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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의 계절, 풍년가 부를 수 있을까?

수확의 계절, 가을철을 맞아 농민들은 과연 올해는 풍년가를 부를 수 있을까? 하지만 농민들은 올해도 ‘헛농사’를 지었다고 탄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모내기철에는 극심한 가뭄으로 고생한 농민들이 이제는 수확의 계절을 맞아 쌀값 걱정으로 가슴이 타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하늘을 원망하던 농민들이 이제는 정부를 향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풍년이 되면 쌀값이 폭락하고, 흉년이 들어도 쌀값은 오르지 않는 이른바 ‘풍년의 역설’이 반복돼 왔기 때문이다. 지난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협정 이후 외국산 농축산물 등이 물밀듯이 들어오고 국민들의 식생활 습관도 다양해지면서, 결국 쌀 소비 감소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농민들이 그래도 풍년가를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정부가 햅쌀 72만 톤을 매입해 시장 격리하겠다고 밝히면서 산지 쌀값이 농민들에게는 희망적이라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러한 희망과 기대에도 불구하고 쌀값이 20여 년 전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은 또 다른 반복의 역설이다. 그래서 농민들은 가마(80㎏) 당 최소 24만원을 요구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쌀 한가마(80㎏)의 산지 평균 가격은 13만3348원이다. 4년 전인 2013년의 17만5552원보다 24.0% 하락했다. 20년 전인 1997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20년 동안 소비자물가가 71.5% 오른 것과 비교하면 폭락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수확기 쌀 수급안정 대책’을 확정했다고 한다. 정부가 공공비축미 35만 톤과 추가 시장격리물량 37만 톤 등 모두 72만 톤의 쌀을 매입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쌀 격리제도는 수확기에 앞서 적정 생산량과 소비량을 산정한 뒤 그 이상의 쌀이 생산되면 초과 물량을 시장에서 격리해 가격을 안정시키는 제도다. 올해 시장격리 물량 37만 톤은 역대 최대 규모다. 정부의 이러한 대책에도 농민들은 만족하거나 믿지 못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1㎏당 쌀값 3000원을 보장하고 총 100만 톤 매입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쌀 매입량으로는 쌀값이 충분히 오르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매년 이런 식으로 ‘정부가 몇 톤의 쌀을 매입할 것인가’를 두고 농민과 정부가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도 연례행사가 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근시안적 논의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정부가 풍작이 들 때마다 시장격리를 계속하면 정부재고가 늘어나 수확기 쌀 가격을 하락시키는 요인이 되고, 결국 가공용과 사료용으로 처분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부작용이 초래된다”고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쌀 소비량을 크게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쌀 생산 여력을 다른 작물 생산으로 돌려 생산량을 줄이는 식의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결국 쌀값 하락의 배경에는 수급 불균형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점에 주목할 일이다.

홍주일보  hjn@hjn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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