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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꽃피는 지역공동체, 부산 반송 느티나무도서관건강한 마을공동체 만들기, 왜 어린이도서관인가? <14>
  • 취재=한관우/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7.11.2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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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성금 1억원을 모아 건립한 부산 해운대 반송 느티나무도서관 전경.

‘벽돌한장 기부하기운동’ 지하1층 지상4층 ‘느티나무도서관’ 완공
느티나무도서관, 관청의 지원없이 후원금과 자원봉사만으로 운영
주민운동 하는 ‘희망세상’ 회원 주축으로 만든 순수한 마을도서관
아이들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 동네사람들 후원으로 짓다


부산시 해운대구 반송동에는 지난 2007년 도서관 하나가 세워졌다. “아이들의 돼지 저금통, 할머니의 쌈짓돈, 아빠들의 비상금이 모여 우리 마을에 희망의 도서관이 생겼습니다” 해운대구 반송동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민단체 ‘희망세상’은 ‘벽돌 한 장 기부하기 운동’으로 모은 기금으로 마련한 지하1층 지상4층 규모의 ‘느티나무도서관’을 완공했다.

반송지역 어린이들에게 학습공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지난 2006년 10월 시민단체 ‘희망세상’과 지역주민들이 발벗고 나선지 1년 만에 도서관이 세워졌던 것이다. ‘희망세상’은 저소득층과 맞벌이 부부가 많은 지역 특성상 아이들이 늦은 시간까지 책을 읽고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절실하다는 생각에서 지난 2006년 11월 책읽는 사회문화재단의 도서관 리모델링 지원사업 공모에 응모, 부산에서 유일하게 지원대상으로 선정돼 인터리어공사를 지원받게 됐다.

희망세상은 지난 2006년 말부터 거리에서 ‘벽돌 한장(1만원) 기부하기 운동’을 벌여 1억3000여만 원이라는 거액을 모았다. 독지가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참여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경로연금을 받고 있는 할머니가 손자를 생각해 힘을 보태고 싶다며 성금을 전달하고, 유치원생 200여명이 돼지저금통을 가득 채워 성금으로 내놓는 등 관계자들을 감동시켰다는 설명이다.

■주민성금 1억여원, 느티나무도서관 세우다
이렇게 설립된 도서관은 마을의 아파트가 시작되는 입구 도로변에 위치해 있으며, 지하 1층, 지상 4층의 건물로 층마다 35평 정도의 작은 면적인데도 참으로 쓸모 있게 지어진 건물이란 느낌이다.

주민들의 기부와 기업체의 후원금으로 모인 3억여 원을 바탕으로 건립된 이 도서관은 열악하던 해운대구 반송동의 문화시설에 한 줄기 빛이 됐다. 바로 반송 느티나무도서관이다. 반송지역 주민운동단체인 ‘희망세상’의 회원들이 주축이 돼 만든 느티나무도서관은 관청의 지원 없이 오로지 후원금과 자원봉사만으로 운영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몇 년 전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본부’와 MBC 느낌표에서 도서관 건물을 지어주는 ‘기적의 도서관’ 프로젝트가 있었다. 지역주민들이 간절하게 원하는 어린이 전용도서관이 그야말로 ‘기적’처럼 만들어지는 꿈같은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그런데 부산시 반송동에서는 느낌표의 기적의 도서관보다도 오히려 훨씬 더 놀라운 ‘기적’이 일어났던 것이다. 바로 ‘느티나무도서관’이 놀라운 기적의 주인공이라 전한다. ‘느티나무도서관’은 지난 2007년 1월부터 10여개월 동안 1억 원을 목표로 모금을 시작해 1억 6000여만 원을 모금하는 ‘기적’이 일어나면서 탄생됐다는 설명이다.

국민은행 광고처럼 정말 아이들의 돼지저금통도, 할머니의 쌈짓돈도, 아버지의 비상금도 모두 모았다고 한다. 건축비와 토지 매입비를 포함해 3억 6000여만 원 정도가 들었다고 한다. 외부지원금과 각종 프로젝트, 국민은행 광고 수입 등을 제외한 절반에 가까운 돈을 마을 사람들이 모금했다는 사실이다. 처음에는 1억 원을 기부해 줄 독지가를 찾는 방식으로 도서관만들기 운동을 시작했지만, 곧바로 1만원씩 1만 명을 모금해 1억 원을 모금하는 운동으로 전환됐으며, 마침내 목표를 초과해 1억 6000여만 원을 모금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마을도서관이나 어린이도서관에 관심을 갖는 지방자치단체가 늘어나면서 곳곳에 주민밀착형 작은도서관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런데 지자체가 세운 도서관과 느티나무도서관은 그러한 차원과는 전혀 다른 도서관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세운 도서관은 조금씩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전히 자치단체가 주인이고 주민들은 그냥 적극적인 이용객일 뿐이다. 그런데 느티나무도서관은 모금에 참여한 마을 주민들 전체가 모두 주인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매월 1만 원 이상 회비를 내는 400여명이 넘는 후원회원 등이 알짜배기 주인이다. 따라서 느티나무도서관은 해운대 반송지역에서 주민운동을 하는 ‘희망세상’ 회원들이 주축이 돼 만든 순수한 마을도서관이라는 설명이다.

