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 석면광산폐기물처리장 “이전과 복토가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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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 석면광산폐기물처리장 “이전과 복토가 우선이다”
  • 취재=한기원/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7.09.14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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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 아시아 최대 석면광산 충남, 안전지대일까? 〈5〉
청양군 비봉면 강정리 마을회관 앞에 석면공포와 관련된 현수막이 걸려있다.
청양군 비봉면 강정리 마을회관 앞에 석면공포와 관련된 현수막이 걸려있다.

석면광산 주변지역 인체에 치명적인 석면 성분 지속 검출돼
석면, 1등급 발암물질 ‘조용한 살인자’별명 인체에는 치명적
청양 강정리석면광산, 일제강점기 시기부터 석면광석을 채굴
강정리 주민들, 폐기물처리장 즉각 폐쇄와 안전한 복토 요구

우리나라 일부지역, 특히 충남지역에서 석면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지금은 채굴이 이뤄지지 않는 석면광산을 아무런 대책 없이 방치하고 있는데 따른 결과다. 폐석면광산에서 발생한 석면이 공기 중에 유입돼 확산되고 있는 정황이 포착돼 인근지역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것이다. 

석면광산 인근지역 토양에서 석면이 검출되고, 폐암 사망자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것이 근거로 제시되는 이유다. 여기에 더해 장항선 철도 개량구간의 석면광산에 터널을 뚫고 지나가는 철도노선 변경에 대한 광천지역 주민들의 반발과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폐석면광산에 건설폐기물처리장을 운영하고 있는 청양 강정리가 대표적이다.

지난 8월 11일 환경부가 발표한 ‘2016 전국 폐광산 주변지역 토양 오염실태조사’에 따르면 폐금속광산 17곳, 폐석탄광산 7곳, 폐석면광산 등 석면물질 함유광산 4곳 등 총 28곳의 폐광산에서 토양 오염 여부가 확인됐다. 특히 폐석면광산 등 석면물질 함유 광산 4곳에서는 1급 발암물질로 알려진 석면 관련 성분이 발견됐다. 폐석면광산들은 일제강점기 시절, 태평양 전쟁으로 인해 석면 수입이 끊기자 이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폐석면광산들은 지난 1970년대에서 1990년대 사이에 모두 문을 닫아 현재 채굴이 이뤄지고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그러나 이들 광산이 문을 닫은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입구 봉쇄 등 이렇다 할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주변지역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석면 성분이 지속적으로 검출되자 광산 내 석면 물질이 공기 중으로 유입, 확산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석면은 자연에서 채취되는 광물성 섬유를 일컫는 말로 크게 백석면, 청석면, 갈석면 등으로 나뉜다. 돌솜·돌면·돌섬유라고 불릴 정도로 형태는 돌이지만 섬유에 가까울 정도로 부드럽다. 내화성, 단열성, 내구성, 유연성 등이 뛰어나 단열재, 내화재, 방화재 등으로 사용된다. 따라서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 암 연구기관에서 지정한 1등급 발암물질이다. 

‘조용한 살인자’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인체에 치명적이다. 석면이 미세한 섬유입자로 부서지면 공기 중에 유입돼 빠르게 확산되기 때문이다. 섬유입자가 포함된 공기를 마시게 되면 폐암 등의 질병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석면광산에 들어선 건설폐기물처리장 입구.
석면광산에 들어선 건설폐기물처리장 입구.

■석면광산에 건축폐기물처리장 들어서 ‘갈등’
충남 청양군 비봉면 강정리 마을에 있는 석면광산은 일제강점기 시기부터 석면광석을 채굴하기 시작했다. 해방 이후에 경기광업주식회사가 광업채굴권을 등록하고 1978년부터 2003년까지 개발했다. 2001년도부터는 A환경산업으로 바뀌면서 건축폐기물 중간처리시설이 가동되었고, 이 업체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사문석을 캐서 현대제철 당진 공장에 공급했다. 하지만 한 시민단체의 고발로 2011년 채굴이 중단됐다. 2011년 이후 채굴업체는 사문석 잔여물량 채취 등의 이유로 2013년 말까지 산지 일시사용허가 기간을 연장 신청했고, 청양군은 이를 허가했다. 문제는 해당업체가 허가기간이 끝난 후에 사문석을 캐 왔던 산지의 복구절차를 밟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험증권으로 예치된 복구비 5억 2100만원을 들여 산지를 복구해야 하는데도 업체는 이를 무시했다. 산지 복구에 나서지 않으면서 폐기물처리 과정에서 비산 먼지 등 석면 노출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주민들은 여전히 석면 피해에 불안해하고 있다. 이와 함께 2010년에 B환경이 A환경산업을 인수합병하고 2013년 8월 C주식회사를 설립했는데, 같은 자리에 일반폐기물 매립사업 인가를 신청해 주민들을 분노케 했다. 이 업체는 비봉면 강정리 6만8000㎡ 부지에 폐기물매립장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청양군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했지만 부적정 통보를 받고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2015년 8월 28일 법원은 이 업체의 부적정 통보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은 매립장 건립 과정에서 대규모 토사를 채굴할 경우 장기간 석면이 노출되고 비산될 위험이 크며, 주위 환경오염 피해가 상당할 것이기에 사업 대상 부지로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법원의 판결로 석면의 존재와 위해성, 주민 피해가 공식적으로 인정되고 지속적인 피해 우려도 확인됐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주민들은 폐기물 중간 처리업체를 즉시 폐쇄조치하고 산지 복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양군 비봉면 강정리 마을회관에서 만난 안행웅(78) 씨.
청양군 비봉면 강정리 마을회관에서 만난 안행웅(78) 씨.

