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 사는 청년이라고 다 농사를 지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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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 사는 청년이라고 다 농사를 지어야 하나?
  • 오마이뉴스 이재환 기자
  • 승인 2017.05.1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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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동의 작은 중고품 가게 별품, 누가 왜 운영하나
별품에서는 아동용 책과 인형도 판매되고 있다.


청년 실업률은 갈수록 높아지고 덩달아 청년 빈곤도 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청년들은 세상으로 나와 다양한 생각을 실천하고 펼쳐 볼 기회를 초기부터 '박탈'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울 지경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8일 충남 홍성군 홍동마을에 별품이라는 조그만 가게 하나가 문을 열었다. 지난 5월 1일부터 본격적인 상품 판매에 들어간 이 가게는 마을 청년 박여연(24), 김나영(20)씨가 운영을 맡고 있다.

별품은 일종의 중고 선물 가게이다. 하지만 여느 중고품 가게와는 차이가 있다. 마을에서 기부 받은 물건을 고쳐서 판매한다는 점도 일반 중고품 가게와는 다른 면이다.

이와 관련해 별품 운영자 김나영(20)씨는 "별품은 별별스러운 중고 물건을 품고, 품을 들여 고치고, 사람들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역할을 한다"며 "누구나 심심할 때 놀러올 수 있는 가게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집에 있는 헌 물건들을 고쳐서 판매해 중고 물건의 순환을 돕겠다는 취지인 것이다.

지난 4일 홍동면 생각실천창작소 건물에 자리 잡은 중고품 가게 별품에 들렀다. 5평 남짓 작은 공간에 마련된 별품에는 공룡관련 서적과 동화책 등의 어린이 책과 인형, 유리컵, 작업복과 일반 의류 등 다양한 중고품이 진열되어 있었다.

판매대에 진열된 물건들은 대부분 마을에서 기부 받은 것들이다. 김나영씨는 "가게에 있는 물건들은 대부분 마을(홍동) 주민들이 기부한 물건들이다"라며 "가까운 내포신도에서도 물건을 보내 주겠다고 연락해 오는 분들이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타인이 쓰던 물건을 사용하는 것을 꺼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물론 이런 거부감에 대한 해결책은 물건이 지닌 독특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물건이 지닌 사연을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중고품에 대한 거부감을 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별품에서 판매되는 물건에는 물건에 담겨진 소소한 이야기도 함께 담길 계획이다. 이에 대해 김나영씨는 "물건이 지닌 이야기나 사연을 가볍게 소개하는 것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김나영씨는 또 "살 때는 예쁘고 좋아서 샀는데, 일단 사고 난 뒤 방치되는 물건들이 많다"며 버리기에는 아까운 새것 같은 물건들도 기부 받아 판매할 생각이다"라고 전했다.

별품은 홍동면에 있는 생각실천창작소에서 마련한 일종의 청년창업 실무교육 프로그램이다. 별품이 생각실천창작소 건물 안에 들어선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생각실천창착소가 인큐베이터가 되어 별품을 향후 1년간 돌보는 형태이다. 별품은 1년 후에는 생각실천창작소를 벗어나 독립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별품의 멘토 역할을 맡고 있는 생각실천창작소 운영자 홍기영씨는 "별품은 가게 형태를 띤 수업이나 마찬가지라고 보면 된다"며 청년들이 별품이라는 아이템을 통해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별품이 청년실업문제 해결이라는 거창한 명제로 출발한 것은 아니다"라며 "농촌마을 청년들이 진로를 모색하는 과정으로 보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농촌에 사는 청년들이라고 해서 반드시 농사를 지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작은 시골 마을에 마련된 청년들의 중고품 가게가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가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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