느티나무도서관 벽면에 붙어있는 후원자 명단.

■반송마을공동체의 힘은 마을에 답이 있다
희망세상 김혜정 대표가 말하는 부산 해운대구 반송동지역은 “부산의 대표적인 서민 거주지역 이었고,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반송을 싫어했습니다. 반송에 사는 사람들조차도 자신의 동네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았지요. 반송동 주민들이 백화점에 가면 반송에서 왔다고 하지 않고, 해운대에서 왔다고 말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지곤 했다”며 이런 상황이 안타까워 마을을 자랑스러운 곳으로 바꿔보고자 1997년 주변의 몇몇 사람들과 함께 작은 사무실에서 ‘반송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이름으로 지역공동체운동을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희망세상’이란 이름으로 말이다.

마을공동체를 위해 희망세상이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마을신문을 만드는 일이었다. 주민과 회원들이 마을에 대해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마을 신문에서 다뤘다. 기존의 신문에서는 반송동하면 절도, 상해 등의 사건 기사만 접할 수 있었는데, 마을신문에는 ‘장가 못 간 노총각들 장가보내주세요’라는 광고나 ‘누구네 집 가전제품 고장 난 것 좀 고쳐주세요’ 등의 내용이 소개되면서 주민과 회원들이 교감하기 좋은 매개물이 됐다. 초기엔 마을신문을 광고지라고 생각하는 아파트 경비원들과 마찰이 생기는 등 배포하는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끈기 있게 마을신문 발행을 계속한 결과 지금은 벌써 2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반송의 명물이 됐다. 김 대표는 마을신문의 사례를 설명하며 지역공동체 활동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으로 ‘꾸준함’을 꼽았다. 희망세상의 활동도 3~4년차까지는 관심을 못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꾸준히 활동을 지속하다보니 지켜본 주민들의 관심이 생기고, 그것이 신뢰가 됐다는 설명이다. ‘느티나무도서관의 기적’ TV에서 한 번쯤 이런 광고를 봤을지 모르겠다. 마을 사람들이 작은 돈이지만 함께 모금해서 1억 원을 모으고, 느티나무도서관을 지었다는 내용을 말이다.

코흘리개 아이들의 돼지저금통, 할머니의 쌈짓돈처럼 정말 우리 이웃들의 정성이 담겨 있어 보기만 해도 코끝이 찡해지는 이 광고의 주인공이 바로 반송동 사람들이었다. 김혜정 대표가 강조한 성공적인 지역공동체 활동의 또 다른 비결도 ‘관심’이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느티나무도서관을 짓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돈이 필요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희망세상에서는 다양한 모금활동을 진행했는데, 단순히 기부를 받는 것이 아닌, 주민 모두가 참여하는 방식이었다. 예를 들어 일일 장터나 어린이날 축제 같은 행사를 통해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형태였다는 설명이다.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마을 일에 관심을 갖게 됐고, ‘내가’ 함께하는 ‘우리의’ 마을 도서관에 대해 더욱 애착을 갖게 됐으며, 주인으로서 도서관을 아끼는 마음이 어떨지? 밤늦게 불 켜진 도서관을 보고 감격해서 눈물을 흘렸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김혜정 대표는 “돈이 항상 부족해도 돈이 없어서 못한 일은 하나도 없었다. 열정이 있으면 반드시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잘 살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 더 나은 삶을 찾아 살던 터전을 미련 없이 떠나기도 한다.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반송동도 그렇게 형성된 곳이었다. 좀 더 잘 살아보기 위해, 자녀들에게 좀 더 나은 미래를 안겨주기 위해 무작정 부산에 판잣집을 짓고 자리를 잡았다.
1960~70년대 부산시 곳곳에서 철거된 판잣집 주민들은 단체로 반송동에 이주했다.

연고 없이 무작정 부산까지 찾아온 공장 근로자도 이곳을 찾았다. 49.5평방미터(15평)의 땅에 지어진 건물로 이루어진 마을은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나도 살림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촌 동네,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동네,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 수식어로 떠올랐던 동네였다.

처음엔 나와 내 가족만이 잘되길 바라던 그런 동네의 사람들이 어느 새인지 모르게 함께 잘되는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모두의 아이들이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작은 도서관을 짓기 위해, 동네 사람들의 후원과 힘을 모았던 것이다. 아이들도 거리 모금에 동참했으며, 따뜻한 돈이 모여 느티나무도서관이 세워졌던 것이다. 지금도 만들 때와 마찬가지로 모금과 지역주민들의 자원봉사로 운영된다.

느티나무도서관은 여느 도서관의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 아이들은 소리 내어 책을 읽기도 하고, 또래친구들과 게임을 즐기기도 한다. 지역주민들의 회의장소로 사용되기도 하고, 어르신들의 한글교실이 되기도 한다. 주민들이 만든 작은 도서관은 누구에게나 편하게 열려있는 마을의 사랑방이 됐다. 부산 반송마을공동체의 힘은 이렇게 마을에 답이 있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취재=한관우/사진=김경미 기자  hjn@hjn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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