광역시 수완지구 수완로 74번길 11-8에 자리 잡은 북 카페 ‘숨’이 지난해 12월 ‘동네책방 숨(대표 이진숙·46)’으로 또다시 태어났다. 책방의 주인인 안석, 이진숙 부부는 그들이 가진 공간을 마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도서관과 북 카페를 함께 운영하는 것. 북 카페로 들어온 수익금을 도서관에 보태는 식이다. 그들은 지난 2009년 12월 광주에 아무런 연고도 없던 수완마을에 둥지를 틀었다. 수도권에서 목회를 하던 안석(49) 목사는 6년 전 광주로 왔는데 “경쟁사회가 초집약된 곳이 서울이잖아요. 교회마저도 경쟁의 산물이라고 느꼈어요. 그래서 경쟁으로부터 자유로운 곳으로 가자고 했지요. 지역을 찾다가 광주를 떠올렸어요. 때마침 감리교단에서 수완의 터를 사놓고 목회활동을 할 사람을 찾았어요”라는 것이 직접적인 동기가 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복합문화공간 ‘북카페 숨’과 ‘책만세 작은도서관’을 운영하며 민간의 주민플랫폼으로서 적지 않은 역할을 해온 지 7년째다. 심장이 뛰는 다른 일을 시작하겠다고 한 것이 마음을 연결하는 집, ‘동네 책방 숨’이다.

작은 동네책방에서 세상의 모든 책들을 만날 수는 없겠지만, 주인장이 엄선해 발굴한 책들을 중심으로 책방 손님들의 추천 책이 더해지면서 500여 종의 책들을 만날 수 있다. 이들 부부는 전체 330.6㎡ 규모의 공간을 교회(2층)와 1층의 작은도서관 및 북카페 숨(66.1㎡)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콘크리트를 쓰지 않고 나무로만 공간을 완성했다. 지금도 일요일 아침 2층 교회에서는 10여명이 모여 예배를 본다고 한다. 그만큼 작은 미니교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곳은 주민들에게 교회보다 복합문화공간으로 더 알려졌으며, 책을 읽으면서 차를 마시는 북카페는 광주에서는 처음이라는 것이다. 1만 여권의 책이 비치된 작은 도서관(99.2㎡)은 책을 읽으며 대화를 나누고, 치유 프로그램과 재능기부 모임을 꾸리는 소통의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 동네책방 숨에서 실시하고 있는 ‘책 미리내’는 말 그대로 책값을 미리 내고 책을 맡겨두는 것이다.

■동네책방이 살아야 지역정신 살아
이들 부부가 동네책방을 내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한 권의 책 때문이었다고 한다. 백창화·김병록 부부가 전국의 동네 작은 책방을 찾아 소개한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라는 책에 광주의 동네책방이 빠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랐던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광주엔 사랑방문고와 청년글방이 문을 닫은 뒤 인문학 책을 골라 살 수 있는 책방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 목사 부부는 동네책방을 ‘경제적 관점이 아니라 문화적 관점으로 접근해 일을 벌였다’는 설명이다. “경험을 공유하자”는 것을 책방의 목표로 잡았고, 작은 도서관을 이용하던 ‘숨지기’들이 목공과 디자인, 청소 등으로 힘을 보탰다는 것이다. “참고서만 쭉 깔려 있는 서점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걸어가서 책을 만져보고 주머니를 열어 책을 사는 공간을 꾸미고 싶었어요”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동네책방 숨은 도서관 이용자 등이 추천한 책 300~500여종을 판매하고 있다. 전라도 문화, 생태·환경, 마을·교육·공동체, 평화·영성, 세월호 참사 등의 분야의 책들을 엄선해 판매하는 점이 독특하다면 독특한 특징이라 하겠다. 인터넷서점보다는 책값이 10% 비싸지만, 그 비싼 10%를 포인트로 쌓아 음료로 돌려준다는 것이다.

동네책방 숨의 이진숙 대표는 “책방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고른 책이 다르다고 봐요. 80년 5월에 주먹밥이 있었다면 광주에서 동네책방이 잘돼야 광주정신이 살아날 것으로 믿습니다”라고 말하며 “동네책방 숨이 갖는 의미에 대해 또 다른 면으로도 생각하고 있다. 동네에 있는 서점이, 빵집이, 꽃집이, 쌀집이 각각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세대와 삶을 공유하고 길잡이가 되어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꽃집에 가서 꽃이나 생태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고, 서점에 와서 문학과 인생을 말할 수 있고, 쌀집에 가서 우리 토종 농산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면, 그래서 청소년과 어른 모두가 마을살이와 인생살이에 주체자가 되어 갈 수 있다면, 그것이 시민으로서의 소양을 갖추는 첫 걸음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일상에서 배움이 일어나고 마을이 곧 학교가 되는 것이 아닌가. 진로교육이든 인성교육이든, 주제에 따른 활동을 만들어 그것에 참여하는 것만으로 이루어지는 교육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일상이 배움이 되고 누구나가 선생이 되는 것, 그리고 그것을 통해 모두가 주체가 되어 가는 것, 그것이 온전한 배움과 성장이 일어나는 마을교육공동체로 나가는 길이리라”고 말이다.
 