■충남도·청양군, “공장폐쇄하고 복구하라”
충남 청양군 비봉면 강정리마을은 113가구 279명이 살고 있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마을회관 앞을 비롯해 마을 곳곳에는 빨간색 바탕의 현수막과 깃발이 여기저기 붙어있다. 마을회관 앞에는 “석면광산에 폐기물 처리업체 인가, 도대체 말이 됩니까?” ‘우리는 석면공포와 폐기물 공해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라고 쓴 현수막이 걸려 있다. 또 다른 현수막과 깃발에는 ‘침묵의 살인자, 그 이름은 석면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마을을 지나는 도로 옆 솟대에는 ‘석면광산 보민환경 폐쇄’라고 적힌 깃발이 내걸려 있다.

강정리 마을회관에서 만난 안행웅(78)씨는 “동네가 온통 석면과 폐기물 문제로 시끄럽다”며 “폐기물 중간처리 과정에서 날리는 석면가루 등의 문제해결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는데 행정에서는 시원한 답변이 없어서 답답한 현실인데 하루 빨리 공장을 폐쇄하고 복구가 이뤄져 동네 주민들이 건강하게 갈등 없이 살도록 충남도와 청양군이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석면광산에 건설폐기물 중간처리장 같은 비산먼지 유발 시설이 들어선 곳은 전국에서 이곳뿐이다. 2001년 ㅂ환경이 공장을 가동하면서 마을은 서서히 병들어가고 있다. 공장이 들어선 지 15년이 지나도록 주민들은 석면이 그렇게 무서운지 몰랐다. 따라서 주민들은 공장의 즉각 폐쇄와 안전한 복구조치와 함께 주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하도록 복토를 요구하고 있다.

환경부 조사결과 이곳 폐광 주변 지역의 토양에서도 석면이 검출됐는데 면적으로 따지면 약 4.7만㎡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석면이 검출된 25개 지점 중 23개 지점에서는 0.25% 이상, 2개 지점에서는 0.5% 이상 석면이 검출됐다. 1% 이상이 검출된 지역도 각각 4곳이나 됐다. 최고농도는 2.9%로 조사됐다. 당장 정화가 필요한 면적은 총 4개 필지 4855㎡(약 1468평)에 달했다. 검출된 석면의 종류는 ‘트래몰라이트’였다. 따라서 이곳 석면광산에 대해 주민들은 폐석면광산을 봉쇄하지 않고 버젓이 건설폐기물 중간처리장 용도로 사용하는데 대해 상당한 불안감을 나타내며 공장의 폐쇄와 함께 복토 등을 통한 복구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강정마을 도로변 솟대에 걸린 공장폐쇄 요구깃발.
강정마을 도로변 솟대에 걸린 공장폐쇄 요구깃발.

이와 관련해 강정리노인회 한상필(80) 회장은 “우리 강정마을은 다른 마을보다 폐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은 마을로 알려져 있으며, 최근 몇 년 사이에 사망한 주민 40여 명 중에서 폐암 등 호흡기 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이 30명이 넘는다”며 “지난 2011년부터 2014년 말까지 석면 피해로 3명이 숨지고 2명이 치료를 받고 있으며, 2015년 4월엔 석면 폐증 환자 1명이 추가로 발생했다. 청양군 전체로 확대하면 사망자는 5명, 석면폐증 환자는 13명에 달한다.

이처럼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석면광산의 폐기물 중간 처리업체를 이곳에서 폐쇄조치하거나 이전해야 하며 공장을 이전하고 이곳을 친환경적으로 자연 복원해야 한다”고 말하고 “젊은 사람들과 자라나는 어린아이들의 건강을 위해서도 반드시 실행돼야 한다”주장했다. 이어서 “석면광산을 파고 거기에 건설폐기물을 매립하고 잘게 부수는가 하면 폐기물을 트럭으로 싣고 다니다보니 동네주민 전체가 석면가루나 미세먼지를 들이마시는 꼴”이라며 “하루 빨리 충청남도와 청양군은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동네 주민들 전체가 수긍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방안과 대책을 마련해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충남 청양군 비봉면 강정리 마을에 흔적이 남아있는 석면광산.
충남 청양군 비봉면 강정리 마을에 흔적이 남아있는 석면광산.

이와 관련해 충남도와 청양군 관계자는 “행정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할 것”이라는 답변만 내놓을 뿐이었다. 청양군 비봉면 강정리 112-5번지 일대(6만9712㎡)의 옛 석면광산 터에 2001년부터 민간폐기물업체인 ㅂ환경이 건설폐기물 처리업을 하는 과정에서 석면가루와 각종 먼지가 날리는 문제가 끊이지 않아 주민들이 건강권 등의 문제를 들어 충남도와 청양군에 공장의 폐쇄와 복토 등의 해결방안을 요구하고 있는 곳이다. 충남지역의 폐석면광산 일대를 자연친화적으로 복구하는 등 ‘석면특별관리구역’으로 특단의 안전조치를 강구해야 하는 이유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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