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여기서 살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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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여기서 살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 취재=김옥선/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8.05.1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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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청년들, 귀농·귀촌의 꿈을 실현하다<6> 장곡면 산성리 박해증
계절마다 자연의 색깔과 향기를 품어내는 자신의 정원에 선 박해증 씨.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 백년 살고 싶어~’ 남 진의 ‘님과 함께’라는 노래는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첫 노래가사의 힘은 여전히 유효하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 욕망이다. 콘크리트 빌딩 숲에 살아가면서 철이 되면 밖으로 나가고, 여행을 다니는 이유다. 그저 관광을 다니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어 내가 살고 있는 터전을 자연과 함께 하고자 도시를 떠나 시골에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 귀촌인들이다.

그래도 귀농인보다는 조금은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사람들이다. 은퇴 후 텃밭에서 생산되는 작물들로 생활하고 퇴직금을 조금씩 아끼면 충분히 여유로운 생활이 가능하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사람이다. 원주민과의 심적인 갈등이 귀촌인들에게는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다.

지난 2015년 장곡면 산성리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귀촌한 박해증(54)씨는 서울·대전·대구·부산·미국을 찍고 홍성에 정착했다. 남편이 직업군인이었기 때문이다. 남편 퇴역을 앞두고 귀촌을 할 생각으로 여기저기 땅을 보러 다녔다. 홍성이 어디에 있는 줄도 몰랐던 박 씨는 지금 위치를 보자마자 바로 계약했다. 나무 때문이었다. 이름도 모르는 나무 두 그루가 초록의 푸르름을 한껏 뽐내고 있었다. 정작 집이 완공되고 12월에 혼자 들어왔을 때는 그야말로 적막고원이었다.

“남편 퇴역이 얼마 남지 않아 남편은 잠깐 있다가 다시 가고 나 혼자 남았는데 무서워서 침실 문까지 다 잠그고 잤다. 그때는 울타리도 없었고 정원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더 무서웠던 같다. 지금 생각하면 그것도 다 추억이다.”

귀촌을 하고 시골에 정착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살았다. 농업기술센터의 국화반, 전통장류 만들기, 염색 등을 배우고 농협주부대학과 마을대학도 다녔다. 학사모만 몇 번을 썼는지 모른다.
퇴역을 하고 남편은 집 안팎을 돌보느라 바쁘다. 어느 날 남편이 이런 말을 했다. “우리가 여기서 살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마당에는 작은 연못과 표고버섯, 아로니아, 백합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그 주변을 작은 숲이 감싸고 있고, 봄바람에 살짝 날리는 빨래대에 매달린 옷들이 바스락거리는 햇빛을 받고 있는 마음 따뜻한 풍경이다. 그러나 사람은 풍경만 먹고 살 수는 없다.

마을에서 언니, 동생하며 지내던 부녀들이 모여 ‘동행’이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그저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밥 먹고 수다 떨던 모임이다. 원주민과 귀촌인들이 모여 처음에는 8명으로 출발했다. 그리고 지난해 텃밭협동조합을 만들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2명이 빠지고 6명이 마을에 식당을 냈다. 마을 내 활동이 시작되면서 적잖은 갈등도 있었다.

“조용하고 여유로운 삶을 찾아 왔는데 갈등이 생기니 나로서는 꽤 힘들었다. 이제는 그것도 내가 하기 나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나도 처음 귀촌해서는 멋모르고 열심히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귀촌을 하고자 하는 분들이 있다면 뭐든지 적당히 하라고 말하고 싶다. 자존심 세울 생각하지 말고 혹시라도 서운한 일이 있어도 마을 사람들과 함께 잘 지내도록 하는 것만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귀촌을 한 지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도 그 사람은 귀촌인이지 절대 원주민이 될 수 없다는 비밀 아닌 비밀이 있다. 어찌 보면 참 서글픈 일이다. 그곳이 시골이든 도시든 어디나 사람 사는 모양은 거의 비슷하고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도 엇비슷하다. 서로 서로가 특별할 것 없다는 얘기다. 특별할 것 없는 우리네, 조금씩 서로를 다독여가며 막걸리 한 잔 나누면서 시름 터놓고 살아가면 될 일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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