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익는 과정은 걸음마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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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익는 과정은 걸음마와 같다
  • 김옥선 기자
  • 승인 2018.03.22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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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맛·색 찾아 전통 그대로… 광천 태령술도가 ‘오서주’
김선영 대표가 마련한 치즈딸기카나페와 함께 한 오서주 한 잔에 마음이 달뜬다.

촌부였던 아버지는 절대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 그러나 유독 외할머니가 빚은 술만은 꼭 반주로 즐겨 드셨다. 외할머니는 문경 장수 황씨 가문에서 내려오는 호산춘(湖山春)을 때가 되면 집에서 늘 담그고는 했다. 이를 보고 자랐던 김선영 대표는 아주 먼 길을 돌고 돌아 이제 외할머니의 손맛을 닮은 ‘오서주’를 개발해 판매에 성공했다.

김 대표가 전통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오래 전이지만 요양보호사 일을 하면서 전통주 제조 방법을 배우러 다닐 시간적 엄두를 내지 못했다. 지난 2015년 충남농어업6차산업화센터에서 전통주 아카데미를 진행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바로 달려갔다.

“그 곳에서 배우는 것만으로는 절대 내 술을 못 만든다. 나도 쌀 수 십 가마니를 버렸다. 이 일을 즐기다 못해 미쳐야만 가능하다.” 전통주는 누룩의 양에 따라 이양주와 단양주로 나뉜다. 누룩을 적게 넣어 발효과정을 거치면 이양주, 누룩을 많이 넣으면 단양주다. 또한 물을 많이 넣느냐 적게 넣느냐에 따라 술 맛에서  미묘한 차이가 난다.

“우리 조상들은 술에서 향과 맛과 색을 찾았다. 지금은 옛날과 다르기에 다른 점을 찾아야 하는데 그 발굴시간이 오랜 걸린 셈이다. 그래서 전통방식 그대로를 고집한다. 항아리를 사용하고 용수를 사용해 걸러내며 저온 창고에서 최하 60일 동안 발효를 시켜야 병에 담겨 상품으로 나갈 수 있다.”

오서산에서 태어나고 자라 김 대표가 개발한 술 이름을 ‘오서주’라 하고 ‘태령주조장’ 간판을 내걸며 본격적인 제조와 판매에 들어갔다. 지난 2016년에 개업해 광고 하나 없이 판매를 시작했는데 입소문을 타고 주문이 들어왔다. 지금은 보령에서 김 대표의 전통주 빚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고 온 성복자 씨와 함께 한다.

“돈을 따라가기보다 사람을 따라가자고 마음먹었다. 술이 익는 과정은 걸음마 걷는 과정과 같다. 오로지 수작업과 기다림의 시간으로 만들어낸 이 전통주를 만드는 이유는 일제 강점기에 말살된 우리 조상들의 전통주가 이런 맛이라는 것을 알리고 그 맥을 잇고 싶은 마음이다.”

오서주는 단맛과 신맛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목 넘김이 부드럽다. 오서주의 진정한 술 맛을 해치지 않으려면 양념된 강한 안주보다 깨끗한 맛이 좋다. 김 대표는 치즈를 적극 권유했다.

“안주에 절대 당이 들어가면 안 된다. 그러면 술이 맛이 없게 느껴진다. 술 자체의 온전한 그 맛을 즐겨보기를 바란다.” 오서주는 냉장 온도에서 2~3년이 지나도 그 맛이 변하지 않고 오히려 그 맛이 깊어진다. 김 대표의 전통주에 대한 고집과 술에 대한 정성이 많은 사람들의 입을 즐겁게 하고 마음을 달뜨게 만든다. 한편 오서주는 한 병에 1만 5000원에 판매되며 문의는 010-6811-7897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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