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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웃과 함께하는 정겨운 부산맨발동무도서관건강한 마을공동체 만들기, 왜 어린이도서관인가? <13>
  • 취재=한관우/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7.11.19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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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북구 화명2동 대천마을의 사립공공도서관인 맨발동무도서관. 오른쪽의 평상이 이채롭다.


대천마을, 1990년대 아파트촌이 형성되면서 기틀을 갖춘 지역
2004년 대천천네트워크 결성, 마을의 전진기지 주민들 사랑방
맨발동무도서관, 2005년 7월 1000권의 어린이도서관으로 출발
사립공공도서관 맨발동무, 170여명 자원 활동가들에 의해 운영



나지막한 담 너머 보이던 이웃집 대신 무채색 아파트 숲이 도시풍경을 채운 지 오래다. 이웃 간 후한 인심을 찾아보기도 어려워졌다. 개인주의가 판치고 있는 요즘, 도시 한편에선 사람들과 먹거리를 나누고 육아 방법을 고민하고 좋은 물건을 함께 구매하는 새로운 공동체가 생겨나고 있다.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부산시 북구 화명2동 주민 2만 여 명이 살고 있는 ‘대천마을’은 자연과 도시가 어우러진 특별한 마을공동체이다. 부산 금정산에서 물줄기를 뻗은 대천천을 중심으로 아파트촌이 빽빽하게 들어서있지만 여느 아파트촌과는 달리 마을풍경이 여유롭기만 하다. 대천마을은 1990년대 후반 도시계획에 따라 아파트촌이 형성되면서 기틀을 갖춘 지역이다.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외부인의 유입도 늘었고, 여느 아파트와 다를 바 없이 이웃끼리 만나도 대면대면한 동네에 불과했다. 그러던 대천마을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대천마을 사람들이 힘을 모으게 된 것은 두 번의 위기를 겪으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2000년대 초반 화명택지지구 유휴부지(7000㎡)에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입주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동네로 들어오는 사람은 늘어나는데 학교와 어린이집을 비롯해 상가 등 부대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주민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에 각 아파트운영위원회와 부녀회가 힘을 모아 ‘아파트건립반대위원회’를 결성하고, 해당 부지에 고등학교 건립을 추진한 결과 금명여고 유치에 성공했던 것이다. 또 하나의 사건은 금정산 KTX 장대터널공사였다고 한다.

터널공사로 대천마을 위쪽을 뚫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민들은 공사판이 된 마을을 구하기 위해 손을 잡았던 것이다. 매일 공사 반대운동을 벌였고 결국 마을을 통과하는 흙 반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피해보상 차원에서 대천천환경문화센터 건물을 얻어냈던 것이다. 두 차례의 위기를 통해 주민들은 마을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게 됐던 계기가 됐다.


맨발동무도서관에서 펴낸 책들 안내.


■책읽기의 기쁨을 나눠주는 ‘꿈나무’ 역할
지난 2004년 대천천네트워크를 결성하고 각 아파트 입주자 대표, 부녀회장 등 100여 명이 모여 대천천 살리기 운동과 각종 마을축제 개최에 앞장섰다. 주민들이 얻어낸 대천천환경문화센터는 대천마을학교, 맨발동무도서관, 대천천네트워크가 한데 모여 마을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며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자리 잡았던 것이다. 여기에서 주목할 곳이 2005년 문을 연 ‘맨발동무도서관’이다. ‘맨발동무도서관’은 ‘동네에 도서관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주민들이 힘을 모아 도서관 공간과 책 2만 여권을 확보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도서관에선 문학기행, 글쓰기 강사 초청 강연, 낭독회, 라면극장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책읽기의 기쁨을 나눠주는 ‘꿈나무’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맨발동무도서관은 2005년 7월 17일 부산시 북구도서관 후문 인근의 한 건물 85㎡ 공간을 무상 임대해 1000권도 안 되는 기증 도서를 차려 놓고 어린이도서관으로 출발했다. 부산의 화명신시가지 조성 이후 도서관 문화의 필요성을 절감했던 지역주민 7명이 뜻을 모은 것이었다. 거슬러 올라가면 북구공동육아협동조합이 화명신시가지에 자리 잡은 이후 어린이집과 방과 후 교실 등 다양한 경험을 가진 조합원들이 도서관 운동의 초석을 놓은 것이다. 이 도서관이 만들어지기 1년 전 화명2동 대천마을에서는 도시개발공사의 아파트 건립 반대운동 과정에서 만들어진 화명2동 발전위원회와 화명초등학교 출신 모임으로 대천천환경축제를 열었던 화명포럼이 통합해 사단법인 대천천네트워크가 조직되는 계기가 됐다.

KTX 부산~대구 구간 2단계 공사가 진행되면서 대천마을 위쪽에 사갱터널을 뚫는 작업이 시작되자 대천천네트워크가 반대운동에 나섰다. 결국 환경피해를 최소화하고, 대천천환경문화센터 건물을 지어 주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았다. 맨발동무도서관은 2010년 부산시 북구 양달로 64 현재의 건물 2층(264㎡)에 입주했다. 2만5000권(DVD 포함)가량의 서적과 자료를 보유하고 있으며, 300여명의 후원회원과 이용회원만도 3000여명에 이르는 사립 공공도서관이다.

