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도시에서 생활할 필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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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도시에서 생활할 필요가 있을까?
  • 취재=김옥선/사진·자료=김경미 기자
  • 승인 2018.04.08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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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청년들, 귀농·귀촌의 꿈을 실현하다<1>

홍성읍 월산리 심상용·김희주 씨
꽃을 피우기 위해 몽우리가 지듯 행복한 삶을 꿈꾸며 시골에서의 삶을 선택한 심상용, 김희주 씨.

지하철이나 버스나 어디를 가도 늘 북적이는 도시다. 한적한 곳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가 없다. 아침이 되면 출근하고 저녁이 되면 퇴근을 해야 하는데 밤 10시가 넘어서 겨우 사무실을 나선다. 주말도 없다. 24살에 남들보다 일찍 취업을 했지만 전혀 즐겁고 보람되는 일이 아니다. 회사 일에 치여 조금씩 지쳐갈 무렵 여자 친구가 제안했다. 우리 도시를 떠나 시골에 가서 조용하고 한적하게 그리고 여유롭게 살아보자고. 희주는 나보다 두 살 어리지만 일찌감치 귀농을 생각하고 있었다. 이미 도시농부학교 6개월 과정도 교육받았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했지만 앞이 보이지 않았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열심히 일하면 돈도 모으고 집도 샀지만 우리 세대는 아무리 열심히 일한다고 해도 집은커녕 돈을 모아 무언가를 이루기에는 너무 멀고 먼 길이다. 이 도시에서 산다는 것은 뭔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꾸역꾸역 하고 사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남자 친구와 결혼을 생각하면서 우리 아이를 이 서울에서 키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굳이 꼭 반드시 서울에서 생활할 필요가 있을까? 도시에서 꼭 살아야 한다는 정답 아닌 정답은 없다. 또 정답을 찾기 위해 굳이 시골을 찾을 필요도 없다. 그러나 이제 30살, 28살 젊은 청년은 부모님을 설득해 과감하게 시골행을 택했다.

두 사람은 일단 홍성읍내에서 시작하기로 하면서 일자리를 찾았다. 심상용(30)씨는 홍성군마을만들기지원센터 청년마을조사단에, 김희주(28)씨는 청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조교로 취업했다. 아직은 집을 얻지 못해 희주 씨는 기숙사에, 상용 씨는 원룸에서 생활한다. 상용 씨는 “희주가 먼저 내려오고 저는 지난달 8일에 내려왔어요. 어차피 많은 기대를 하고 온 것은 아니고 조용하고 덜 복잡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지금 생각이에요”라고 말한다. 시골행을 택하면서 지난해부터 전국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홍성은 친구가 있어서 한 번 온 적이 있고 자연농 모내기를 한다고 해서 체험차 온 적도 있다. 작은 인연들이 둘을 이곳 홍성으로 이끌었다.

희주 씨는 “아직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상황에서 부모님을 설득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뭐가 아쉬워 시골에 가서 살려고 하느냐는 것이 부모님 생각인데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 세대의 많은 대다수들이 도시보다는 시골을 많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환경에 변화를 주는 것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 같은 생각? 음…그런 생각이다”고 말한다.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만 살아온 사람들이 시골에서 산다는 것은 많은 결단과 선택과 노력이 필요하다. 일단 자신의 삶의 터전을 바꾸는 일이다. 우선 직업을 바꿔야 한다.

굳이 농부가 아니더라도 무언가 지역에서 농사를 짓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혼자만의 힘으로는 쉬운 일이 아니다. 살아갈 집도 구해야 한다. 경제적 여력이 되거나 부모님이 사시던 고향으로 귀향하는 것이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아무 인연 없는 낯선 땅에 더구나 경제적 상황도 여의치 않다면 거처할 집 한 칸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농사 경험이 없는 것도 문제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시골로 귀농하는 것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일이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행복하고 조용하고 여유롭게 살기 위해 홍성을 택한 젊은이들, 이제 겨우 한 달 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들 앞에 놓인 많은 과제들이 그저 꿈길 같지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들을 응원하고 배려하는 일은 우리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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