 

▲ 북카페 숨의 운영 안내 현수막.

■동네책방, 책과 문화의 향수의 공간
동네책방 ‘숨’에는 특별히 눈에 띄는 진열대가 있다. ‘광주·전라 문화’ 코너와 방문객들이 몇 번 고개를 갸웃하다가 “이거 뭐예요?”라고 물어본다는 바로 ‘책 미리내’라고 적힌 작은 안내문이 붙어 있는 코너다. ‘책 미리내’는 말 그대로 책값을 미리 내고 책을 맡겨두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을 골라 계산을 한 뒤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작은 쪽지에 적어두면, 숨지기가 리본으로 간단히 포장해서 잘 보이는 곳에 놓아둔다. 얼마 후 선물을 받을 분이 방문해서 본인의 이름이 적혀있는 책을 선물로 받아간다. 그럴 때면 모두들 약간은 쑥스러운 듯 그러나 무척 행복한 얼굴로 돌아간다고 전한다. ‘책 미리내’의 시작은 세월호 희생 아이들을 추모하는 생일시 모음집 ‘엄마…나야 (난다·2015)’에서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세월호 희생자 중 단원고 아이들 생일이면 안산의 ‘치유공간 이웃’에서 그 아이의 생일상이 차려지고 그 아이가 직접 적은 듯한 시 편지가 읽혀진다. 자원하는 작가 한 사람이 그 아이의 이야기를 찾아보고 모아서 그 아이의 입장이라면 이런 말을 하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씌여진 글이다. 그렇게 지난 1년 넘게 아이들의 생일이 치러졌고 그 생일시를 모은 책이 2015년 12월 중순에 발간된 것이다. 동네책방 숨을 적극 지원해주고 계시는 광주 시민 상주 한 분이 이 책을 지인들에게 선물하겠다며 미리 계산을 하고 책방에 맡겨두었다. 예쁜 빨간책에 리본을 묶고 책 일부를 인용한 쪽지 글을 적어 끼워두고 해당하는 지인이 찾아오면 숨 책방에서 전달했다. 책을 받으러 오는 분들은 숨을 방문해서 선물 받은 책을 가져가면서 동시에 어떤 안도감을 느끼기도 하는 듯 했다. 그냥 책 선물이 아니라 세월호 참사라는 시대의 아픔과 과제를 함께 나누며 공감하고 연대의 끈을 엮어가는 일이 되는 듯 했다.

 

▲ 북카페 숨 전경.

책을 받으러 온 분 중에는 또 다시 책을 구입해 맡겨두는 경우도 있었다. 본인이 받았으니 또 다른 사람에게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마침 숨지기도 알고 있는 이웃이어서 더욱 반가운 마음으로 ‘고○○님께서 전○○님께 선물하셨습니다’라는 제목의 쪽지 글을 적어 책 사이에 끼운 뒤 진열장에 세워두었다. 마침 받으실 분이 수완지구 사는 우리 이웃이었는데, 세월호 천일순례 조끼를 돌려주러 왔다가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고 무척 즐거워하였다. 쪽지가 있는 책을 건네자 즐거운 얼굴로 “마침 없는 책이어서 구입할까 했는데 잘되었다”고 하면서 연신 “이런 일이 있네. 고맙네”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것을 SNS에 올렸더니 다른 지인들도 서로 받고 싶다고 주고 싶다고 댓글이 활발히 오갔다고 했다. 덕분에 갑자기 선물주기 붐이 일어난 이 일은 그 후로 숨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자주 들려주는 이야기 거리이기도 하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렇듯 광주의 동네책방 ‘숨’처럼 책 읽을 장소와 함께 문화를 향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책방과 카페가 전국 각지의  대도시지역을 비롯한 중소도시는 물론 농어촌지역, 산골마을에까지도 자리 잡고 있는 것은 고무적 현상임에 틀림없는 일이다. 광주의 동네책방 ‘숨’이 펼치는 다양하고 유쾌한 사람냄새 나는 반란을 지켜볼 일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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