계단에 총총 붙은 도서관 후원자 명단.


■맨발로 찾아가도 편안한 ‘맨발동무도서관’
부산시 북구 화명동 대천천환경문화센터에 위치한 ‘맨발동무도서관’의 이름에는 ‘누구나 맨발로 찾아와도 편한 곳’이라는 설립 목적이 담겨 있다. 운영방식 또한 나이, 인종, 지위의 높낮이를 허물고 협력해 함께 나아가는 지역공동체다. 도서관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나무토막으로 만든 알록달록한 이름표가 별처럼 총총 붙어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바로 도서관을 지키고 밝히는 후원자들의 명단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따뜻한 원목으로 꾸며진 서가가 편안하고, 널찍한 평상이 마음씨 좋은 이웃처럼 반기는듯하다.

예전의 시골마을 사람들처럼 평상에 앉아 음식을 나눠 먹기도 하고, 좋은 일에는 함께 기뻐하며, 슬픔은 덜어주기도 하고, 유익한 정보가 있으면 공유하면서 고민이 있으면 나누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실질적인 커뮤니티가 도서관을 꾸려간다는 설명이다. 책이 천장까지 빼곡하게 쌓여 지식의 성벽 같은 도서관 이미지와는 딴판이다. 숨어 놀기 좋은 다락방이 2개, 동화책에나 나올 법한 작은 나무집도 보이며, 각 방의 이름도 정겹다. 휴게실은 ‘모심방’, 그림·영화 등 공연과 모임을 위한 ‘이야기방’, 아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만화방’에는 최근 TV 드라마로 제작됐던 ‘화백의 신부’부터 순정만화, 추리만화까지 다양하다. 사무 일을 보는 ‘살림방’ 앞에는 조그마한 우체통이 있는데, 건의사항이 있을 때 운영위원들에게 쪽지를 전하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사립 공공도서관인 ‘맨발동무도서관’은 170여명의 자원 활동가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김부련 관장은 “청소, 대출, 반납, 회원가입, 책 정리·분류, 자료 입력, 라벨 붙이기, 프로그램 지도, 시설 보수, 서가 제작까지 도맡는가 하면 읽다가 훼손된 책을 말끔하게 고치는 것도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자원 활동가 중 다섯 명으로 구성된 ‘책 보수 동아리’가 회비를 걷어 수선비를 충당해가며 매주 서너 시간씩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책을 통한 적극적인 참여가 도서관 문화를 아름답게 꽃 피우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에는 제1회 ‘멍 때리기 대회’를 개최했고, 9월에 진행했던 ‘심야도서관’은 열광적인 호응을 얻었다.

날마다 4시에 들려주는 ‘책 읽어주기’, 창의성을 발휘해 그림책을 커다란 종이에 옮기는 ‘커다란 책’, 매주 수요일 옛이야기와 빛 그림이 있는 문화공연 나누기 ‘찰방 찰방’, 도서관에서 신나게 노는 ‘한반 나들이’, 지하주차장에서 라면을 먹으며 영화를 보는 ‘맨발극장, 라면극장’, 작가와 함께 떠나는 문학기행 등 특별한 프로그램이 많다고 소개했다. 이렇듯 맨발동무도서관은 마을의 이야기를 엮어 내는 기록자로서의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또 ‘대천마을, 사진을 꺼내들다’라는 주제로 마을의 역사가 담긴 사진 아카이브구축사업을 추진했으며, 신시가지 조성 이전부터 존재했던 옛 마을과 현재의 아파트촌을 공간적으로 엮어 마을의 과거와 현재를 시간적으로 엮는 작업을 했으며, 주민들이 보유한 사진전시회를 열고 책으로도 펴냈다.

지난 4년 동안 맨발동무도서관의 관장을 맡아왔던 고선일 관장에 이어 그동안 도서관 문화기획을 맡기도 했고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던 김부련 활동가가 올해부터 맨발동무도서관의 관장을 맡아 봉사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천마을 공동체의 성공엔 뭔가 특별한 비결이 있는 것일까. 핵심은 ‘주민 중심’의 촘촘한 조직망을 꼽는다. 대천마을은 각 아파트 단지마다 주민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가 결성돼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각 공동체 운영위원회끼리도 네트워크가 잘 구축돼 있다고 한다. 여기에 사회활동 경험이 있는 마을활동가들이 주민과 협력해 프로그램의 원할한 진행을 도와 서로 톱니바퀴가 잘 맞아떨어져 굴러간다는 것. 즉, 지역 주민으로 결성된 각종 공동체 운영위원회와 아파트연합회가 독립적으로 활동하다가 주요 현안이 생길 때면 결속하는 유기적 결합이 잘돼 있어 ‘목소리가 큰 사람’에게 좌지우지될 수 없는 공동체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김부련 관장은 “마을의 돌봄으로 성장해 가는 사립 공공도서관인 맨발동무도서관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마을에서 가장 소중한 평상이 되고자 한다. 도서관이 있어 마을이 더욱 풍요로워 지고 행복해질 수 있도록 나눔에 함께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취재=한관우/사진=김경미 기자  hjn@hjn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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