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뒤에 가리어진 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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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뒤에 가리어진 태양
  • 이은희 주민기자
  • 승인 2017.02.2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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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YMCA총회 캘리그라피 시연회는 특별히 좋을 글을 써 액자에 넣어드리는 행사였습니다. 총회 중간에 캘리그라피 액자를 전달하는 시간이 있어서 두분을 추첨해 원하셨던 글귀에 설명을 달아 전달식을 했습니다. ‘어둠이 드리워도 반드시 떠오를 태양을 생각합니다’ 라 써달라 하신 글귀에 작가의 생각을 더하니 글에 더 강렬한 힘이 붙습니다. 작은 액자에 넣은 세 줄의 글이 뭐가 그리 대단할까 싶은 분도 있겠지만 글귀를 요청하신 그분의 입장에선 단 세 줄의 글이 주저앉고 싶을 때 일으켜주는 충분한 에너지로 발휘하리라 믿습니다.

‘구름 뒤에(어둠뒤에) 가리워진 태양’ 어떤 사람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해 먹구름만 보고 실족할 때가 있겠지만 또 어떤 사람은 당장 눈앞에 보이진 않지만 구름에 가리워진 언제가는 떠오를 태양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현재 대한민국은 그들의 국정농단으로 인한 홧병 때문에 집단분노와 우울감에 휩싸여 있다고 합니다. 편의점에는 술 매출이 급상승하고 있고 병원에는 우울감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 사회 전반에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겠지요.

사회전체적인 차원에서 조속한 출구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는 하는데 여전히 말끔하게 해결되지 않는 일들에 답답함을 느낍니다. 또 우리 아이들은 어떤가요. 청소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어른들보다 더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어렸을 적부터 교과서에서 배워온 도덕적 가치나 윤리, 민주주의 이런 것들과는 너무나 다른 현실에 괴리감과 충격을 얼마나 받았을지...짐작하고도 남습니다.

이제 막 중학생이 된 딸아이도 뉴스를 보며 가끔 한마디씩 던집니다. “엄마 말도 안되...우리나라에 어떻게 저런 일이 있을 수 있어?” 일부러 설명해주진 않았지만, 열네살 먹은 아이 입장에서도 무엇인가 크게 잘못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허나 딸아이에게 이야기 합니다. 깊이 숨어 있던 고질적인 문제들이 수면위로 떠올라 다행이라고. 심각했던 문제들이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어 다행이라고. 청소년들도 함께 촛불을 들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앞으로 사회적 갈등을 우리사회가 어떻게 잘 풀어나가야 할 것인지에 다같이 힘을 모으는 과정으로 삼을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고. 구름 뒤에 감추어진 태양이 떠올라 찬란하게 빛날 수 있기를 우리 모두가 간절히 바라고 있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고.

또한 구름 뒤의 태양은 언젠가는 떠오를 테니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고.

이은희<장애인창의문화예술연대 대표·주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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