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종이 울렸네, 마을종도 울리네~ 1970년대 ‘유신의 갯마을’ 수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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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종이 울렸네, 마을종도 울리네~ 1970년대 ‘유신의 갯마을’ 수룡동
  • 김옥선 기자
  • 승인 2018.03.20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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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자료로 살펴보는 수룡동 마을 <2>
1970년대 수룡동 마을 전경.

새마을운동은 1970년부터 시작된 범국민적 지역사회 개발운동이다. 1970년 박정희 대통령은 수재민 복구대책과 아울러 넓은 의미의 농촌재건운동에 착수하기 위해 근면·자조·자립정신을 바탕으로 한 마을가꾸기 사업을 제창하고 이것을 ‘새마을가꾸기운동’이라 부르기 시작한 데서 시작됐다.

마을길 정비를 위해 마을 주민들이 참여해 삽으로 흙을 퍼내고 있는 모습.

1971년 전국 3만 3267개 행정리동(行政里洞)에 시멘트 335포대씩 균등하게 무상 지원해 각 마을마다 하고 싶은 사업을 자율적으로 하도록 했다. 이 결과는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났는데, 첫째는 정부가 무상공급한 시멘트로 부락민들이 자체 노력과 자체 자금을 투입해 마을이 필요로 하는 숙원사업을 해낸 경우고, 둘째는 시멘트의 무상공급을 받았지만 뚜렷한 사업을 하지 못한 경우다.

마을 처녀들도 나서서 벽돌을 나르고 있다.

정부는 반응이 있는 1만 6600개 부락에 대해 또다시 시멘트 500포대와 철근 1t씩을 무상공급하면서 자발적 협동노력을 장려했다.  서부면 판교리 수룡동마을은 새마을운동 당시 충청남도에서 가장 뛰어난 개량사업 실적을 보이며 그 당시 대통령 하사금을 200만 원을 지원받았다.
수룡동 마을 한만호(72)씨는 “그 당시 내가 새마을지도자이면서 청년회장이었다. 1972년에 ‘유신의 갯마을, 수룡동 부락’하면 유명했었다”고 회고한다.

마을 빨래터 개량공사에 참여한 주민들 모습.

1973년 ‘새마을 관계 서류’를 살펴보면 마을식수 및 녹화 상황에 73명이 참여했고, 살구나무 300본, 느티나무 50본, 포푸라 140본을 식재했다고 적혀있다. 또한 1968년 농어촌 전화 가설이 82호가 이루어졌다. 그 당시 농기계 보유 상황은 경운기 3대, 동력살분무기 4대였다. 가축사육현황은 소 7마리, 돼지 48마리, 닭 132마리, 토끼 28마리, 개 28마리로 기록돼 있다. 또한 마을기본계획사업으로 농로안공사에 999원, 하수구 정비에 2400원의 경비를 지출했다.

도로확장사업 모습(좌). 1974년 대통령 각하 하사금 장부(우).

이후 ‘1974년 대통령 각하 하사금 관계 서류’에는 총 200만 원을 지원받아 새끼 40타래 1만2000원, 편망제조 노임지불 5만 140원, 해태발 2십8만8000원으로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또한 작업일지와 출역부를 상세하게 기록했다. 그 중 한 부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974년 8월 8일 맑음. 대상 29명, 출역 20명, 불참 9명. 작업시간 9시부터 6시까지. 작업명-해태발 만들기, 작업내용-해태발 11책 완성함, 자재사용-분죽 5500개, 새끼(大) 11타래, 새끼(小) 5타래, 부죽 15개> 한만호 씨는 “그 당시 우리 마을 가구수가 모두 84호였다. 주민들이 참여해 빨래터 확장, 축대 세우기, 마을안길 넓히기 등의 사업을 진행했다”고 말한다. 이후 시나브로 줄어든 마을 인구는 이제 40호로 줄었고, 어척을 운영하는 어가는 13호다.

어선으로 모래를 나르는 모습.

새마을운동이 초기 농촌개발사업에서 출발해 농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엄청난 물량적·정신적 성과를 얻어가면서 점차 비 농촌지역으로 확산됐고, 이 과정에서 물량적인 건설 사업을 넘어 정치적 운동으로까지 확대됐다.

이에 따라 새마을운동의 정치적 의미가 중요시되면서 정치적으로 점차 국민적 저항에 부닥치는 상황을 농민과 서민대중의 지지를 기반으로 유신체제를 지속시키기 위한 정치적 돌파구로 새마을운동을 추진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배제하고 새마을운동 그 자체만으로 본다면 온 마을 주민들이 마을공동체를 위해 몸과 마음을 다해 공동 작업을 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역사적 의미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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