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에서 소명과 사명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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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에서 소명과 사명 찾는다
  • 글=장윤수 기자/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6.11.07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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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사람들의 아름다운 도전 홍성의 농부로 희망을 일구다 ⑮
일·봉사 최선 다하는 한완수 씨
▲ 한완수 씨가 소에게 여물을 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제 고향은 충남 서천입니다. 서울에서 대기업에 다니다가 퇴직을 하며 더 의미 있는 삶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어린 시절부터 친숙했던 농촌으로 되돌아가기로 맘을 먹었죠.”

한완수(70) 귀농인의 말이다. 한 씨는 어린 시절, 논과 밭이 많았던 서천에서 자란 농촌 토박이였다. 부모님을 도와 시골 일을 돕다 보니 농촌에서의 삶은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학교에서 일과를 마치고 돌아온 한 씨에게 어머니는 늘 아버지를 도와 농촌 일을 하게 시켰다. “일을 해 보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요즘은 농촌에 거주해도 자식들에게는 고생을 안 시키려는 부모들이 많은데, 땀을 직접 흘려본 이와 그렇지 않은 이의 삶은 크게 다르죠. 개인적으로 땀을 흘리며 농사일을 도와보는 것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에서 퇴직을 한 이들은 대부분 등산을 다니거나, 친구들과 모임을 갖는 경우가 많은데 한 씨는 이보다 가치 있는 일을 찾고 싶어 했다. 사람마다 각자의 소명과 사명을 갖고 태어난 만큼, 보다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시골에 내려가 호박이라도 심자는 마음으로 귀농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노동은 기도라는 성서의 말씀처럼 신성한 것입니다. 사람은 놀고먹지 말고 노동을 할 때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얻게 되죠. 그래서 지난 2010년 귀농을 하게 됐고 올해로 6년차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한 씨는 서부면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동생의 우사를 관리하는 일을 도맡고 있다. 아침과 저녁, 하루 두 번씩 소에게 여물을 주고 있다. “농촌에 사는 사람들은 일과 운동이 별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소에게 여물을 주니 자연스럽게 365일 운동을 하고 있죠. 일석이조입니다.”

한 씨는 고등학교 재학 시절, 적성검사를 한 적이 있는데 당시 어학 능력에 소질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에는 그 결과를 이해하지 못하고 서울의 한 대학교 화학공학과에 진학해 대기업에 종사했는데, 차후 어학능력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한 씨는 외국인들과 함께 근무했으며, 미국으로 파견 근무를 다녀오기도 했다. “어학이 제 적성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됐죠. 소질과 적성이 맞으면 영어를 배우는 재미가 있거든요. 회사에 다니고 파견근무를 다니며 영어를 사용한 만큼 어지간한 영문과 출신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한 씨는 이러한 재능을 살려 최근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귀감이 되고 있다. 청소년수련관이나 사회복지관, 광천읍사무소, 자원봉사센터 등지에서 영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교육 봉사활동을 펼쳤다. “처음에는 열정을 가지고 영어를 배우겠다고 들어오지만, 나중에는 절반밖에 남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만큼 낙오를 많이 하죠. 영어는 결코 쉽지 않지만, 꾸준한 인내를 가지고 배우다보면 실력이 점차 늘게 됩니다. 배우려 하시는 분들이 그 점을 잊지 말고 끝까지 열심히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

한 씨는 지금 자신의 삶에 크게 만족한다고 말했다. 가축인 소에게 먹이를 주는 일이다보니 소들이 자신을 통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것이 즐겁고, 새끼를 낳으면 어린 생명의 소중함도 함께 느낀다고 말한다. 특히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다른 무엇보다 즐거운 점이라고 한 씨는 강조한다. “앞으로도 생을 마칠 때까지 가치 창조를 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또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한 마리든 두 마리든 제 소를 키우며 살고 싶습니다. 영어 자원봉사도 희망하는 분들이 있다면 계속해 나갈 계획입니다. 여러분도 각자의 소명과 사명감을 깨닫고 늘 행복하게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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