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사각에 놓인 80대 독거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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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사각에 놓인 80대 독거노인
  • 이은주 기자
  • 승인 2016.12.01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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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인과 접촉 꺼려해… 고립된 생활 속 방치돼
노인생활관리사 29명에 관리대상 785명, 역부족
▲ 외부인과의 접촉을 꺼린채 홀로 외롭게 지내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이 굳게 닫힌 문틈사이로 포착됐다.

택시운전기사 김성수 씨는 얼마 전 읍내에서 장을 보고 귀가하는 80대 할머니를 댁까지 모셔다드렸다. 무거운 짐을 들고 가는 할머니가 걱정돼 집 안까지 따라간 김 씨는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사람이 산다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집 앞 마당에는 온갖 잡풀들이 가득했고 집 안에는 염소 세 마리가 방안을 오가며 할머니와 함께 지내고 있었다. 

이러한 광경을 목격한 김 씨는 안타까운 마음에 기자에게 연락을 취해왔다. 기자가 방문해 할머니와 대화를 시도했지만 할머니는 문을 꼭 걸어 잠근 채 외부인의 방문을 두려워 하는 모습이었다. 마을 주민들을 통해 알아본 결과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혈혈단신 혼자서 지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할머니는 현재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상황으로 치매 증세까지 의심되는 상황이다. 마을주민들이 도움을 주고자 해도 할머니는 극구 사양하며 철저하게 고립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긴 설득 끝에 성공한 할머니와의 대화 속에서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20여년 가까이 누구 하나 의지할 곳 없이 혼자 살면서 철저하게 고립된 생활을 이어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추운 겨울이 다가오고 있지만 석유보일러에 연료를 공급하기 어려워 전기장판에 의지한 채 오로지 염소가 자식인냥 지내고 있다는 할머니. 할머니의 생활에 대해 좀 더 정확히 알아보기 위해 해당 면사무소 노인복지 담당자를 만나 확인한 결과 노인 기초연금만 지원받아 생활하고 있었다. 어려운 상황으로 보여 기초생활수급자로 해당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황당한 답변만 돌아왔다. 신청을 하지 않으면 지정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해당 면사무소에는 사회복지사가 단 한명이 근무하고 있다. 혼자서 노인복지를 비롯해 지역의 모든 복지 업무를 담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참으로 무책임한 말이다.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면서 할머니처럼 혼자 사는 노인들은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이를 관리할 독거노인생활관리사는 턱없이 부족해 복지사각지대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홍성군노인종합복지관에서는 2008년부터 거동불편 독거노인에 대한 정기적인 안전 확인 등을 위한 독거노인생활관리사 파견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 29명의 독거노인생활관리사가 785명의 독거노인을 돌봐주고 있다. 1명의 노인생활관리사가 최대 27명의 독거노인을 전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복지체계 개선과 가족·이웃의 따뜻한 온정은 물론,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성수 씨는 “갈수록 각박해져가는 세상 속에서 무관심속에 방치된 노인들과 이웃이 없는지 수시로 살펴볼 수 있는 복지체계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안타까워 했다. 노인종합복지관 강혜련 복지사는 “독거노인생활관리사들이 매주1회 방문, 주2회 전화를 통해 주기적으로 안전 확인은 물론, 어르신들의 사연, 그 이야기들을 진정한 마음으로 들어주며 돌봐드리고 있다”며 “넉넉하진 못해도 복지혜택을 골고루 받으시고 독거노인의 외로움과 고통을 덜어드릴 수 있도록 생활관리사들에 대한 지원도 적극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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