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씁니다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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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씁니다 마음을 전합니다
  • 이은희 주민기자
  • 승인 2017.02.10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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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그라피 강의시간은 글씨 쓰는 시간이 60분이라면 먼저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기도 하고 타인의 이야기나 감정에 귀 기울이며 함께 생노병사, 희노애락을 이야기 하는 시간을 40분 정도 갖기도 합니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고 타인과의 감정소통을 통해 친밀감이 생기면서 글씨에 다양한 감성이 담기게 됩니다. 캘리그라피 강사 역시 글씨를 배우는 분들과 감정을 나누며 소통을 하게 되면 좀 더 감정이 스미는 작품으로 완성되지요. 또 글씨를 쓰는 사람이다 보니 캘리그라피 시연으로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게 되고 또 로고작업은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과 만나게 합니다. 휠체어를 타는 삶이기에 어쩌면 좁을 수 밖에 없었을 세상이 글씨로 인해 큰 세상을 보게 하고 다양한 삼라만상을 만나게 합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이다 보니 캘리그라피 로고 의뢰를 직접하기 보다는 전화나 메일로 의뢰받기도 하지만 직접 만나 제품 컨셉에 대한 소통이 충분이 될 때 의뢰자와 캘리그라퍼가 만족하는 글씨가 완성이 됩니다. 며칠 전 유기농딸기를 재배하시는 분이 직접 만나 브랜드 로고를 의뢰하셨습니다. 진지하게 설명을 해주시는지..직접 농사짓고 있는 농산물에 대한 애정과 브랜드 네임에 들어있는 아내의 사랑이 고스란히 묻어났습니다. 매번 받는 글씨 의뢰는 어느 하나 소홀히 작업한 적은 없지만 이은희라는 캘리그라퍼의 글씨를 좋아하고 본인의 브랜드 네임을 소중히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작업 내내 마음가짐이 더 특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정성들여 글씨를 쓴다는 것, 정성들인 글씨(작품)을 보면 마음이 동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인 듯 합니다. 그래서 자필로 쓴 연서는 글씨 자체를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 읽는 이의 마음을 흔들고 붙잡는 걸까요. 오래 전 학창시절 받았던 연애편지는 다 태워버려 없지만 수십 년이 흘러도 가슴 한편이 아린 것은 글자가 주는 힘이, 글씨 안에 표현된 감성이 너무나도 강렬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글씨 쓰는 일이 직업인 엄마를 둔 탓에 딸아이의 생일, 졸업 등 기념일에는 편지를 받습니다. 어릴 적엔 조금은 실망하는 눈치더니 점점 철이 들어가며 엄마가 써주는 그림과 글이 있는 편지가 좋은 눈치입니다. 그리고 가끔은 딸아이도 편지로 말하기 쑥스러운 이야기를 편지로 쓰기도 합니다. 말보다 더 진중함이 보이고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갖게 되니 마음을 전하기에 효과 만점입니다. 캘리그라피의 강점입니다. 그래서 캘리그라피 강의 시 사춘기 자녀나 배우자에게 전하기 어려움 이야기, 사과의 감정을 멋진 캘리그라피로 써서 전해보라 힌트를 줍니다. 쾌재를 부릅니다. 오늘도 나는 글씨를 씁니다. 그 누구에게 보다 강렬한 나의 진심과 사랑을 전합니다. 건강하세요.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미안합니다. 큰 돈 들어가지 않지만 가장 가치가 있는 선물입니다.

이은희<장애인창의문화예술연대 대표·주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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